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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훌륭한 사내 자료 검색 시스템을 새로 들였는데, 막상 직원들은 여전히 옆자리 동료에게 묻거나 예전 방식대로 일한다는 이야기를 들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검색 속도도 빠르고 자료도 풍부한데 왜 아무도 쓰지 않을까요? 이 물음에 60여 년 전 한 정보과학자가 내놓은 답이 바로 ‘무어스의 법칙(Mooers’ Law)’입니다.
무어스의 법칙이란 쉽게 말해 ‘정보를 갖는 것이 갖지 않는 것보다 더 괴롭고 번거로운 곳에서는 아무리 좋은 정보 검색 시스템도 잘 쓰이지 않는다’는 원리를 의미합니다. 반도체 성능이 두 배씩 늘어난다는 무어의 법칙(Moore’s Law)과 이름이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본 자료에서는 무어스의 법칙이 나온 배경부터 법칙의 정확한 뜻, 흔히 생기는 오해, 그리고 도서관과 조직이 이 법칙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까지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정보를 피하는 사람들의 심리와 시스템 설계
무어스의 법칙은 어디에서 나왔는가?

이 법칙을 만든 사람은 미국의 정보과학자 캘빈 무어스(Calvin N. Mooers)입니다. 그는 1950년 ‘정보 검색(Information Retrieval)’이라는 말을 처음 만든 인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위치나 존재 여부조차 미리 알 수 없는 정보를 찾아내는 일을 이 말로 정의했습니다. 카드에 여러 주제 부호를 겹쳐 새겨 문헌을 찾는 자토코딩(Zatocoding) 방식을 만든 것도 그였습니다.
1959년 10월, 무어스는 미국 리하이 대학교에서 열린 미국문헌협회(American Documentation Institute) 연례 회의의 토론 자리에서 한 가지 의문을 던졌습니다. 기술적으로 꽤 엉성한 검색 시스템은 열심히 쓰이는데, 훨씬 뛰어난 시스템은 거의 쓰이지 않는 일이 왜 생기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이 현상을 설명하려고 관료 조직의 팽창을 꼬집은 ‘파킨슨의 법칙’에 빗대어 자기 이름을 붙인 법칙을 내놓았고, 이 발언은 이듬해인 1960년 학술지 《아메리칸 도큐멘테이션(American Documentation)》에 실렸습니다.
법칙이 말하는 정확한 뜻

무어스가 남긴 원래 문장을 우리말로 옮기면 ‘정보 검색 시스템은 고객이 정보를 갖는 것이 갖지 않는 것보다 더 괴롭고 번거로운 경우에는 언제나 쓰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내용입니다. 그는 이 결론이 비관적이고 냉소적으로 들릴 수 있다고 스스로 인정하면서도, 오랜 경험에서 나온 생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검색이 어렵다는 점이 아니라 정보를 ‘갖는 일’ 자체가 부담스럽다는 점입니다.
무어스는 정보를 갖는 것이 왜 괴로운지 단계별로 설명했습니다.
(1) 읽고 이해해야 하는 부담
정보를 받으면 먼저 읽어야 하고, 이해하려면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이것만으로도 시간과 노력이 듭니다.
(2) 결정과 행동을 요구하는 부담
알게 된 정보는 새로운 결정을 요구하고, 그 결정은 번거로운 작업이나 출장, 껄끄러운 면담 같은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3) 잘못이 드러나는 부담
정보를 들여다보면 내 일이 틀렸거나 이미 다른 사람이 해 놓은 일이라는 사실이 드러날 수 있습니다. 차라리 모르는 편이 마음 편한 셈입니다.
무어스는 정보를 많이 찾아 써도 칭찬받지 못하고 오히려 일만 늘어나는 조직 분위기에서는 사람들이 일부러 검색을 피한다고 보았습니다.

흔히 생기는 오해와 현실 속 사례

무어스의 법칙은 ‘사람은 쓰기 편한 시스템만 쓴다’는 뜻으로 자주 바뀌어 전해집니다. 실제로 1987년에는 “정보 시스템은 쓰지 않는 것이 쓰는 것보다 더 번거로울 때만 쓰인다”라는 식으로 고쳐 말한 표현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사용 편의성은 문헌정보학에서 ‘최소 노력의 원리’가 주로 다루는 문제이고, 무어스의 원래 관심은 정보가 가져오는 결과와 책임이었습니다.
일상에서도 이런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 건강검진(Health Checkup): 나쁜 결과를 들으면 생활을 바꿔야 하므로 검진 결과지를 펼쳐 보지 않고 미루는 사람이 있습니다.
- 사내 지식관리(Knowledge Management): 기존 보고서를 찾으면 이미 끝낸 기획을 다시 해야 할 수 있어 검색 없이 새로 시작하기도 합니다.
- 선행 연구 조사(Literature Review): 내 연구와 똑같은 논문이 이미 있을까 봐 깊이 찾아보기를 꺼리는 연구자도 있습니다.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조슈아 레더버그(Joshua Lederberg)는 이 법칙을 “사람들은 모르는 대가가 배우는 대가보다 훨씬 크지 않으면 정보를 거부한다”라고 짧게 풀이했습니다.
무어스의 법칙이 남긴 교훈

무어스의 법칙이 주는 가장 큰 교훈은 검색 시스템의 성능만 높여서는 이용이 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무어스 자신도 더 빠르고 더 큰 시스템을 만든다고 해서 사람들이 더 많이 쓸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용을 늘리려면 정보를 찾아 활용한 사람이 손해 보지 않고 오히려 인정받는 환경이 먼저 갖춰져야 합니다. 예를 들어 기존 자료를 찾아 중복 작업을 막은 직원을 칭찬하고, 불편한 사실을 보고한 사람에게 책임을 떠넘기지 않는 문화가 필요합니다.
정보과학자 유진 가필드(Eugene Garfield)는 여기에 ‘검색 시스템이 더 관련 있는 정보를 줄수록 더 많이 쓰인다’는 따름 원리를 덧붙였습니다. 도서관과 정보 서비스가 이용자의 실제 필요와 일하는 방식에 맞춰 꼭 필요한 정보만 골라 건네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무어스의 법칙은 정보가 많을수록 좋다는 믿음에 정면으로 질문을 던졌습니다. 사람은 정보를 무조건 반기지 않으며, 정보가 가져올 부담이 크면 차라리 모르는 쪽을 고르기도 합니다.
그래서 좋은 정보 서비스는 기술뿐 아니라 정보를 받아 들 사람의 마음과 환경까지 함께 설계해야 합니다. 정보를 아는 것이 모르는 것보다 이로운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것이 사랑받는 정보 시스템의 첫걸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