새 공식을 배우는 수업에서 설명을 들을 때는 알 것 같았는데, 막상 문제를 풀려고 하면 머릿속이 하얘지는 경험이 있습니다. 교재 한쪽에는 그림이 있고 다른 쪽에는 설명이 있으며, 선생님 말까지 동시에 따라가야 하니 무엇을 붙잡아야 할지 모르게 됩니다. 이렇게 배우는 내용이 어려워서라기보다 한꺼번에 머릿속에 담아야 할 것이 너무 많아서 학습이 막히는 현상을 설명하는 틀이 바로 ‘인지 부하 이론(Cognitive Load Theory)’입니다.
인지 부하 이론이란 쉽게 말해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작업기억(working memory)의 용량은 제한적이므로, 수업은 그 용량을 넘치지 않게 설계해야 한다’는 이론을 의미합니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사우스웨일스 대학교(UNSW)의 교육심리학자 존 스웰러(John Sweller)가 1988년 학술지 『인지 과학(Cognitive Science)』 12권 2호(257-285쪽)에 「문제 해결 중의 인지 부하: 학습에 미치는 영향(Cognitive Load During Problem Solving: Effects on Learning)」을 발표하며 틀을 갖추었습니다.
본 자료에서는 인지 부하 이론이 나온 배경과 작업기억의 한계, 내재적·외재적·본유적이라는 세 가지 부하, 대표적인 학습 효과, 그리고 수업 설계에 주는 시사점과 한계까지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인지 부하 이론, 작업기억으로 읽는 수업 설계
인지 부하 이론이란 무엇인가?

스웰러가 처음 주목한 것은 문제를 많이 풀수록 실력이 는다는 상식이었습니다. 그는 초보자가 흔히 쓰는 수단-목표 분석(means-ends analysis), 즉 지금 상태와 목표 사이의 차이를 하나씩 줄여 가는 풀이 방식이 작업기억을 크게 차지한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답을 찾는 데 정신이 쏠리다 보니, 정작 문제의 구조를 머릿속에 정리하는 일, 곧 스키마(schema) 습득이 방해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이론의 바탕에는 두 가지 기억에 대한 가정이 있습니다. 작업기억은 지금 생각하고 있는 정보를 잠시 붙잡아 두는 공간으로 용량이 제한적입니다. 반면 장기기억에는 경험으로 쌓인 스키마가 저장되며, 전문가와 초보자를 가르는 것은 타고난 머리보다 장기기억 속 스키마의 양과 짜임이라고 봅니다.
세 가지 부하, 내재적·외재적·본유적

스웰러는 이후 반 메리엔보어(Jeroen van Merriënboer), 파스(Fred Paas)와 함께 1998년 논문 등에서 학습자가 느끼는 부하를 세 갈래로 나누어 정리했습니다.
(1) 내재적 부하(Intrinsic Load)
배우는 자료 자체가 지닌 난이도에서 생기는 부하입니다. 동시에 머릿속에서 연결해야 하는 요소가 많을수록, 즉 요소 상호작용(element interactivity)이 높을수록 커지며, 학습자의 사전 지식에 따라 같은 자료도 무겁게 또는 가볍게 느껴집니다.
(2) 외재적 부하(Extraneous Load)
내용이 아니라 나쁜 제시 방식 때문에 생기는 불필요한 부하입니다. 흩어진 자료, 불필요한 장식, 뒤엉킨 설명처럼 학습과 상관없는 일에 작업기억을 쓰게 만드는 것이므로 수업 설계에서 줄여야 할 대상입니다.
(3) 본유적 부하(Germane Load)
학습촉진 부하라고도 하며, 학습자가 스키마를 만들고 다듬는 데 쓰는 노력을 가리킵니다. 같은 용량 안에서 외재적 부하가 줄어들면 이 노력에 쓸 여유가 생깁니다.
문제는 내재적 부하와 외재적 부하를 합친 양이 작업기억 용량을 넘칠 때입니다. 이 상태를 인지 과부하라고 하며, 학습자는 열심히 하는데도 학습이 떨어지는 결과를 겪게 됩니다.
교실에서 확인된 대표적인 효과

인지 부하 이론은 여러 실험에서 반복해서 나타난 효과들로 뒷받침되었습니다. 그중 수업 현장에 가장 자주 소개되는 두 가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풀이 예시 효과(Worked Example Effect): 스웰러와 쿠퍼(Cooper)의 1985년 연구 등에서 보고된 효과로, 초보자는 아직 풀지 않은 문제를 혼자 붙잡는 것보다 완성된 풀이 과정을 따라 읽을 때 더 잘 배운다는 것입니다.
- 분할 주의 효과(Split-Attention Effect): 타르미지와 스웰러(Tarmizi & Sweller)의 1988년 연구, 챈들러와 스웰러(Chandler & Sweller)의 1992년 연구 등에서 다룬 효과로, 설명 글과 도표가 멀리 떨어져 있으면 학습자가 머릿속에서 둘을 합쳐야 하므로 외재적 부하가 커진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기하 도형은 위쪽에 두고 풀이 설명은 아래쪽에 따로 적어 두면, 학습자는 눈을 위아래로 옮기며 각도와 문장을 짝지어야 합니다. 같은 설명을 도형 안 해당 위치에 바로 붙여 물리적으로 통합하면, 그 짝짓기에 쓰던 작업기억을 내용 이해에 돌릴 수 있습니다.

수업 설계에 주는 시사점과 한계

인지 부하 이론은 ‘무엇을 가르칠까’보다 ‘어떻게 담아 보여 줄까’에 초점을 둡니다. 수업을 설계할 때 떠올릴 만한 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외재적 부하부터 줄인다
흩어진 자료를 한곳에 모으고, 학습과 상관없는 장식이나 중복 설명을 걷어 내어 작업기억이 내용에만 쓰이도록 합니다.
(2) 내재적 부하는 순서로 관리한다
자료 자체의 난이도는 없앨 수 없으므로, 단순한 것에서 복잡한 것으로, 부분에서 전체로 나누어 차례로 제시하면 한 번에 다뤄야 할 요소 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3) 초보자에게는 예시와 통합 제시를 먼저 준다
처음 배우는 학습자에게는 풀이 예시를 충분히 보여 주고, 글과 그림을 한 화면에 붙여 제시하는 편이 유리합니다.
다만 이 원칙은 학습자의 수준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미 스키마를 갖춘 숙련자에게는 자세한 풀이 예시가 오히려 군더더기가 되어 학습을 방해할 수 있는데, 이를 전문성 역전 효과(expertise reversal effect)라고 부릅니다.
인지 부하 이론은 학습이 막히는 이유를 학습자의 노력 부족에서만 찾지 말라고 알려 줍니다. 같은 내용이라도 어떻게 나누고 어디에 붙여 보여 주느냐에 따라 머릿속에 남는 양이 달라집니다.
배울 사람의 작업기억이 감당할 만큼만 덜어서 건네는 것, 그것이 좋은 수업 설계의 첫걸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