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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를 컵에 따라 보면 흰 액체가 고르게 섞여 있어 마치 무언가가 완전히 녹아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우유 속 지방과 단백질은 소금이 물에 녹듯 분자 하나하나로 흩어진 것이 아니라, 아주 작은 덩어리 상태로 물속에 떠 있습니다. 오래 두어도 쉽게 가라앉지 않을 만큼 작은 덩어리입니다.
이처럼 녹은 것도 아니고 가라앉는 것도 아닌 중간 상태의 혼합물을 ‘콜로이드(Colloid)’라고 합니다. 콜로이드란 쉽게 말해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입자가 다른 물질 속에 고르게 흩어져 떠 있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우유와 마요네즈, 젤리, 안개처럼 우리 주변의 흔한 물질 가운데 상당수가 여기에 속합니다.
본 자료에서는 콜로이드가 무엇이고 용액과 어떻게 다른지, 우리 생활 속에는 어떤 콜로이드가 있는지, 빛을 비추면 나타나는 틴들 현상은 무엇인지, 그리고 콜로이드 입자를 일부러 뭉치게 하는 방법까지 차례로 알아보겠습니다.
녹은 듯 녹지 않은 혼합물의 세계
콜로이드란 무엇인가

콜로이드는 입자의 크기로 구분하는 혼합물입니다.
(1) 용액과 현탁액 사이
소금물처럼 물질이 이온이나 분자 단위로 녹아 있는 것을 용액이라고 하고, 흙탕물처럼 큰 알갱이가 떠 있다가 가라앉는 것을 현탁액이라고 합니다. 콜로이드는 그 사이에 있어서, 입자가 용액보다는 훨씬 크지만 저절로 가라앉지 않을 만큼 작습니다.

(2) 1나노미터에서 1마이크로미터
국제순수·응용화학연합(IUPAC)은 흩어진 입자의 크기가 적어도 한 방향으로 대략 1나노미터에서 1마이크로미터 사이인 경우를 콜로이드 상태로 봅니다. 다만 이 경계는 엄격한 기준이 아니라 성질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는 대략적인 범위입니다.
(3) 아교에서 온 이름
콜로이드라는 이름은 1861년 영국의 화학자 토머스 그레이엄(Thomas Graham)이 붙였습니다. 그는 아교나 젤라틴처럼 막을 잘 통과하지 못하고 느리게 퍼지는 물질을 따로 묶으면서, 아교를 뜻하는 그리스어 콜라(kolla)에서 이름을 따왔습니다.
- 분산질(Dispersed Phase): 콜로이드 속에 흩어져 떠 있는 작은 입자입니다.
- 분산매(Dispersion Medium): 입자를 품고 있는 바탕 물질로, 물이나 공기 같은 것입니다.
우리 주변의 콜로이드

분산질과 분산매가 무엇이냐에 따라 콜로이드는 여러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 졸(Sol): 액체 속에 고체 입자가 흩어져 흐르는 상태로, 먹물이나 물감 같은 것이 여기에 속합니다.
- 겔(Gel): 입자가 그물처럼 이어져 액체를 가둔 채 굳은 상태로, 젤리와 묵, 두부가 대표적입니다.
- 에멀션(Emulsion): 액체 속에 다른 액체 방울이 흩어진 상태로, 우유와 마요네즈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 거품(Foam): 액체나 고체 속에 기체가 갇힌 상태로, 휘핑크림과 스펀지가 그 예입니다.
- 에어로졸(Aerosol): 기체 속에 작은 액체 방울이나 고체 입자가 떠 있는 상태로, 안개와 연기가 대표적입니다.
같은 콜로이드라도 이렇게 성질이 다양하기 때문에, 음식의 식감을 조절하거나 화장품과 약을 고르게 섞는 데에도 콜로이드에 관한 지식이 널리 쓰입니다.
빛의 길이 드러나는 틴들 현상

콜로이드는 눈으로 입자가 보이지 않지만, 빛을 비추면 그 존재가 드러납니다.
(1) 빛의 통로가 보이는 이유
어두운 방에서 소금물과 묽은 우유에 각각 레이저 포인터를 비추면, 소금물에서는 빛이 지나가는 길이 거의 보이지 않지만 묽은 우유에서는 빛줄기가 또렷하게 보입니다. 콜로이드 입자가 빛을 사방으로 흩뜨리기 때문으로, 이를 틴들 현상(Tyndall Effect)이라고 합니다.
(2) 틴들의 연기 실험
이름은 19세기 영국의 물리학자 존 틴들(John Tyndall)에게서 왔습니다. 그는 1860년대에 연기를 채운 관에 빛을 통과시키며 실험했고, 관을 옆에서 보면 빛이 푸르게, 반대쪽 끝에서 보면 붉게 보인다는 사실을 관찰했습니다.
(3) 보이지 않는 입자를 보는 현미경
1902년 리하르트 지그몬디(Richard Zsigmondy)와 헨리 지덴토프(Henry Siedentopf)는 이 원리를 이용해 한외현미경(Ultramicroscope)을 만들었습니다. 입자 자체가 아니라 입자가 흩뜨린 빛을 옆에서 보는 방식이라, 보통 현미경으로는 볼 수 없던 콜로이드 입자를 관찰할 수 있었고 지그몬디는 1925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습니다.
콜로이드를 뭉치게 하는 방법

콜로이드가 오래 흩어져 있는 데에는 이유가 있고, 그 이유를 없애면 입자를 일부러 뭉치게 할 수 있습니다.
(1) 서로 밀어내는 입자
콜로이드 입자는 겉에 같은 종류의 전기를 띠는 경우가 많아 서로 다가가면 밀어냅니다. 여기에 물 분자가 끊임없이 부딪치며 입자를 이리저리 흔드는 브라운 운동까지 더해져, 입자는 잘 뭉치지도 가라앉지도 않습니다.
(2) 소금이 만드는 엉김
콜로이드에 이온이 많은 물질을 넣으면 입자 표면의 전기가 가려져 입자끼리 달라붙게 되는데, 이를 엉김이라고 합니다. 콩물에 간수를 넣어 두부를 만들거나, 강물에 실려 온 진흙이 바닷물을 만나 하구에 쌓이는 것도 이와 관련된 현상입니다.
(3) 맑은 물을 만드는 응집제
정수장에서는 물속의 아주 작은 흙 입자가 잘 가라앉지 않기 때문에 백반 같은 응집제를 넣습니다. 그러면 작은 입자들이 서로 뭉쳐 큰 덩어리가 되고, 덩어리가 가라앉은 뒤 걸러 내면 물이 맑아집니다.
콜로이드는 녹지도 가라앉지도 않는 작은 입자가 만드는 독특한 상태로, 우유 한 잔과 안개 낀 아침, 두부 한 모 속에 모두 숨어 있습니다. 입자의 크기와 전기적 성질을 이해하면 섞이게 할지 뭉치게 할지를 사람이 직접 고를 수 있습니다.
투명해 보이는 물질 속에도 보이지 않는 입자가 떠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 그것이 혼합물의 숨은 구조를 이해하는 화학적 사고의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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