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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수와 인용을 한 숫자로 묶다, h 지수(h-index)

연구자 두 명이 있다고 해 보겠습니다. 한 사람은 논문을 100편 냈지만 대부분 거의 인용되지 않았고, 다른 사람은 논문이 10편뿐이지만 한 편 한 편이 꾸준히 인용되었습니다. 논문 수만 세면 앞사람이 앞서고, 인용 횟수만 더하면 한두 편의 대표작이 전체를 끌어올려 실상이 가려질 수 있습니다. 이 두 가지를 한꺼번에 담아 한 숫자로 나타내려는 시도가 바로 h 지수입니다.

h 지수(h-index)란 쉽게 말해 ‘인용이 h번 이상 된 논문이 h편 이상 있을 때의 가장 큰 h’를 의미합니다. 2005년 물리학자 호르헤 허시(Jorge E. Hirsch)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고, 제안한 사람의 성을 따서 허시 지수(Hirsch index)라고도 부릅니다. 계산이 단순해서 금세 퍼졌고 지금도 연구자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자주 눈에 띕니다.

본 자료에서는 h 지수를 계산하는 방법부터 이 숫자가 담는 뜻과 장점, 분야와 경력에 따른 한계, 그리고 보완하려는 변형 지표와 올바르게 읽는 자세까지 차례로 정리합니다.


논문 수와 인용을 함께 담는 숫자

h 지수는 어떻게 계산하는가?

연구자의 책상 위에 인쇄된 학술 논문들이 높은 더미부터 낮은 더미 순서로 가지런히 놓이고 옆에 공책과 연필이 있는 모습

계산 순서는 간단합니다. 한 연구자의 논문을 인용이 많은 순서대로 줄 세운 뒤, 앞에서부터 번호를 매깁니다. 그러다가 ‘번호보다 인용 횟수가 작아지는 첫 지점’ 바로 앞의 번호가 h 지수입니다.

(1) 예시로 계산하기
논문 다섯 편의 인용 횟수가 많은 순서로 10, 8, 5, 4, 3이라고 해 보겠습니다. 4번째 논문은 인용이 4회로 번호 4 이상이지만, 5번째 논문은 인용이 3회라서 번호 5에 못 미칩니다. 따라서 h 지수는 4입니다.

h 지수 계산 예시를 보여 주는 인포그래픽. 맨 위에 h 지수 계산 예시라는 제목과 인용이 많은 순서로 줄 세운다는 부제가 있습니다. 아래에는 막대 다섯 줄이 길이가 차츰 짧아지며 이어집니다. 1번 인용 10회, 2번 인용 8회, 3번 인용 5회, 4번 인용 4회에는 확인 표시가 있고, 5번 인용 3회에는 가위표가 있습니다. 맨 아래 띠에는 번호 이상 인용된 논문이 4편, 그래서 h 지수는 4라고 적혀 있습니다.
인용이 많은 순서로 줄 세운 논문 다섯 편 가운데 인용이 번호 이상인 논문이 네 편이어서 h 지수가 4가 되는 과정을 보여 주는 그림입니다.

(2) 두 연구자 비교하기
인용이 매우 많은 논문 한 편만 가진 연구자는 인용이 수천 회여도 h 지수가 1입니다. 반대로 인용 10회짜리 논문이 열 편 있으면 h 지수는 10입니다. 한 번의 대박보다 꾸준히 인정받은 논문의 수가 더 크게 반영되는 구조입니다.

허시는 이 숫자가 인용 총합이나 논문 수처럼 한쪽으로 치우친 지표의 약점을 줄이려고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름이 ‘지수’이지만 복잡한 수식이 아니라 줄 세운 목록에서 읽어 내는 값입니다. 논문이 많아도 인용이 적으면 번호가 금방 인용 횟수를 앞질러 h가 작게 멈추고, 논문이 적으면 아무리 인용이 많아도 번호가 더 나아갈 수 없어 h가 작게 멈춥니다. 그래서 두 조건을 모두 채워야 값이 올라갑니다.


숫자가 말해 주는 것과 장점

대학 도서관 열람실의 높은 서가와 긴 나무 탁자 위에 펼쳐진 학술지와 노트북이 따뜻한 창가 빛을 받는 모습

h 지수가 높다는 것은 인용이 꽤 되는 논문을 여러 편 꾸준히 냈다는 뜻입니다. 논문을 많이 내기만 해서는 올라가지 않고, 인용 한 편이 폭발해도 크게 오르지 않기 때문에 양과 질을 함께 본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힙니다.

