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 속에 생기는 전기 소용돌이, 와전류(Eddy Current)

기름이 연기를 내는 온도, 발연점(Smoke Point)
대형 마트 창고 한쪽에는 겉포장이 살짝 찌그러졌거나 유통기한이 며칠 남지 않아 진열대에 오르지 못한 식품이 쌓이곤 합니다. 먹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팔기는 어려운 음식입니다. 같은 동네 어딘가에는 끼니를 걱정하는 이웃이 있습니다. 남는 음식과 모자란 식탁 사이를 잇는 다리, 그것이 ‘푸드뱅크(Food Bank)’입니다.
푸드뱅크란 쉽게 말해 ‘먹을 수 있지만 팔기 어려워진 식품을 기부받아 모아 두었다가 끼니가 어려운 사람과 복지 기관에 나누어 주는 기관이자 제도’를 의미합니다. 돈 대신 음식을 맡기고 꺼내 쓰는 은행이라는 뜻에서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본 자료에서는 푸드뱅크가 처음 생겨난 이야기부터 운영 방식, 우리나라의 제도, 그리고 함께 따라오는 고민까지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남는 음식을 모자란 식탁으로, 푸드뱅크의 원리와 과제
푸드뱅크는 어떻게 시작되었나?

세계 최초의 푸드뱅크는 1967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문을 연 세인트 메리 푸드뱅크입니다. 무료 급식소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존 밴 헹겔은 열 명의 아이를 키우는 한 어머니에게서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식료품점 뒤편에 버려지는 음식만으로도 아이들을 먹일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녀가 그 음식 더미를 가리켜 쓴 ‘음식 은행’이라는 말이 훗날 푸드뱅크라는 이름의 바탕이 되었다고 전해집니다.
밴 헹겔은 식료품점을 찾아가 버릴 음식을 기부해 달라고 설득했고, 성당에서 빌린 낡은 건물을 창고로 삼았습니다. 성당의 이름을 따 세인트 메리 푸드뱅크라고 이름 붙였고, 첫해에만 약 25만 파운드, 우리 단위로 110톤이 넘는 식품을 36개 자선 단체에 나누었습니다. 그는 처음 10년 동안 월급을 받지 않고 기부받은 방에서 지내며 일했습니다. 1975년에는 연방 정부의 지원금으로 미국 곳곳에 푸드뱅크 18곳을 세우는 일을 도왔고, 1979년에는 전국 조직인 세컨드 하비스트를 세웠는데, 이 단체가 오늘날의 피딩 아메리카입니다. 이후 푸드뱅크는 1984년 프랑스를 시작으로 유럽과 남미, 아시아로 퍼져 나갔습니다.
음식이 오가는 길, 운영 방식

푸드뱅크는 기부자와 이용자 사이에서 음식을 모으고, 안전하게 보관하고, 필요한 곳에 나누는 일을 맡습니다.
- 기부처(Donor): 식품 제조 기업, 도매상, 마트, 농가, 개인이 남는 식품을 내놓습니다.
- 창고형(Warehouse Model): 큰 창고에 식품을 모아 무료 급식소나 복지 기관 같은 현장 단체에 나누어 줍니다.
- 직접 제공형(Front-line Model): 어려운 가정에 식품 꾸러미를 직접 건넵니다.
- 푸드 팬트리(Food Pantry): 창고형 푸드뱅크에서 식품을 받아 동네 주민에게 직접 나누는 작은 거점입니다.
미국과 호주에서는 한 도시의 푸드뱅크가 거대한 물류 창고처럼 수백 곳의 현장 단체에 식품을 공급하는 방식이 흔합니다. 피를 모아 두었다가 병원에 보내는 혈액은행과 비슷한 구조입니다. 반면 다른 많은 나라에서는 푸드뱅크가 이용자에게 직접 식품을 건넵니다.
어느 방식이든 가장 중요한 일은 안전입니다. 푸드뱅크는 기부받은 식품의 포장 상태와 보관 온도, 표시된 기한을 확인하고, 기한이 지났거나 품질에 문제가 있는 식품은 나누지 않습니다. 냉장·냉동 식품을 다루려면 냉장 창고와 냉장 차량도 갖춰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푸드뱅크와 푸드마켓

우리나라 푸드뱅크는 외환위기로 실직과 결식이 늘어나던 1998년 1월 서울, 부산, 대구, 과천에서 시범사업으로 시작되었습니다. 2000년에는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전국푸드뱅크로 지정되어 전국의 사업장을 잇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2009년에는 기부 식품을 모아 각 지역으로 보내는 중앙물류센터가 대전에 문을 열었고, 이 센터는 2018년 세종시로 옮겨 갔습니다.
(1) 법으로 기부를 뒷받침하다
2006년 「식품기부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습니다. 기부할 때 안전했던 식품이라면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기부자가 뒤에 생긴 사고의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해, 기업이 마음 놓고 음식을 내놓을 수 있게 했습니다. 식품을 기부한 제조·유통 사업자는 그 장부가액 전액을 비용으로 인정받는 세제 혜택도 받습니다. 미국도 1996년 비슷한 취지의 선한 사마리아인 식품 기부법을 만들었습니다. 2016년 개정으로 법의 이름이 「식품등 기부 활성화에 관한 법률」로 바뀌고, 세제와 화장지, 기저귀 같은 생활용품도 기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2) 고르는 기쁨을 주는 푸드마켓
푸드마켓은 이용자가 편의점처럼 꾸민 매장을 직접 찾아와 필요한 물품을 골라 가는 방식입니다. 정해진 꾸러미를 받기만 하는 것보다 선택권을 넓히고, 도움을 받는다는 부담도 덜어 줍니다. 2008년 말 세계 금융위기로 결식 위험이 커지자 정부는 푸드마켓과 물류센터를 크게 늘렸습니다.
푸드뱅크가 함께 안고 있는 고민

푸드뱅크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이웃을 돕는 일석이조의 제도로 꼽히지만, 함께 따져 볼 점도 있습니다.
(1) 영양의 균형
기부 식품은 오래 두어도 상하지 않는 가공식품에 치우치기 쉽습니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은 보관이 어려워 덜 들어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기부량보다 영양을 기준으로 식품을 모으고 나누려는 노력이 늘고 있습니다.
(2) 국가 책임의 빈자리
유엔 식량권 특별보고관을 지낸 올리비에 드 쉬테르는 푸드뱅크가 복지 제도를 대신하는 영구적인 장치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습니다. 굶주림을 막을 일차적 책임은 국가에 있으며, 자선은 그 빈틈을 메우는 보조 수단이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푸드뱅크는 버려질 뻔한 음식에 다시 쓰임을 찾아 주고, 지역의 나눔을 한데 모으는 생활 속 복지 장치입니다. 그 효과를 제대로 살리려면 영양과 존엄, 그리고 공적 복지와의 균형까지 함께 살펴야 합니다.
남는 것을 버리기 전에 그것이 필요한 식탁을 먼저 떠올리는 것, 그것이 나눔으로 지키는 복지의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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