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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에서 평소보다 훨씬 좋은 점수를 받은 학생이 다음 시험에서는 조금 내려오고, 유난히 망친 학생은 다음에 조금 오르는 일이 흔합니다. 칭찬을 들은 직원이 다음 달에 주춤하고, 꾸중을 들은 직원이 다음 달에 나아지는 모습도 자주 보입니다. 이때 많은 사람이 칭찬이나 꾸중의 효과를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특별한 원인이 없어도 생기는 통계적 현상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이 바로 ‘평균으로의 회귀(Regression Toward the Mean)’입니다.
평균으로의 회귀란 쉽게 말해 ‘한 번 극단적으로 높거나 낮게 나온 값은, 다시 재면 평균에 더 가까운 값이 나오기 쉽다’는 뜻입니다. 측정값에는 늘 실력이나 본래 성질 말고도 그날의 운과 오차가 섞여 있고, 극단값일수록 그 운이 한쪽으로 크게 쏠렸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본 자료에서는 평균으로의 회귀의 뜻과 골턴의 발견부터 극단이 평균 쪽으로 돌아오는 원리, 생활 속 쉬운 사례, 그리고 회귀를 원인으로 착각하지 않는 방법까지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평균으로의 회귀가 숫자를 읽는 법을 바꾼다
평균으로의 회귀의 뜻과 골턴의 발견

이 현상에 이름을 붙인 사람은 영국의 과학자 프랜시스 골턴(Francis Galton)입니다. 골턴은 완두콩 씨앗 실험에 이어 1886년 부모 약 205쌍과 성인 자녀 약 930명의 키를 부모의 키와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아주 큰 부모의 자녀는 대체로 부모보다 덜 컸고, 아주 작은 부모의 자녀는 대체로 부모보다 덜 작았습니다. 자녀 키가 평균에서 벗어난 정도는 부모가 벗어난 정도의 약 3분의 2였습니다.
골턴은 이를 ‘평범함으로의 회귀(Regression Towards Mediocrity)’라고 불렀고, 오늘날 회귀분석의 ‘회귀’라는 말도 여기서 나왔습니다. 중요한 점은 사람들의 키가 세대마다 점점 비슷해진다는 뜻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극단에서 출발한 집단을 다시 재면 평균 쪽으로 다가가지만, 전체 분포의 퍼짐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 극단값(Extreme Value): 평균에서 크게 벗어난 측정값으로, 회귀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출발점입니다.
- 상관계수(Correlation Coefficient): 두 측정이 얼마나 함께 움직이는지 나타내며, 1보다 작을수록 회귀가 커집니다.
- 측정 오차(Measurement Error): 같은 대상을 다시 재도 값이 조금씩 달라지게 만드는 우연한 흔들림입니다.
왜 극단은 평균 쪽으로 돌아오는가

평균으로의 회귀는 신비한 힘이 아니라 측정의 구조에서 나옵니다. 어떤 결과든 ‘본래 수준’과 ‘그때의 우연’을 더한 값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1) 결과는 실력과 운의 합이다
최고 점수를 낸 사람은 실력도 좋았겠지만, 그날 운까지 좋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다음 측정에서 운은 새로 정해지므로, 같은 행운이 반복되기는 어렵습니다.
(2) 두 측정의 상관이 약할수록 많이 돌아온다
키처럼 부모와 자녀 사이 상관이 비교적 큰 값은 조금만 돌아오고, 하루 매출이나 경기 기록처럼 우연의 몫이 큰 값은 많이 돌아옵니다. 두 측정이 완전히 같이 움직이면 회귀는 사라집니다.
(3) 개인의 운명이 아니라 집단의 경향이다
모든 우등생이 다음 시험에서 반드시 떨어진다는 뜻은 아닙니다. 극단에서 고른 집단의 평균이 다음 측정에서 전체 평균 쪽으로 옮겨 간다는 확률적 경향입니다. 거꾸로 이번 시험의 최고 득점자들을 지난 시험에서 찾아봐도 평균에 더 가까웠던 경우가 많습니다. 회귀는 시간의 방향과 상관없이 극단을 기준으로 고를 때 나타납니다.
생활 속 쉬운 사례로 이해하기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은 이스라엘 공군 비행 교관들에게서 유명한 반론을 들었습니다. 훌륭한 비행을 칭찬하면 다음에 못하고, 서툰 비행을 꾸짖으면 다음에 나아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카너먼은 이것이 칭찬과 꾸중의 효과가 아니라 평균으로의 회귀라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잘한 다음에는 원래 내려오기 쉽고, 못한 다음에는 원래 오르기 쉬우니 꾸중이 효과 있어 보였던 것입니다.
자주 만나는 회귀의 장면
- 2년 차 징크스(Sophomore Slump): 데뷔 시즌에 돋보인 선수가 다음 시즌에 평범해 보이는 일에는 회귀의 몫이 큽니다.
- 증상이 심할 때의 치료(Treatment at the Peak): 가장 아플 때 병원을 찾으므로, 어떤 처치를 하든 그 뒤에 나아진 것처럼 보이기 쉽습니다.
- 기업 실적의 수렴(Profit Convergence): 1933년 호러스 시크리스트(Horace Secrist)는 잘나가던 기업이 평범해지는 현상을 경영의 법칙으로 해석했지만, 통계학자 해럴드 호텔링(Harold Hotelling)은 회귀만으로 설명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회귀를 원인으로 착각하지 않는 법

평균으로의 회귀가 위험한 이유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생기는 변화를 우리가 한 일의 효과로 믿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이를 회귀의 오류(Regression Fallacy)라고 부릅니다.
(1) 비교할 집단을 함께 본다
새 교육법이나 치료법을 평가할 때는 같은 조건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대조군도 함께 재야 합니다. 두 집단이 똑같이 나아졌다면 그 차이는 회귀일 가능성이 큽니다. 임상 시험에서 위약군을 두는 이유 중 하나도 여기에 있습니다.
(2)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잰다
선발과 평가를 같은 한 번의 측정으로 하지 말고, 여러 번 잰 평균으로 판단하면 우연의 몫이 줄어듭니다.
(3) 극단 뒤의 변화는 해석을 미룬다
최고나 최악의 기록 직후에 나온 변화는 먼저 회귀를 의심하고, 충분한 기간이 지난 뒤에 원인을 따져 봅니다.
평균으로의 회귀는 극단적인 결과 속에 섞인 우연이 다음 측정에서 사라지며 값이 평균 쪽으로 다가가는 통계적 현상입니다. 골턴의 키 연구에서 시작된 이 생각은 칭찬과 꾸중, 치료 효과, 기업 실적을 판단하는 눈을 더 차분하게 만들어 줍니다.
놀라운 숫자 뒤에 찾아온 변화를 보고 원인부터 찾기 전에 우연이 돌아온 몫을 먼저 따져 보는 것, 그것이 평균으로의 회귀를 일상에 적용하는 지혜의 첫걸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