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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을 맞아 해외의 작은 마을로 떠나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학교 담장을 새로 칠하고, 바다거북 알을 지키는 여행을 떠올려 보겠습니다. 쉬러 가는 여행 대신 누군가를 돕는 일로 일정을 채우는 사람이 해마다 늘고 있습니다. 이렇게 관광과 봉사를 하나로 묶은 여행을 ‘자원봉사 관광(Volunteer Tourism)’이라고 합니다.
자원봉사 관광이란 쉽게 말해 ‘여행자가 여행 기간의 일부나 전부를 현지 공동체나 자연을 돕는 자원봉사 활동에 쓰는 관광’을 의미합니다. 영어의 봉사(Volunteer)와 관광(Tourism)을 합쳐 ‘볼런투어리즘(Voluntourism)’이라고도 부르며, 좋은 뜻과 함께 날카로운 비판도 받는 분야입니다.
본 자료에서는 자원봉사 관광이 생겨난 배경부터 주요 유형, 여행자와 지역이 얻는 것, 그리고 이 여행을 둘러싼 문제와 바람직한 방향까지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돕기 위해 떠나는 여행의 빛과 그림자
자원봉사 관광은 어떻게 생겨났는가?

나라 밖으로 봉사하러 가는 전통은 꽤 오래되었습니다. 제1차 세계 대전이 끝난 뒤인 1920년부터 국제 단체 서비스 시빌 인터내셔널(Service Civil International)은 여러 나라 젊은이들이 함께 무너진 마을을 다시 세우는 ‘워크캠프(Workcamp)’를 열었습니다. 1958년에는 영국의 해외 봉사 단체 VSO(Voluntary Service Overseas)가, 1961년에는 미국 케네디 정부의 평화봉사단(Peace Corps)이 세워지며 해외 봉사가 널리 알려졌습니다.
이때까지의 해외 봉사는 몇 달에서 몇 년씩 머무는 긴 활동이 중심이었습니다. 그러다 20세기 말부터 대학 입학 전이나 졸업 뒤 한 해를 쉬며 세상을 경험하는 ‘갭이어(Gap Year)’가 유행하고, 여행사가 비용을 받고 짧은 봉사 일정을 파는 상품이 늘어났습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관광학자 스티븐 웨어링(Stephen Wearing)이 2001년 책 『자원봉사 관광(Volunteer Tourism: Experiences that Make a Difference)』에서 이 현상을 정리하면서 관광학의 한 연구 분야로 자리 잡았습니다.
자원봉사 관광의 주요 유형

자원봉사 관광은 무엇을 돕느냐에 따라 크게 세 갈래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지역 공동체 돕기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거나 집과 우물을 짓고, 마을 보건소 일을 거드는 활동입니다. 가장 흔한 형태이며, 짧게는 며칠에서 길게는 몇 달까지 머뭅니다.
(2) 자연과 동물 지키기
산호초를 조사하고, 숲에 나무를 심고, 바다거북이 알을 낳는 해변을 지키는 활동입니다. 야생 동물 보호소에서 다친 동물을 돌보는 일도 여기에 들어갑니다.
(3) 연구와 기록 돕기
과학자와 함께 동식물 수를 세거나 유적 발굴을 거드는 활동입니다. 전문 지식이 없어도 연구자의 지도를 받아 자료를 모으는 일에 손을 보탭니다.
해마다 미국인 약 100만 명이 해외에서 자원봉사를 하는데, 봉사 시간 대부분을 해외에서 보낸 사람 가운데 거의 절반(45%)은 2주 이하의 짧은 일정입니다(미국 인구동향조사를 분석한 워싱턴대학교 세인트루이스 사회개발센터 보고서, 2012에 따르면). 짧은 일정의 봉사가 바로 자원봉사 관광의 중심입니다.
여행자와 지역이 함께 얻는 것

자원봉사 관광이 잘 이루어지면 여행자와 지역 모두에게 이로운 점이 있습니다.
- 문화 이해(Cultural Understanding): 관광지를 스쳐 지나가지 않고 주민과 함께 일하며 그 사회를 깊이 알게 됩니다.
- 자기 성장(Personal Growth): 낯선 환경에서 문제를 풀어 가며 자신감과 협동심, 넓은 시야를 얻습니다.
- 지역 지원(Community Support): 일손과 함께 숙박비·식비 같은 돈이 지역에 들어오고, 보호 활동에 필요한 자금도 마련됩니다.
특히 여행자가 본래 가진 기술을 살릴 때 효과가 큽니다. 의사가 의료 봉사를 하고 목수가 집짓기를 거들면, 현지에서 구하기 어려운 도움을 직접 줄 수 있습니다.
봉사와 여행 사이의 균형
자원봉사 관광객이 늘 봉사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평일에는 봉사를 하고 주말에는 근처 명소를 둘러보는 식으로, 일과 여가를 섞는 경우가 많습니다. 웨어링도 자원봉사 관광객을 ‘여러 이유로 조직된 방식에 따라 봉사하며 휴가를 보내는 여행자’로 보았습니다. 돕고 싶은 마음과 새로운 곳을 보고 싶은 마음이 함께 있다는 점을 인정할 때, 여행자는 자신의 기대와 지역의 필요를 더 솔직하게 맞춰 볼 수 있습니다.
자원봉사 관광을 둘러싼 비판과 바른 길

좋은 뜻으로 시작한 여행이라도 준비가 부족하면 오히려 지역에 짐이 될 수 있습니다.
(1) 현지 일자리를 빼앗는다
기술 없는 봉사자가 짓는 담장이나 교실은 다시 고쳐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돈을 받고 일할 수 있는 주민의 일자리를 대신 차지하기도 합니다.
(2) 아이들에게 상처를 남긴다
가장 큰 비판을 받는 것은 보육원 봉사입니다. 봉사자가 몇 주씩 바뀌어 들어오면 아이들은 정이 들자마자 이별을 되풀이하게 됩니다. 봉사자의 돈을 노리고 부모가 있는 아이를 데려와 보육원을 운영하는 일까지 생겨, 2018년 오스트레일리아는 ‘보육원 인신매매(Orphanage Trafficking)’를 현대판 노예제의 한 형태로 법에 담았습니다.
(3) 돕는 쪽이 주인공이 된다
봉사 사진을 남기는 데 더 관심을 두면, 도움받는 사람들이 배경처럼 다뤄지고 존엄이 다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떠나기 전에 지역 주민이 직접 이끄는 단체인지, 내가 낸 돈이 어디에 쓰이는지, 내 기술로 정말 도울 수 있는 일인지를 꼭 확인하라고 권합니다.

자원봉사 관광은 여행이 즐거움을 넘어 누군가에게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줍니다. 하지만 그 도움이 진짜가 되려면 내가 하고 싶은 일보다 지역이 정말 필요로 하는 일이 먼저여야 합니다.
돕고 싶은 마음에 앞서 그곳 사람들의 목소리에 먼저 귀 기울이는 것, 그것이 좋은 여행자가 되는 공부의 첫걸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