本文へ移動
雑学書庫好奇心が集まる場所
日本語

물가와 일자리의 줄다리기, 필립스 곡선(Phillips Curve)

일자리가 많아지면 좋은 일이고 물가가 안정되면 그것도 좋은 일입니다. 그런데 뉴스에서는 일자리가 넘쳐 임금이 오르면 물가도 오를 수 있다거나, 물가를 잡으려고 금리를 올리면 고용이 식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자주 나옵니다. 두 가지 좋은 일을 한꺼번에 얻기는 어려운 걸까요?

이 고민을 그래프 한 장으로 보여 준 것이 필립스 곡선(Phillips Curve)입니다. 실업률이 낮을수록 임금과 물가가 더 빨리 오르고, 실업률이 높을수록 천천히 오르는 반비례 관계를 나타내는 곡선으로, 거시경제학 교과서와 중앙은행의 설명에 빠지지 않고 나옵니다.

본 자료에서는 필립스가 무엇을 발견했는지, 이 곡선이 정책에 어떻게 쓰였는지, 그리고 기대와 충격이 곡선을 어떻게 움직이고 오늘날 어떤 평가를 받는지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일자리와 물가 사이의 줄다리기

필립스의 발견: 임금과 실업률

조용한 도서관의 낡은 나무 책상 위에 모눈종이와 연필, 자, 오래된 스탠드와 장부 더미가 놓여 있는 모습

이 곡선의 이름은 뉴질랜드 출신 경제학자 윌리엄 필립스(A. W. Phillips)에서 왔습니다. 그는 1958년 학술지 『Economica』에 영국의 1861년부터 1957년까지 자료를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실업률과 명목임금(화폐로 받는 임금)이 오르는 속도 사이에 반비례 관계가 있다는 내용입니다.

이유는 어렵지 않습니다. 일손이 부족하면 기업들이 사람을 구하려고 임금을 조금씩 더 얹어 주게 되어 임금이 빠르게 오릅니다. 반대로 일자리를 찾는 사람이 많으면 임금을 올려 줄 이유가 줄어듭니다. 이 논문은 물가가 아니라 임금을 다뤘지만, 임금이 오르면 기업의 비용이 늘어 물가에도 영향을 준다는 연결은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비슷한 패턴이 다른 나라에서도 확인되면서 이 관계는 곧 널리 알려졌습니다. 물론 필립스보다 앞서 물가와 고용의 관계를 살핀 경제학자들도 있었지만, 한 세기가 넘는 자료로 이를 보여 준 그의 연구가 가장 유명해졌습니다.


정책의 메뉴판이 된 곡선

도시가 내려다보이는 창가의 큰 회의 탁자에 정장 차림의 관계자 세 명이 둘러앉아 서류를 놓고 논의하는 모습

1960년 미국의 경제학자 폴 사무엘슨(Paul Samuelson)과 로버트 솔로(Robert Solow)는 이 관계를 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의 관계로 옮겨 그렸습니다. 이때부터 우리가 아는 필립스 곡선이 되었고, 두 사람은 이 곡선을 정책 선택지를 담은 메뉴로 보여 주었습니다.

(1) 실업률을 낮추는 쪽
정부가 지출을 늘리거나 금리를 낮춰 경기를 달구면 실업률은 내려가지만 물가는 더 빨리 오릅니다.

(2) 물가를 안정시키는 쪽
경기를 식히면 물가 상승은 둔해지지만 실업률이 올라갑니다.

(3) 중간 지점 고르기
곡선 위 어느 지점이 좋은지는 사회가 물가와 일자리 중 무엇을 더 중요하게 여기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이렇게 두 목표 사이의 교환 관계를 눈에 보이게 한 덕분에 곡선은 정책 토론의 공통 언어가 되었습니다. 다만 두 사람은 이 메뉴가 먼 미래에도 같은 모양일 것이라고 말하지는 않았습니다. 앞으로 몇 해를 다룬 단기의 이야기이고, 정책이 곡선의 모양을 바꿀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기대가 곡선을 움직인다

