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르면 전기가 나오는 결정, 압전 효과(Piezoelectric Effect)

영양이 아닌 가공으로 음식을 나눈다, 노바 식품 분류(Nova Food Classification)
회사가 어려워져 일자리를 잃어도 곧 새 일을 구할 수 있고, 그동안 생활비와 교육이 보장된다면 직장을 옮기는 일이 그리 무섭지 않을 것입니다. 반대로 한번 들어가면 쉽게 나올 수 없는 직장은 안정적이지만, 회사도 새 사람을 뽑기를 꺼려 일자리 문턱이 높아집니다. 이 두 걱정을 한꺼번에 풀어 보려는 시도가 있습니다.
그 이름이 바로 ‘유연안정성(Flexicurity)’입니다. 유연성을 뜻하는 영어 ‘flexibility’와 안정성을 뜻하는 ‘security’를 합친 말로, 기업이 사람을 쉽게 뽑고 내보낼 수 있는 유연한 노동시장과 일자리를 잃은 사람의 생활을 지켜 주는 두터운 사회 보장을 함께 가져가는 방식입니다. 이 말은 1990년대 덴마크의 사회민주당 출신 총리 포울 뉘루프 라스무센이 만들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본 자료에서는 유연안정성이 무엇을 지키려는 제도인지, 덴마크의 ‘황금 삼각형’ 구조, 그 뿌리와 비용, 그리고 유럽연합으로 퍼진 과정과 이에 대한 비판까지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유연함과 든든함을 함께 쥐는 제도
일자리가 아니라 사람을 지킨다는 발상

유연안정성의 핵심은 안정의 대상을 바꾸는 데 있습니다. 한 회사의 한 자리를 평생 지켜 주는 대신, 어떤 일자리에 있든 일하는 사람의 삶이 흔들리지 않게 받쳐 주는 것입니다.
(1) 유연성의 두 얼굴
유연성은 기업이 일손을 쉽게 늘리고 줄이는 ‘수량적 유연성’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기술을 배워 다른 일을 맡을 수 있게 하는 ‘기능적 유연성’도 함께 들어 있습니다.
(2) 안정성의 새로운 뜻
안정성은 한 직장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일을 잃더라도 소득이 끊기지 않고 다음 일자리로 무리 없이 건너갈 수 있다는 믿음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실업급여와 직업 교육이 안정성의 중심에 놓입니다.
(3) 서로 맞서지 않는 두 가치
흔히 유연성은 기업의 이익, 안정성은 노동자의 이익이라고 생각하지만 유연안정성은 두 가치를 서로 보완하는 관계로 봅니다. 이직이 쉬워지면 기업이 사람을 더 선뜻 뽑고, 안전망이 든든하면 노동자가 변화를 덜 두려워한다는 논리입니다.
덴마크의 황금 삼각형

덴마크 정부는 자국의 방식을 ‘황금 삼각형’이라는 말로 설명합니다. 세 변이 서로를 받쳐 주어야 모양이 서는 삼각형처럼, 아래 세 가지가 함께 돌아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 유연한 노동시장(Flexible Labour Market): 사용자는 필요에 따라 비교적 쉽게 사람을 채용하고 해고할 수 있어, 일자리가 오가는 흐름이 빠릅니다.
- 사회 보장(Social Security): 일자리를 잃은 사람에게 상당한 수준의 실업 급여가 주어져 생활을 지탱할 수 있습니다.
-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Active Labour Market Policy): 실업자에게 직업 교육과 구직 지원을 제공하는 대신, 일자리를 찾으려는 노력도 요구합니다.
세 번째 변에서 눈여겨볼 점은 ‘권리와 의무’라는 짝입니다. 덴마크에서는 활성화, 곧 실업자를 일하는 쪽으로 이끄는 일을 실업자의 권리이자 의무로 봅니다. 돈만 주는 복지가 아니라 다시 일터로 돌아오도록 이끄는 복지라는 점이 이 모델의 특징입니다.

오랜 합의와 비싼 값

유연안정성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긴 제도가 아닙니다. 노사가 오랜 세월 협상해 온 전통 위에 1990년대의 개혁이 얹혀 만들어졌습니다.
(1) 19세기 말의 노사 합의
덴마크의 뿌리는 1899년 사용자 단체와 노동조합이 맺은 ‘9월 타협’으로 올라갑니다. 흔히 노동시장 헌법이라 불리는 이 합의는 1960년에 기본 협약으로 고쳐졌고, 노조의 결사 자유와 함께 사용자가 필요할 때 사람을 뽑고 내보낼 권리를 인정했습니다.
(2) 1990년대 개혁
1990년대 초 덴마크는 높은 실업을 줄이려고 재정 정책을 손보았고, 1994년과 1996년의 노동시장 개혁으로 유연성에 두터운 복지와 적극적인 활성화 정책을 짝지었습니다. 이 조합이 훗날 유연안정성이라 불리게 되었습니다.
(3) 치러야 하는 값
실업급여와 직업 훈련에는 큰 돈이 듭니다. 덴마크는 세율이 높은 나라이고, 그 부담은 소득이 높은 사람에게 더 크게 돌아갑니다. 이 개념이 임금이 높고 누진세가 뚜렷한 나라에서 발전했다는 점도 다른 나라에 그대로 옮기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유럽으로 퍼진 모델과 따라붙는 비판

덴마크의 경험은 이웃 나라와 유럽연합으로 번졌습니다. 네덜란드도 노동법을 고쳐 비슷한 방향의 제도를 도입했지만, 안정성과 유연성의 균형이 한쪽으로 기울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1) 유럽연합의 네 가지 구성 요소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유연안정성을 네 가지가 맞물린 종합 전략으로 설명합니다. 유연하고 믿을 만한 계약, 폭넓은 평생 학습, 효과적인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그리고 직장을 옮기는 동안 소득을 받쳐 주는 현대적 사회보장입니다.
(2) 나라마다 다른 길
2007년 12월 유럽연합 고용사회각료이사회는 유연안정성의 공통 원칙을 채택했습니다. 이 원칙은 모든 나라에 맞는 단일한 모델은 없다고 못 박고, 나라 사정에 맞춘 맞춤형 경로를 권했습니다.
(3) 안과 밖의 간격 좁히기
이 접근은 안정된 일자리를 가진 사람과 실업자나 불안정 노동자 사이의 틈, 곧 노동시장의 분절을 좁히는 수단으로도 주목받았습니다. 청년이나 이주민처럼 바깥에 놓이기 쉬운 사람에게 건너갈 디딤돌을 놓겠다는 생각입니다.
(4) 말뿐인 결합이라는 비판
한편에서는 유연안정성이 서로 반대되는 낱말을 말로만 묶은 것이라, 어떤 정책 조합에도 붙일 수 있다고 비판합니다. 이름만 같고 내용이 전혀 다른 정책이 같은 간판 아래 섞일 수 있다는 점은 이 개념을 접할 때 늘 염두에 둘 부분입니다.
유연안정성은 일자리를 바꾸기 쉬운 노동시장과 바뀐 자리에서도 삶이 무너지지 않게 하는 안전망을 한 묶음으로 보는 생각입니다. 어느 한쪽만 키우면 불안하거나 굳어 버린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고, 그 균형을 맞추는 일에는 돈과 신뢰와 오랜 합의가 필요합니다.
변화를 막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건널 다리를 놓는 것이 안정이라는 점을 아는 것, 그것이 유연안정성 이해의 첫걸음입니다.
이 글 PDF 구매
1,000원한국어 PDF · 같은 계정으로 다시 다운로드할 수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