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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불을 켠 채 잠시 한눈을 팔면, 팬 위로 가느다란 푸르스름한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합니다. 매캐한 냄새가 부엌에 퍼지고 눈이 따끔거리기도 합니다. 같은 불 세기인데도 어떤 기름은 금세 연기를 내고, 어떤 기름은 한참을 버팁니다. 기름마다 견디는 온도가 다르기 때문인데, 그 경계를 가리키는 말이 ‘발연점(Smoke Point)’입니다.
발연점이란 쉽게 말해 ‘기름이나 지방을 가열할 때 푸르스름한 연기가 끊이지 않고 눈에 띄게 피어오르기 시작하는 온도’를 의미합니다. 기름이 열을 견디지 못하고 분해되기 시작했다는 신호이며, 요리할 때 어떤 기름을 고를지 정하는 기준으로 흔히 쓰입니다.
본 자료에서는 기름이 연기를 내는 원리부터 발연점을 좌우하는 요인, 기름마다 다른 온도, 그리고 발연점만으로는 알 수 없는 것까지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기름이 연기를 내는 온도, 발연점의 원리와 활용

기름은 왜 연기를 낼까?

우리가 먹는 기름의 대부분은 글리세롤 한 분자에 지방산 세 개가 붙은 중성지방입니다. 기름을 오래 또는 세게 가열하면 이 결합이 끊어져 지방산이 떨어져 나오고, 남은 글리세롤은 높은 온도에서 다시 분해되어 아크롤레인이라는 물질이 됩니다. 아크롤레인은 기름 연기의 주된 원인으로, 눈과 코를 따갑게 하는 매캐한 냄새를 냅니다.
(1) 발연점, 인화점, 연소점
기름의 온도를 계속 올리면 세 개의 문턱을 차례로 넘습니다.
- 발연점(Smoke Point): 푸르스름한 연기가 끊이지 않고 피어오르기 시작하는 온도입니다.
- 인화점(Flash Point): 기름에서 나온 증기에 불씨를 대면 순간적으로 불이 붙는 온도로, 발연점보다 훨씬 높습니다.
- 연소점(Fire Point): 불이 붙은 뒤 꺼지지 않고 계속 타오르는 온도입니다.
(2) 연기가 보내는 경고
연기가 난다는 것은 기름이 분해되며 맛과 향이 나빠지고, 몸에 좋지 않은 물질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뜻입니다. 집에서 가끔 생기는 연기를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지만, 좁은 주방에서 오랫동안 많은 연기를 들이마시는 일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발연점을 좌우하는 요인

같은 이름의 기름이라도 발연점은 상황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 유리 지방산(Free Fatty Acid): 중성지방에서 떨어져 나온 지방산이 많을수록 발연점이 낮아집니다.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입니다.
- 정제 정도(Refinement): 정제를 거치며 단백질과 향 성분 같은 불순물이 빠진 기름은 발연점이 높고, 짜낸 그대로의 기름은 낮습니다.
- 지방산 구성(Fatty Acid Composition): 대체로 다가불포화지방산이 많은 기름은 발연점이 낮은 편이고, 포화지방산이 많을수록 높은 편입니다.
- 재사용(Reuse): 한 번 튀김에 쓴 기름은 분해가 진행되어 다음번에는 더 낮은 온도에서 연기를 냅니다.
여기에 기름의 양, 냄비의 크기, 주변 공기의 흐름처럼 측정 환경도 결과를 바꿉니다. 그래서 표에 적힌 발연점은 정해진 조건에서 잰 대략적인 값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기름마다 다른 온도, 요리에 맞게 고르기

발연점이 낮은 기름으로 센 불 요리를 하면 금세 연기가 나고, 음식에 탄 냄새가 뱁니다. 그래서 요리 방법에 맞춰 기름을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1) 대략적인 발연점
버터는 약 150℃로 낮은 편인데, 우유 단백질과 수분을 걸러 낸 정제 버터(기)는 약 250℃까지 올라갑니다.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는 약 190~210℃, 정제한 콩기름과 카놀라유는 약 220~230℃, 정제 아보카도유는 약 270℃ 안팎입니다. 반면 정제하지 않은 아마씨유는 약 107℃에서 연기를 냅니다. 같은 참기름이라도 정제하지 않은 것은 약 177℃로, 정제한 것보다 낮습니다.
(2) 요리 온도와 비교하기
팬에 볶는 요리는 약 120℃, 튀김은 약 160~180℃, 오븐 구이는 평균 약 180℃에서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튀김처럼 온도가 높고 오래 가열하는 요리에는 정제유가 알맞고, 향이 좋은 압착유는 무침이나 마무리에 두르는 용도로 쓰면 맛을 살릴 수 있습니다. 기름 표면이 아른거리며 물결치기 시작하면 연기가 나기 직전이라는 신호이므로, 이때 재료를 넣거나 불을 줄이면 됩니다.
발연점만으로는 알 수 없는 것

발연점이 높다고 해서 무조건 열에 강하고 건강한 기름인 것은 아닙니다.
(1) 산화 안정성(Oxidative Stability)
기름이 열과 산소를 만나 얼마나 천천히 상하는지를 나타내는 산화 안정성이 요리할 때의 실제 성질을 더 잘 보여 준다는 연구가 많습니다.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는 발연점이 아주 높지는 않지만, 단일불포화지방산과 항산화 성분이 많아 오래 가열해도 비교적 잘 버팁니다. 반대로 다가불포화지방산이 많은 기름은 발연점이 높아도 산화가 빨리 진행될 수 있습니다. 보관 상태도 중요합니다. 빛과 공기, 열에 오래 노출된 기름은 산패가 진행되어 유리 지방산이 늘어나고, 그만큼 발연점도 낮아집니다. 뚜껑을 잘 닫아 서늘하고 어두운 곳에 두고, 여러 번 튀김에 쓴 기름은 아끼지 말고 바꾸는 것이 좋습니다.
(2) 연기보다 무서운 불
기름을 계속 가열해 인화점을 넘기면 불이 붙을 수 있습니다. 기름에 붙은 불에 물을 부으면 물이 순식간에 끓어오르며 불붙은 기름이 사방으로 튀므로 절대 물을 부어서는 안 됩니다. 먼저 불을 끄고 뚜껑을 덮어 공기를 막거나, 식용유 화재용 K급 소화기를 쓰는 것이 안전합니다.
발연점은 기름이 열을 견디는 한계를 보여 주는 편리한 눈금이지만, 정제 정도와 사용 횟수에 따라 달라지는 대략적인 값입니다. 요리 온도와 기름의 성질을 함께 따져 보고, 연기가 오르기 전에 불을 조절하는 습관이 맛과 안전을 함께 지켜 줍니다.
팬 위로 연기가 오르기 전에 기름이 보내는 신호를 먼저 읽는 것, 그것이 맛있고 안전한 요리의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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