  • 계산이 쉽습니다(Simplicity): 논문별 인용 횟수만 있으면 누구나 직접 계산할 수 있고, 주요 논문 데이터베이스와 검색 서비스에서도 자동으로 계산해 보여 줍니다.
  • 한 편의 영향을 줄입니다(Robustness): 인용이 유난히 많은 논문 한 편이나 거의 인용되지 않은 논문 여러 편이 값을 크게 흔들지 못합니다.
  • 비교의 출발점이 됩니다(Benchmark): 연구자뿐 아니라 연구 그룹이나 학술지에도 같은 방식으로 적용해 볼 수 있습니다.

다만 허시 스스로도 숫자 하나는 한 사람의 다양한 면모를 대략 어림할 뿐이라고 분명히 말했습니다. 인사나 연구비처럼 삶에 큰 영향을 주는 결정에서는 다른 요소를 함께 살펴야 한다는 단서를 처음부터 달았던 것입니다. 이 논문의 제목도 ‘개인의 과학 연구 성과를 수치로 나타내는 지수’라는 뜻이어서, 처음 의도는 평가의 전부가 아니라 하나의 참고 수치였습니다.


분야와 경력에 따라 흔들리는 한계

한 건물 안에 나란히 놓인 두 실험대 중 한쪽에는 렌즈와 레이저 장비가, 다른 쪽에는 식물과 유리 표본병이 놓인 모습

h 지수의 가장 큰 약점은 서로 다른 조건의 사람을 같은 잣대로 비교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분야마다 논문 한 편에 달리는 참고문헌 수, 연구자가 내는 논문의 수, 연구자 집단의 크기가 다르기 때문에 보통의 h 값도 다르게 나옵니다.

(1) 분야 차이
인용을 활발히 주고받는 분야와 그렇지 않은 분야는 같은 수준의 연구를 해도 h 값이 다르게 나옵니다. 그래서 다른 분야의 연구자끼리 숫자만 놓고 겨루는 것은 알맞지 않습니다. 같은 분야 안에서도 주류 주제를 다루는 연구자와 소수의 틈새 주제를 파고드는 연구자는 인용을 받는 기회 자체가 다르다는 점도 허시가 직접 짚은 부분입니다.

(2) 경력 차이
논문과 인용은 시간이 지날수록 쌓이기 때문에 경력이 긴 연구자에게 유리하고, 신진 연구자에게는 불리합니다. 또 한 번 올라간 값은 내려가지 않는 성질이 있어 최근의 활동 변화를 잘 보여 주지 못합니다.

(3) 공저와 자기 인용
공저자가 많은 논문으로 쌓은 값은 후하게 평가되기 쉽습니다. 자기 인용도 값을 올릴 수 있지만, 영향을 주는 것은 인용 횟수가 기준선 바로 위인 논문에 한정되어서 총 인용 수보다는 영향이 작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일단 h 안에 들어간 논문은 이후 인용이 아무리 늘어도 값에 더 보태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표작이 압도적인 연구자의 성과가 숫자에 충분히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보완하는 지표와 올바르게 읽는 법

밝은 책상 위 학술 논문 더미 옆에 나무 자와 돋보기가 놓이고 뒤쪽에 작은 화분이 있는 모습

이런 약점을 줄이려고 여러 변형이 제안되었습니다. 허시 본인이 내놓은 m 값은 h 지수를 연구 경력의 햇수, 곧 첫 논문 이후 지난 해의 수로 나눈 값으로, 경력이 다른 연구자를 견주는 데 도움을 줍니다. 레오 에게(Leo Egghe)가 2006년에 제안한 g 지수(g-index)는 많이 인용된 논문의 인용을 더 무겁게 반영해 h 지수의 둔감함을 덜어 줍니다.

그래도 어떤 지표든 하나의 숫자가 연구의 가치를 모두 말해 주지는 못합니다. h 지수를 읽을 때는 아래 세 가지를 떠올려 보시면 좋습니다.

(1) 같은 분야인지 본다
분야가 같고 경력이 비슷한 사람끼리만 견주어야 합니다.

(2) 논문의 내용을 본다
어떤 연구를 했고 누가 어떻게 인용했는지는 숫자 밖에 있습니다.

(3) 숫자를 목적으로 삼지 않는다
평가 지표가 목표가 되면 인용을 서로 늘려 주는 식의 왜곡이 생길 수 있습니다.

h 지수는 연구자의 성과를 가늠하게 해 주는 편리한 눈금일 뿐 판결문이 아닙니다. 숫자가 말해 주는 만큼만 읽고 나머지는 연구의 내용으로 채워 가는 것, 그것이 h 지수를 제대로 쓰는 일의 첫걸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