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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계획을 세울 때 어떤 사람은 지도에도 잘 나오지 않는 낯선 마을부터 찾고, 어떤 사람은 이미 수많은 사람이 다녀간 유명 휴양지의 호텔부터 예약합니다. 같은 휴가라도 사람마다 끌리는 여행지가 이렇게 다른 이유를 성격으로 설명하고, 나아가 여행지의 흥망까지 풀어낸 이론이 바로 ‘플로그 모형(Plog’s Psychographic Model)’입니다.
플로그 모형이란 쉽게 말해 ‘여행자를 모험을 즐기는 성향과 익숙함을 찾는 성향 사이의 한 줄 위에 놓고, 어떤 성향의 여행자가 찾아오는지에 따라 여행지의 인기가 오르내린다고 보는 이론’을 의미합니다. 관광학 교과서라면 거의 빠짐없이 등장하는 고전 모형입니다.
본 자료에서는 플로그 모형이 탄생한 배경과 다섯 가지 여행자 유형부터 여행지가 뜨고 지는 흐름, 그리고 이 모형의 한계와 활용법까지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여행자의 성격으로 읽는 여행지의 흥망
플로그 모형이란 무엇인가?

플로그 모형은 미국의 시장 조사 전문가 스탠리 플로그(Stanley Plog)가 만들었습니다. 1967년 무렵 그의 회사는 항공사와 항공기 제조사 등 여러 기업의 의뢰를 받아 ‘왜 어떤 사람들은 비행기를 타지 않으려 하는가’를 조사했습니다. 비행기를 꺼리는 사람들의 성격을 분석하던 중, 플로그는 성격이 여행지 선택과도 깊이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이 결과를 1974년 코넬대학교의 호텔 경영 학술지에 「여행지는 왜 인기가 오르고 떨어지는가」라는 논문으로 발표했습니다. 이 논문은 지금까지도 관광 연구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글 가운데 하나입니다.
- 알로센트릭(Allocentric): 바깥 세계에 관심이 많고 자신감이 넘쳐 낯설고 새로운 곳을 찾아 나서는 여행자입니다.
- 사이코센트릭(Psychocentric): 조심스럽고 모험을 꺼려 익숙하고 편안한 곳을 고르는 여행자입니다.
- 미드센트릭(Midcentric): 두 성향을 적당히 섞어 지닌 여행자로, 전체 여행자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플로그 모형의 다섯 가지 여행자 유형

플로그는 여행자를 한 줄 위에 늘어놓으면 가운데가 가장 볼록한 종 모양의 정규 분포가 된다고 보았습니다. 양 끝의 극단적인 사람은 적고, 가운데 무난한 사람이 많다는 뜻입니다.
(1) 알로센트릭과 준알로센트릭
알로센트릭은 개발되지 않은 오지로 비행기를 타고 떠나며, 숙소와 음식이 불편해도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정해진 일정보다 자유롭게 움직이는 여행을 좋아합니다. 준알로센트릭(Near-Allocentric)은 새로움을 좋아하지만 어느 정도의 편안함은 원합니다.
(2) 미드센트릭
가장 큰 무리로, 이미 어느 정도 알려지고 시설도 갖춰진 곳에서 적당한 새로움을 즐깁니다.
(3) 준사이코센트릭과 사이코센트릭
사이코센트릭은 자동차로 갈 수 있는 친숙한 곳, 호텔과 식당과 상점이 잘 갖춰진 곳을 고릅니다. 일정이 꼼꼼히 짜인 패키지여행을 좋아하고, 현지에서도 집과 비슷한 편안함을 기대합니다. 준사이코센트릭(Near-Psychocentric)은 여러 사람이 다녀가 검증된 곳이라면 기꺼이 찾아갑니다.
플로그는 2001년 논문을 손보며 알로센트릭을 ‘모험가형(Venturer)’, 사이코센트릭을 ‘안전 추구형(Dependable)’이라는 쉬운 이름으로 바꾸어 부르기도 했습니다.

쉬운 예시로 이해하는 여행지의 흥망

플로그 모형의 진짜 힘은 여행자 유형을 여행지의 일생과 이어 붙인 데 있습니다.
[1단계] 모험가가 먼저 발견한다
외딴 해변 마을에 배낭을 멘 모험가 몇 명이 찾아옵니다. 숙소는 민박 몇 곳뿐이지만, 이들은 때 묻지 않은 풍경에 반해 이야기를 퍼뜨립니다.
[2단계] 다수가 몰려온다
소문을 들은 준알로센트릭이 뒤따르고, 곧 호텔과 식당이 들어서며 가장 큰 무리인 미드센트릭이 몰려옵니다. 관광객 수가 정점에 이르는 시기입니다.
[3단계] 개성을 잃고 시든다
대형 리조트와 기념품 가게가 늘어나면 마을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휴양지가 됩니다. 처음의 모험가들은 이미 다른 곳으로 떠났고, 결국 익숙함을 찾는 소수만 남아 인기가 줄어듭니다. 플로그는 여행지가 스스로 성장하는 과정 속에 몰락의 씨앗을 함께 품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플로그 모형의 한계와 현명한 활용법

플로그 모형은 직관적이지만 비판도 많이 받았습니다. 1990년 스티븐 스미스(Stephen Smith)는 일곱 나라의 여행자 자료로 이 모형을 시험했지만 뚜렷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한 사람도 출장, 신혼여행, 가족 여행처럼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곳을 고르기 마련입니다.
2006년 스티븐 리트빈(Stephen Litvin)의 연구는 흥미로운 결론을 내놓았습니다. 이 모형이 사람들이 실제로 가는 곳은 잘 맞히지 못하지만, 마음속으로 가장 가고 싶어 하는 곳은 꽤 잘 설명한다는 것입니다. 시간과 돈의 제약이 성향을 가로막는다는 뜻입니다.
- 관광지 관리(Destination Management): 여행지가 미드센트릭 쪽으로 기울 때 고유한 개성을 지켜 다음 단계의 쇠퇴를 늦출 수 있습니다.
- 시장 세분화(Market Segmentation): 여행사와 지자체는 겨냥하는 여행자 유형에 맞춰 상품과 홍보 방식을 달리할 수 있습니다.
플로그 모형은 여행자를 모험가형과 안전 추구형 사이의 다섯 유형으로 나누고, 여행지가 모험가에게 발견되어 다수에게 사랑받다가 개성을 잃으며 시드는 흐름을 설명합니다. 모든 여행을 맞히는 공식은 아니지만, 여행지가 왜 변하는지 살펴보는 좋은 렌즈가 됩니다.
내가 어떤 여행자인지, 그리고 내가 찾는 여행지가 지금 어느 단계에 있는지 함께 헤아려 보는 것, 그것이 더 깊이 있는 여행의 첫걸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