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녹지도 가라앉지도 않는 입자, 콜로이드(Colloid)

숫자는 늘었는데 살림은 줄었다, 화폐 환상(Money Illusion)
공장에서 물건을 100개 만들 때 1개가 불량이라면 꽤 괜찮은 성적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하루에 수백만 개를 만드는 공장이나, 수많은 부품이 모두 제대로 작동해야 하는 비행기와 자동차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작은 비율이라도 쌓이면 수만 건의 불량과 불만이 되고, 그만큼의 비용이 새어 나갑니다.
그래서 어떤 기업들은 불량을 ‘적게’가 아니라 ‘거의 없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그 목표와 방법을 묶어 부르는 이름이 바로 ‘식스 시그마(Six Sigma)’입니다. 식스 시그마란 쉽게 말해 데이터와 통계로 불량의 원인을 찾아 없애고, 일하는 과정의 들쭉날쭉함을 줄이는 경영 혁신 방법을 의미합니다.
본 자료에서는 식스 시그마라는 이름에 담긴 뜻과 숫자, 모토로라에서 시작해 여러 기업으로 퍼진 과정, 문제를 푸는 다섯 단계인 DMAIC, 그리고 벨트로 불리는 전문가 체계와 그 한계까지 차례로 알아보겠습니다.
들쭉날쭉함을 줄이는 품질 경영
식스 시그마란 무엇인가

식스 시그마라는 이름은 통계학에서 왔습니다.
(1) 시그마는 흩어진 정도
그리스 문자 시그마(σ)는 통계에서 표준편차, 곧 값들이 평균에서 얼마나 흩어져 있는지를 나타냅니다. 같은 제품을 만들어도 길이나 무게가 조금씩 다르기 마련인데, 이 차이가 클수록 시그마도 커집니다.
(2) 허용 범위 안에 시그마 여섯 개
제품마다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 곧 규격이 정해져 있습니다. 공정의 평균에서 가장 가까운 규격 한계까지 표준편차가 여섯 개나 들어갈 만큼 흩어짐이 작다면, 규격을 벗어나는 제품은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이것이 식스 시그마 수준의 공정입니다.
(3) 백만 번에 3.4번
현실의 공정은 시간이 지나면서 평균이 조금씩 움직입니다. 그래서 식스 시그마에서는 평균이 1.5시그마쯤 밀린다고 보고 계산하며, 그 결과 불량이 생길 수 있는 기회 백만 번 가운데 불량이 3.4번 이하인 수준을 목표로 삼습니다.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3시그마 수준에서는 백만 번 가운데 6만 6천 번이 넘는 불량이 생깁니다.
모토로라에서 시작된 혁신

식스 시그마는 한 전자 회사의 공장에서 시작되었습니다.
(1) 빌 스미스와 모토로라
1986년 미국의 엔지니어 빌 스미스(Bill Smith)가 모토로라에서 일하며 식스 시그마를 소개했습니다. 모토로라는 생산 부문에 식스 시그마 목표를 세웠고, 2005년에는 이 방법으로 170억 달러가 넘는 비용을 아꼈다고 밝혔습니다.
(2) 잭 웰치와 GE
식스 시그마를 널리 알린 것은 제너럴 일렉트릭(GE)입니다. 1995년 최고경영자 잭 웰치(Jack Welch)가 이를 경영 전략의 중심에 두었고, GE는 1998년 식스 시그마로 3억 5천만 달러를 절감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소식이 퍼지면서 1990년대 말에는 미국 500대 기업의 약 3분의 2가 식스 시그마를 시작했습니다.
(3) 국제 표준이 되기까지
2011년에는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식스 시그마 과정을 정의한 첫 표준을 내놓았습니다. 공장의 품질 관리에서 출발한 방법이 병원과 금융, 서비스 업무까지 넓게 쓰이게 된 것입니다.
문제를 푸는 다섯 단계, DMAIC

식스 시그마의 개선 활동은 정해진 순서를 따르며, 각 단계의 첫 글자를 따서 DMAIC이라고 부릅니다.
- 정의(Define):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해결할 문제와 목표를 분명하게 정합니다.
- 측정(Measure): 지금의 과정을 숫자로 재고 자료를 모아, 현재 실력이 어느 수준인지 파악합니다.
- 분석(Analyze): 모은 자료로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따져 불량의 근본 원인을 찾습니다.
- 개선(Improve): 실험과 실수 방지 장치 등으로 과정을 바꾸고, 시험 운영으로 효과를 확인합니다.
- 관리(Control): 바뀐 과정이 다시 흐트러지지 않도록 통계적 관리 방법으로 꾸준히 지켜봅니다.
기존 과정이 아니라 새 제품이나 새 과정을 설계할 때는 마지막 두 단계를 설계(Design)와 검증(Verify)으로 바꾼 DMADV를 씁니다. 어느 쪽이든 짐작이 아니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로 판단한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벨트 체계와 식스 시그마의 한계

식스 시그마는 품질 개선을 맡는 사람들에게 유도처럼 띠 색깔로 등급을 붙였습니다.
- 블랙 벨트(Black Belt): 모든 시간을 식스 시그마 프로젝트에 쓰며 현장의 개선 활동을 이끕니다.
- 그린 벨트(Green Belt): 원래 맡은 일을 하면서 블랙 벨트의 지도를 받아 프로젝트에 참여합니다.
- 마스터 블랙 벨트(Master Black Belt): 회사 안의 코치로서 블랙 벨트와 그린 벨트를 가르치고 이끕니다.
하지만 비판도 적지 않습니다. 품질 전문가 필립 크로스비(Philip B. Crosby)는 백만 번에 3.4번의 불량도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수백만 개의 회로가 모두 완벽해야 하는 반도체라면 칩마다 불량이 생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 이미 있는 과정을 다듬는 데에는 강하지만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내는 데에는 도움이 적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낭비를 줄이는 린(Lean) 방식과 합친 린 식스 시그마(Lean Six Sigma)도 널리 쓰입니다.
식스 시그마는 불량을 운이나 개인의 실수로 넘기지 않고, 흩어짐을 숫자로 재어 원인을 찾아 없애는 방법입니다. 화려한 등급 이름보다 중요한 것은 측정하고 분석한 뒤 바꾸고 지키는 꾸준한 습관입니다.
감으로 판단하던 문제를 숫자로 다시 들여다보는 것, 그것이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 조직을 만드는 품질 경영의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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