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땅껍질과 맨틀의 경계선, 모호로비치치 불연속면(Mohorovičić Discontinuity)

녹지도 가라앉지도 않는 입자, 콜로이드(Colloid)
SNS를 둘러보다 보면 다른 사람들은 나보다 친구가 많고, 모임도 잦고, 늘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혹시 나만 인간관계가 좁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입니다. 그런데 이런 느낌에는 성격이나 운이 아니라 숫자의 구조가 숨어 있습니다.
그 구조를 ‘친구 관계의 역설(Friendship Paradox)’이라고 합니다. 친구 관계의 역설이란 쉽게 말해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자기 친구들이 평균적으로 자신보다 더 많은 친구를 가지고 있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누가 특별히 인기가 없어서 생기는 일이 아니라, 친구 관계가 연결된 방식 자체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결과입니다.
본 자료에서는 친구 관계의 역설이 무엇인지,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를 간단한 계산으로 살펴보고, 이 역설이 감염병 감시와 공중보건에 어떻게 쓰이는지, 그리고 우리 마음에 어떤 착각을 남기는지까지 차례로 알아보겠습니다.
내 친구가 나보다 친구가 많은 이유
친구 관계의 역설이란

이 현상을 처음 정리한 사람은 미국의 사회학자 스콧 펠드(Scott L. Feld)입니다.
(1) 1991년의 논문
펠드는 1991년 미국사회학회지에 「왜 당신의 친구들은 당신보다 친구가 많은가」라는 논문을 실었습니다. 그는 친구 관계를 사람과 사람을 잇는 선으로 그려 보면, 대부분의 사람이 자기 친구들의 평균보다 적은 친구를 갖게 된다는 사실을 보였습니다.
(2) 교실에서 그려 본 관계도
아이들에게 옆에 앉고 싶은 친구를 두 명씩 고르게 한 뒤 그 선택을 선으로 이어 보면, 몇몇 아이에게 선이 몰리고 나머지는 한두 개의 선만 갖는 모양이 됩니다. 이런 관계도에서도 아이 대부분은 자기와 이어진 친구들보다 연결이 적습니다.
(3) 사람들의 생각은 반대
흥미롭게도 사람들에게 직접 물어보면 많은 이가 자기 친구가 친구들보다 많다고 답합니다. 실제 숫자와 사람들이 느끼는 자기 모습이 서로 엇갈리는 셈입니다.
숫자로 따져 보는 원리

이 역설은 간단한 예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1) 다섯 명의 작은 모임
철수 한 사람이 영희, 민수, 지영, 현우 네 사람과 친구이고, 이 넷은 서로 모르는 사이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철수의 친구는 4명, 나머지 네 사람의 친구는 각각 1명이므로 다섯 명의 평균 친구 수는 8을 5로 나눈 1.6명입니다.
(2) 친구의 눈으로 다시 세기
이번에는 각자의 친구가 가진 친구 수를 봅니다. 영희, 민수, 지영, 현우의 친구는 모두 철수이니 친구의 친구 수는 4명이고, 철수의 친구들은 각각 1명씩입니다. 이를 평균 내면 17을 5로 나눈 3.4명으로, 다섯 명 가운데 네 명이 자기 친구보다 친구가 적습니다.
(3) 인기 많은 사람은 여러 번 세어진다
핵심은 친구가 많은 사람일수록 여러 사람의 친구 목록에 동시에 들어간다는 점입니다. 철수는 네 사람의 친구 목록에 모두 등장하므로, 친구를 기준으로 평균을 내면 철수의 큰 숫자가 네 번이나 더해집니다.

- 연결 수(Degree): 한 사람이 가진 친구의 수로, 관계도에서 한 점에 이어진 선의 개수입니다.
- 표본 편향(Sampling Bias): 고르는 방식 때문에 어떤 대상이 실제보다 더 자주 뽑히는 현상입니다.
수학적으로는 친구의 평균 친구 수가 전체의 평균 친구 수에 분산을 평균으로 나눈 값을 더한 것과 같습니다. 모두의 친구 수가 똑같지 않은 한 분산은 0보다 크므로, 친구의 평균은 언제나 전체 평균보다 큽니다.
역설을 활용하는 공중보건

이 역설은 착각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 연결망에서 중심에 있는 사람을 손쉽게 찾는 도구로도 쓰입니다.
(1) 친구를 지켜보면 유행이 먼저 보인다
니컬러스 크리스타키스(Nicholas Christakis)와 제임스 파울러(James Fowler)는 2009년 말 하버드 칼리지에서 퍼진 독감을 연구했습니다. 무작위로 고른 학생들과 그들이 친구로 지목한 학생들, 모두 744명을 지켜본 결과 친구 집단에서는 유행이 약 13.9일 먼저 진행되었습니다.
(2) 지도 없이 중심 찾기
연결망 전체를 조사해 누가 중심인지 알아내려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듭니다. 하지만 무작위로 고른 사람에게 친구 한 명을 대게 하면, 그 친구는 평균적으로 연결이 더 많은 사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백신을 먼저 맞힐 사람이나 감염 여부를 살필 사람을 고를 때 이 방법이 제안되었습니다.
(3) 좋은 습관을 퍼뜨리는 통로
크리스타키스 연구진은 온두라스와 인도에서 대규모 현장 실험을 하며, 이 방법으로 찾은 사람들을 통해 종합 비타민이나 철분 강화 소금 같은 건강 습관이 더 잘 퍼질 수 있음을 보였습니다.
역설이 남기는 착각

친구 관계의 역설은 다른 특성에서도 나타나며, 우리가 세상을 보는 눈을 은근히 비틀어 놓습니다.
(1) 친구만이 아니다
함께 논문을 쓴 동료는 평균적으로 나보다 논문과 인용이 많고, 트위터에서 나를 팔로하는 사람은 평균적으로 나보다 팔로어가 많은 경향이 있습니다. 이를 일반화된 친구 관계의 역설(Generalized Friendship Paradox)이라고 부릅니다.
(2) 다수라는 착시
연결이 많은 소수가 어떤 행동을 하면, 실제로는 소수인데도 주변 사람 대부분이 그 행동을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이를 다수 착시(Majority Illusion)라고 부릅니다.
(3) 조사에 끼어드는 치우침
친구를 통해 사람을 찾는 방식은 연결이 많은 사람을 지나치게 많이 담게 됩니다. 그래서 여론이나 행동을 조사할 때 이 방법을 쓰면 결과가 한쪽으로 치우칠 수 있어 보정이 필요합니다.
친구 관계의 역설은 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많이 연결된 사람이 더 자주 눈에 띄도록 짜인 관계의 구조 때문에 생깁니다. 비교할 때 보이는 숫자가 이미 기울어진 표본이라는 점을 알면, 남의 화려한 인간관계에 덜 흔들릴 수 있습니다.
눈에 잘 띄는 숫자가 곧 평균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 그것이 관계 속 숫자를 바르게 읽는 통계적 사고의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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