사람들로 붐비는 동네 식료품 시장에서 장바구니를 든 손님이 신선한 채소와 과일 진열대를 살펴보는 모습

1960년대 후반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과 에드먼드 펠프스(Edmund Phelps)는 이 곡선이 단기에만 맞는다고 주장했습니다. 핵심은 사람들의 물가 기대입니다. 정부가 경기를 띄워 물가가 예상보다 더 오르면 노동자는 한동안 실질임금(물가를 반영한 임금)이 줄어든 것을 모르고 일하지만, 곧 알아차리고 더 높은 임금을 요구합니다. 그러면 곡선이 위로 옮겨 가 같은 실업률에서도 물가가 더 높아집니다. 결국 실업률을 자연실업률 아래로 억지로 끌어내리려는 정책은 잠깐의 효과만 내고 더 높은 물가만 남긴다는 것이 이들의 결론이었습니다. 프리드먼은 이 논의의 공으로 1976년, 펠프스는 2006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습니다.

  • 단기 필립스 곡선(Short-Run Phillips Curve): 기대 물가가 그대로인 짧은 기간에는 물가와 실업률이 반비례합니다.
  • 장기 필립스 곡선(Long-Run Phillips Curve): 기대가 현실을 따라잡은 뒤에는 실업률이 자연실업률로 돌아가 곡선이 수직에 가까워집니다.
  • 자연실업률(NAIRU): 물가상승률이 가속하지 않고 유지되는 실업률 수준을 가리키는 개념입니다.
단기와 장기 필립스 곡선을 비교하는 인포그래픽. 맨 위에 단기와 장기 필립스 곡선이라는 제목과 기대가 현실을 따라잡으면 곡선이 달라진다는 부제가 있습니다. 왼쪽 카드는 단기 필립스 곡선으로 기대 물가가 그대로인 짧은 기간에 물가와 실업률이 반비례한다고 적혀 있고 오른쪽 아래로 휘어지는 곡선 그래프가 있습니다. 오른쪽 카드는 장기 필립스 곡선으로 기대가 현실을 따라잡은 뒤 실업률은 자연실업률로 돌아가고 곡선은 수직에 가깝다고 적혀 있으며 세로선 그래프가 있습니다. 맨 아래 띠에는 기대가 곡선을 움직인다고 적혀 있습니다.
기대 물가가 그대로인 단기와 기대가 현실을 따라잡은 장기의 필립스 곡선을 나란히 비교한 요약입니다.

1970년대에 많은 나라가 높은 물가와 높은 실업이 함께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을 겪었습니다. 기존 곡선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던 이 현상을 기대의 변화와 석유 가격 급등 같은 공급 충격이 곡선을 위로 밀어 올린 결과로 읽게 되었습니다.


오늘날의 필립스 곡선

긴 광택 탁자와 빈 가죽 의자, 큰 창이 있고 서류가 가지런히 놓인 사람 없는 차분한 회의장의 모습

요즘 필립스 곡선은 원래 형태 그대로가 아니라 기대 물가를 넣은 수정판으로 쓰입니다. 그래도 곡선은 예전처럼 가파르지 않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2010년대 들어 실업률이 크게 떨어져도 물가가 잘 오르지 않는 모습이 나타나, 곡선의 기울기가 완만해졌다는 분석이 나왔고 쓸모에 대한 논쟁도 이어졌습니다.

1990년대 후반 미국에서는 실업률이 4% 아래로 내려갔는데도 물가가 크게 오르지 않아 자연실업률 추정치가 흔들렸습니다. 한편 사람들이 임금이 깎이는 것은 몹시 싫어하면서 물가보다 덜 오른 임금은 비교적 받아들인다는 점을 들어, 물가가 아주 낮을 때는 오히려 실업이 늘 수 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 곡선이 버려진 것은 아닙니다. 중앙은행은 지금도 물가를 이해하고 내다보는 도구로 이 개념을 사용합니다. 다만 이 곡선이 말해 주는 것은 확정된 법칙이 아니라 경향이라는 점, 기대와 공급 충격에 따라 모양이 달라진다는 점을 함께 알아 두어야 합니다.

일자리를 늘리는 일과 물가를 지키는 일이 늘 부딪히는 것은 아니지만, 한쪽을 세게 밀면 다른 쪽에 비용이 따를 수 있습니다. 두 목표 사이에서 지금 어느 지점에 서 있는지, 그리고 사람들의 기대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함께 살피는 눈, 그것이 필립스 곡선 읽기의 첫걸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