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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세상은 금방이라도 뒤집힐 것처럼 떠들썩해집니다. 뉴스마다 그 기술이 몇 년 안에 모든 것을 바꿀 것이라고 말하고, 투자금이 몰리고, 너도나도 관련 사업에 뛰어듭니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나도 생활이 생각만큼 달라지지 않으면 사람들은 금세 실망하고 그 기술을 잊어버립니다.
이 익숙한 장면을 한 문장으로 정리한 말이 바로 ‘아마라의 법칙(Amara’s Law)’입니다. 아마라의 법칙이란 쉽게 말해 사람들은 새 기술의 효과를 짧은 기간에는 지나치게 크게 보고, 긴 기간에는 지나치게 작게 보는 경향이 있다는 격언을 의미합니다. 처음의 기대는 부풀려지고, 정작 세상을 크게 바꾸는 긴 변화는 과소평가된다는 뜻입니다.
본 자료에서는 아마라의 법칙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왜 이런 착시가 생기는지, 역사 속에서 이 법칙이 들어맞은 사례와 새 기술을 차분하게 바라보는 방법까지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기술의 미래를 내다볼 때 빠지기 쉬운 함정
미래학자 로이 아마라의 한마디

이 법칙의 이름은 미국의 미래학자 로이 아마라(Roy Amara)에게서 왔습니다.
(1) 미래를 연구한 사람
로이 아마라는 스탠퍼드 연구소(SRI)에서 일했고, 이후 미래를 연구하는 기관인 미래연구소(Institute for the Future)의 소장을 지냈습니다. 그는 기술과 사회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는 방법을 오랫동안 연구했습니다.
(2) 법칙이 된 격언
그가 남긴 말은 “우리는 기술의 효과를 단기적으로는 과대평가하고, 장기적으로는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한 문장입니다. 1970년대 후반부터 알려진 이 말은 그의 이름이 붙어 아마라의 법칙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다만 이것은 자연의 법칙이 아니라, 사람들이 미래를 예측하는 습관을 오랫동안 지켜본 끝에 얻은 경험칙입니다.
(3) 비슷한 말들
마이크로소프트를 세운 빌 게이츠도 1996년 책 『미래로 가는 길(The Road Ahead)』에서 사람들은 앞으로 2년 동안의 변화는 과대평가하고 10년 동안의 변화는 과소평가한다는 비슷한 말을 남겼습니다.
기대와 실망이 엇갈리는 이유

아마라의 법칙은 기술 자체보다 그 기술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을 설명하는 말에 가깝습니다.
- 새로움에 대한 흥분(Novelty Excitement): 처음 보는 기술은 눈에 잘 띄고 이야깃거리가 많아, 사람들은 그 기술이 곧바로 일상을 바꿀 것이라 쉽게 믿습니다.
- 직선적 사고(Linear Thinking): 사람들은 변화가 일정한 속도로 이어진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초반의 느린 발전을 보고 실망하고, 나중에 속도가 붙는 변화는 미처 내다보지 못합니다.
- 함께 바뀌어야 할 것들(Complementary Changes): 기술이 제 힘을 내려면 도로, 법, 교육, 일하는 방식까지 함께 바뀌어야 하는데, 이런 변화에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1) 짧게는 실망, 길게는 놀람
결국 처음 몇 년은 기대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아 실망이 커지고, 주변 환경이 천천히 갖춰진 뒤에야 예상을 뛰어넘는 변화가 한꺼번에 나타납니다.
(2) 기대를 키우는 목소리들
새 기술을 팔려는 기업, 투자금을 모으려는 사람들, 관심을 끌려는 언론이 한목소리로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도 합니다. 그래서 초기의 예측은 실제보다 밝게 그려지기 쉽고, 그만큼 뒤따르는 실망도 커집니다.
역사 속의 아마라의 법칙

이 법칙은 여러 기술의 역사에서 되풀이되어 나타났습니다.
(1) 공장의 전기 모터
공장에 전기가 들어온 뒤에도 생산성은 한동안 크게 오르지 않았습니다. 증기 기관 시절의 공장 구조를 그대로 둔 채 모터만 바꿔 달았기 때문입니다. 공장 배치와 작업 방식을 전기에 맞게 새로 짠 뒤에야, 수십 년에 걸쳐 생산성이 크게 뛰어올랐습니다.
(2) 인터넷과 닷컴 거품
1990년대 후반에는 인터넷 기업이라면 무엇이든 성공할 것처럼 여겨져 주가가 치솟았습니다. 2000년 무렵 거품이 꺼지자 많은 사람이 인터넷의 가능성을 의심했지만, 이후 인터넷은 쇼핑과 은행 업무, 소통 방식까지 바꾸며 당시의 기대보다 훨씬 깊이 생활 속으로 들어왔습니다.
(3) 하이프 사이클
조사 기관 가트너(Gartner)는 1995년부터 새 기술이 기대의 정점과 환멸의 골짜기를 지나 실제 쓸모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래프로 그린 ‘하이프 사이클(Hype Cycle)’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이 그래프는 아마라의 법칙을 그림으로 보여 주는 것과 같습니다.

새 기술을 차분하게 바라보는 법

아마라의 법칙은 새 기술 앞에서 들뜨지도, 너무 쉽게 포기하지도 말라는 조언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1) 짧은 기간의 약속은 의심하기
“몇 년 안에 모든 것이 바뀐다”는 말을 들으면, 그 변화에 필요한 기반 시설과 제도가 이미 갖춰져 있는지 먼저 따져 보는 것이 좋습니다.
(2) 긴 기간의 변화는 준비하기
반대로 한동안 잠잠해진 기술이라도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면, 10년 뒤의 모습을 상상하며 배우고 준비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3) 실망의 시기를 기회로 보기
관심이 식은 시기는 오히려 차분하게 기술의 쓸모를 살펴보고, 남들보다 먼저 제대로 익힐 수 있는 때이기도 합니다.
(4) 기간을 나누어 생각하기
한 기술의 미래를 내다볼 때 1년 뒤, 5년 뒤, 10년 뒤처럼 기간을 나누어 따로 생각해 보면 지나친 기대와 지나친 무관심을 함께 줄일 수 있습니다.
아마라의 법칙은 기술의 속도가 아니라 우리의 기대가 얼마나 쉽게 흔들리는지를 보여 줍니다. 요란한 첫인상과 조용한 긴 변화 사이의 차이를 알면, 새 기술을 둘러싼 소란 속에서도 중심을 잡을 수 있습니다.
오늘의 소란과 내일의 변화를 구분해서 바라보는 것, 그것이 기술의 미래를 슬기롭게 내다보는 지혜의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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