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기 속 물에 스스로 녹는 고체, 조해(Deliquescence)

피해만큼 값을 매긴다, 피구세(Pigouvian Tax)
공장의 기계를 한 대씩 살펴보면 대부분은 바쁘게 돌아가는데, 정작 완성품은 늘 기대만큼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느 기계 앞에는 부품이 산처럼 쌓여 기다리고, 그 뒤의 기계들은 일감이 없어 자주 멈춰 섭니다. 모두가 열심히 일하는데도 전체의 속도는 가장 느린 한 곳에 묶여 있는 것입니다. 이 현상을 경영의 중심에 놓고 바라본 생각이 바로 ‘제약 이론(Theory of Constraints)’입니다.
제약 이론이란 쉽게 말해 ‘모든 시스템의 성과는 가장 약한 한 고리, 즉 제약이 결정하므로 그 제약을 찾아 집중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경영 이론’을 의미합니다. 이스라엘의 물리학자 출신 경영 사상가 엘리야후 골드랫(Eliyahu M. Goldratt)이 1984년 소설 형식의 경영서 『더 골(The Goal)』을 통해 널리 알렸습니다.
본 자료에서는 제약 이론이 무엇이고 왜 한 곳에 집중해야 하는지부터, 제약을 다루는 다섯 단계, 생산 현장에서 쓰이는 북·버퍼·로프 방식, 그리고 이 이론이 남긴 교훈과 한계까지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가장 약한 고리가 전체를 정한다, 제약 이론의 원리와 쓰임
제약 이론이란 무엇인가

제약 이론은 ‘사슬의 강도는 가장 약한 고리의 강도를 넘지 못한다’는 오래된 말에서 출발합니다.
(1) 모든 시스템에는 제약이 있다
회사든 공장이든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 시스템에는 성과를 더 늘리지 못하게 막는 요인이 적어도 하나 있습니다. 만약 아무런 제약이 없다면 성과는 끝없이 늘어나야 하지만, 현실에서 그런 시스템은 없습니다.
(2) 제약은 많지 않다
문제는 여기저기 많아 보여도, 전체 성과를 실제로 묶어 두는 제약은 보통 하나이거나 몇 개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모든 곳을 조금씩 고치기보다 그 한 곳을 찾아내는 일이 먼저입니다. 제약이 아닌 곳을 아무리 개선해도 전체 성과는 거의 달라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3) 제약은 여러 모습으로 나타난다
느린 기계 같은 설비, 숙련된 인력의 부족, 그리고 ‘한 번에 많이 만들어야 효율적이다’ 같은 회사의 규칙이나 관행도 제약이 될 수 있습니다. 시장의 수요가 생산 능력보다 적다면 제약은 회사 바깥, 곧 시장에 있는 셈입니다.

제약을 다루는 다섯 단계

골드랫은 제약을 다루는 순서를 다섯 단계로 정리했습니다. 이를 ‘집중 개선 5단계(Five Focusing Steps)’라고 부릅니다.
(1) 찾는다
시스템 전체의 성과를 묶고 있는 제약이 어디인지 확인합니다. 일감이 가장 많이 쌓여 기다리는 곳이 대표적인 단서입니다.
(2) 최대한 활용한다
돈을 들이기 전에 지금 가진 제약이 단 1분도 헛되이 쉬지 않도록 합니다. 제약에서 잃은 1시간은 시스템 전체가 잃은 1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점심시간에도 교대로 돌리거나, 불량품이 제약을 거치지 않도록 앞에서 미리 걸러 냅니다.
(3) 나머지를 맞춘다
제약이 아닌 공정은 제약의 속도에 맞춰 움직입니다. 다른 공정이 혼자 빨리 돌면 쌓이는 재고만 늘어날 뿐 전체 성과는 늘지 않기 때문입니다.
(4) 능력을 키운다
그래도 부족하면 설비를 더 들이거나 사람을 늘려 제약 자체의 능력을 높입니다.
(5) 처음으로 돌아간다
제약이 풀리면 다른 곳이 새로운 제약이 됩니다. 이때 예전 방식에 머무는 타성이 다음 제약이 되지 않도록 다시 첫 단계부터 시작합니다.
북과 버퍼와 로프

생산 현장에서는 이 원리를 ‘북·버퍼·로프(Drum-Buffer-Rope)’라는 방식으로 옮겨 씁니다.
- 북(Drum): 제약 공정이 일하는 속도입니다. 공장 전체가 이 북소리에 박자를 맞춰 움직입니다.
- 버퍼(Buffer): 제약 앞에 미리 쌓아 두는 여유 일감이나 시간입니다. 앞 공정에 작은 문제가 생겨도 제약이 일감이 없어 멈추는 일을 막아 줍니다.
- 로프(Rope): 원자재를 공정에 투입하는 시점을 제약의 속도에 묶어 두는 장치입니다. 필요 이상으로 일찍 재료를 넣어 재고가 불어나는 것을 막습니다.
『더 골』에는 이를 쉽게 보여 주는 장면이 있습니다. 주인공이 보이스카우트 아이들과 산행을 하는데, 가장 느린 아이 허비 때문에 행렬이 자꾸 길게 늘어집니다. 주인공은 허비를 맨 앞에 세우고 그의 짐을 다른 아이들에게 나누어 줍니다. 그러자 행렬이 흩어지지 않고 전체 속도도 빨라집니다. 가장 느린 곳의 속도에 전체를 맞추고, 그곳의 짐을 덜어 주는 것이 곧 제약을 관리하는 방법이라는 뜻입니다.
제약 이론이 남긴 교훈과 한계

제약 이론은 공장을 넘어 여러 분야로 퍼졌지만, 함께 짚어 볼 점도 있습니다.
(1) 부분의 효율이 전체의 효율은 아니다
모든 기계와 사람을 쉬지 않게 하는 것이 곧 좋은 경영이라는 생각을 뒤집었습니다. 제약이 아닌 곳의 바쁨은 오히려 재고와 혼란을 늘릴 수 있습니다.
(2) 다른 분야로 넓어졌다
골드랫은 1997년 『크리티컬 체인(Critical Chain)』을 통해 이 생각을 프로젝트 관리에 적용했습니다. 공급망, 회계, 영업 관리에도 같은 원리를 쓰려는 시도가 이어졌습니다.
(3) 생각의 도구로도 쓰인다
눈에 보이는 설비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규칙이나 관행이 제약일 때를 위해, 골드랫은 원인과 결과를 나무 모양으로 그려 따져 보는 ‘사고 프로세스(Thinking Processes)’도 내놓았습니다. 무엇을 바꾸고, 무엇으로 바꾸며, 어떻게 바꿀지를 차례로 묻는 도구입니다.
(4) 비판도 있다
다른 계획 기법보다 늘 낫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 예전부터 있던 생산 관리 이론을 많이 빌려 왔다는 지적, 그리고 실제 재무 성과와의 관계를 보여 주는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제약 이론은 복잡해 보이는 조직도 결국 가장 약한 한 고리에 따라 움직인다는 단순한 사실을 일깨웁니다. 모든 곳을 동시에 고치려 애쓰기보다 한 곳에 힘을 모으는 편이 더 큰 변화를 만든다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를 붙잡고 있는 단 하나의 제약이 무엇인지 먼저 묻는 것, 그것이 더 나은 성과를 만드는 경영의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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