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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를 배우는 사람을 떠올려 보겠습니다. 다 만든 뒤에 한 번 맛보고 점수를 매기는 것보다, 끓이는 동안 틈틈이 맛을 보며 간을 맞추는 편이 훨씬 맛있는 국을 만듭니다. 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학기가 끝난 뒤의 성적표보다 배우는 도중에 받는 짧은 확인과 조언이 실력을 더 크게 바꿉니다. 이렇게 배우는 과정 한가운데에서 이루어지는 평가가 바로 ‘형성평가(Formative Assessment)’입니다.
형성평가란 쉽게 말해 ‘학습이 진행되는 동안 학생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확인하고, 그 결과로 가르치는 방법과 배우는 방법을 고쳐 나가는 평가’를 의미합니다. 점수를 매겨 줄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다음 수업을 더 낫게 만드는 데 목적이 있어 ‘학습을 위한 평가(Assessment for Learning)’라고도 부릅니다.
본 자료에서는 형성평가라는 말이 생겨난 배경부터 총괄평가와의 차이, 교실에서 쓰는 구체적인 방법, 그리고 효과적인 피드백의 조건까지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배우는 도중에 길을 찾는 평가의 원리
형성평가는 어떻게 생겨났는가?

형성평가라는 말은 1967년 미국의 평가학자 마이클 스크리븐(Michael Scriven)이 처음 썼습니다. 그는 교육과정을 평가하는 일을 두 가지로 나누었습니다. 완성된 교육과정이 얼마나 좋은지 최종 판단을 내리는 평가와, 교육과정을 만들고 고치는 도중에 정보를 모아 더 낫게 다듬는 평가입니다. 앞의 것을 총괄평가, 뒤의 것을 형성평가라고 불렀습니다.
이듬해인 1968년, 교육학자 벤저민 블룸(Benjamin Bloom)은 『완전 학습(Learning for Mastery)』에서 이 생각을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의 배움에 적용했습니다. 단원마다 짧은 평가로 이해 정도를 확인하고, 부족한 학생에게는 보충 지도를 해 모두가 목표에 닿게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1971년에는 동료들과 함께 낸 책에서 단원별 형성평가를 짜는 방법을 자세히 정리했고, 오늘날 우리가 쓰는 뜻은 대부분 여기서 나왔습니다.
형성평가와 총괄평가는 무엇이 다른가?

학교 평가는 흔히 형성평가와 총괄평가(Summative Assessment)로 나누어 봅니다. 둘은 시험지 모양이 비슷해도 쓰임새가 전혀 다릅니다.
(1) 언제 하는가
총괄평가는 단원이나 학기가 끝날 때 한 번에 치릅니다. 형성평가는 수업 도중에 몇 초, 몇 분 단위로 수시로 이루어집니다.
(2) 무엇을 위해 하는가
총괄평가는 성적을 매기고 합격과 불합격 같은 결정을 내리기 위한 것입니다. 형성평가는 배움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 점수가 없거나 성적에 거의 반영되지 않습니다.
(3) 결과를 어떻게 쓰는가
총괄평가의 결과는 최종 판정으로 남습니다. 형성평가의 결과는 다시 배울 내용과 가르칠 방법을 정하는 자료로 쓰입니다.
중요한 점은 평가 도구가 아니라 쓰임새가 형성평가를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같은 쪽지 시험이라도 점수만 기록하고 끝내면 총괄평가에 가깝고, 결과를 보고 다음 수업을 바꾸면 형성평가가 됩니다.
여기에 수업을 시작하기 전 학생들이 이미 무엇을 알고 있는지 살피는 진단평가(Diagnostic Assessment)를 더해, 우리나라 학교에서는 흔히 진단평가, 형성평가, 총괄평가의 세 단계로 평가를 설명합니다. 진단평가가 출발점을 확인하고 총괄평가가 도착점을 확인한다면, 형성평가는 그 사이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돕는 길잡이 역할을 합니다.
교실에서 쓰는 형성평가 방법

형성평가는 거창한 시험이 아니라 수업 속 작은 활동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 출구 카드(Exit Ticket): 수업이 끝날 때 ‘오늘 배운 가장 중요한 것 한 가지’를 적어 내게 해 이해 정도를 빠르게 확인합니다.
- 신호등 카드(Traffic Light Cards): 학생이 초록·노랑·빨강 카드로 지금 얼마나 이해했는지 알려 교사가 속도를 조절합니다.
- 개념도 그리기(Concept Map): 배운 개념들의 관계를 그림으로 그리게 해 머릿속 구조를 들여다봅니다.
- 동료 평가(Peer Assessment): 친구의 과제를 기준표에 따라 살펴보며 좋은 결과물이 무엇인지 스스로 깨닫게 합니다.
기다림도 평가의 일부다
질문을 던진 뒤 바로 답을 재촉하지 않고 몇 초 더 기다려 주는 것도 중요한 기술입니다. 과학교육학자 메리 버드 로(Mary Budd Rowe)의 연구에서는 교사가 기다리는 시간을 늘리자 학생들의 답이 길어지고, 대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줄었으며, 더 자신 있게 다양한 설명을 내놓았습니다.
형성평가가 힘을 발휘하는 조건

1998년 영국의 폴 블랙(Paul Black)과 딜런 윌리엄(Dylan Wiliam)은 250편이 넘는 연구를 검토해, 형성평가를 잘 활용한 수업이 성취도를 크게 높이고 특히 성적이 낮던 학생에게 효과가 크다는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다만 이 효과는 몇 가지 조건이 갖춰질 때 나타납니다.
(1) 목표와 기준을 먼저 나눈다
학생이 무엇을 배워야 하고 잘한 결과가 어떤 모습인지 알아야 스스로 점검할 수 있습니다.
(2) 점수보다 고칠 방법을 알려 준다
피드백이 학생 자신이 아니라 과제의 질에 초점을 맞추고, 어디를 어떻게 고치면 되는지 알려 줄 때 효과가 큽니다. 점수와 함께 의견을 적어 주면 학생들은 점수만 보고 의견은 넘기는 경우가 많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3) 학생이 배움의 주인이 된다
결국 형성평가의 목표는 학생이 스스로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알고 다음 걸음을 정하는 힘을 기르는 것입니다.
형성평가는 평가를 배움의 끝에서 배움의 한가운데로 옮겨 놓은 생각입니다. 잘 설계된 형성평가는 교사에게는 수업을 고칠 단서를, 학생에게는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알려 주는 지도를 건넵니다. 거창한 도구가 없어도 질문 하나, 카드 한 장으로 오늘 수업에서 바로 시작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입니다.
점수를 받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결과로 다음 공부를 바꾸는 것, 그것이 진짜 실력을 키우는 평가의 첫걸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