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억에서 창조까지 생각의 계단, 블룸의 분류(Bloom)

닮을수록 섬뜩해지는 로봇, 불쾌한 골짜기(Uncanny)
문을 열 때 동그란 손잡이를 돌리는 대신 막대처럼 생긴 손잡이를 아래로 누르기만 하면 되는 경험을 해 보셨을 것입니다. 짐을 든 사람도, 손힘이 약한 어르신도, 팔꿈치만 쓸 수 있는 사람도 똑같이 쉽게 문을 열 수 있습니다. 이처럼 처음부터 더 많은 사람이 쓸 수 있도록 만드는 생각을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이라고 부릅니다.
유니버설 디자인이란 쉽게 말해 ‘나이, 체격, 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되도록 많은 사람이 따로 고치거나 특별한 장치를 덧붙이지 않고도 쓸 수 있게 제품과 공간을 설계하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이 말은 미국의 건축가 로널드 메이스(Ronald Mace)가 1980년대에 널리 알렸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 소아마비를 앓아 휠체어를 탔기 때문에, 사람을 가로막는 건물과 물건의 문제를 누구보다 잘 알았습니다.
본 자료에서는 유니버설 디자인이 무엇이고 배리어 프리와 어떻게 다른지부터 일곱 가지 원칙, 생활 속 사례, 그리고 디자인에 적용할 때 기억할 점까지 차근차근 정리합니다.
유니버설 디자인: 모두를 처음부터 생각하는 설계
유니버설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유니버설 디자인은 ‘평균적인 사람’ 한 명을 기준으로 삼지 않습니다. 사람의 몸과 능력은 저마다 다르고, 한 사람 안에서도 나이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에서 출발합니다.
-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이미 있는 장벽을 찾아 없애는 데 초점을 둡니다. 계단 옆에 경사로를 덧붙이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 장벽이 처음부터 생기지 않도록 설계 단계에서 모두를 함께 생각합니다. 입구를 아예 계단 없이 평평하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 포용적 디자인(Inclusive Design): 영국 등에서 주로 쓰는 말로, 소외되기 쉬운 사용자를 설계 과정에 참여시키는 점을 강조합니다.
세 말은 서로 겹치는 부분이 많지만, 유니버설 디자인은 특정 집단을 위한 ‘따로 만든 해결책’보다 모두가 함께 쓰는 ‘하나의 해결책’을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유니버설 디자인의 일곱 가지 원칙

1997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교의 유니버설 디자인 센터에서 메이스를 비롯한 건축가, 제품 디자이너, 엔지니어들이 일곱 가지 원칙을 정리했습니다.
(1) 누구나 같은 방식으로
공평한 사용(Equitable Use)은 모든 사람이 되도록 같은 방법으로 쓸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사용의 유연성(Flexibility in Use)은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처럼 저마다 편한 방식을 고를 수 있게 하라는 원칙입니다.
(2) 쉽게 알아보도록
간단하고 직관적인 사용(Simple and Intuitive Use)은 경험이나 언어 능력과 상관없이 쓰는 법을 바로 알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인지할 수 있는 정보(Perceptible Information)는 그림, 소리, 촉감처럼 여러 감각으로 정보를 전하라는 원칙입니다.
(3) 몸에 무리 없이
오류에 대한 포용력(Tolerance for Error)은 실수해도 위험하지 않게 하고 되돌릴 수 있게 하라는 뜻입니다. 적은 신체적 노력(Low Physical Effort)과 접근과 사용을 위한 크기와 공간(Size and Space for Approach and Use)은 적은 힘으로, 앉거나 서거나 휠체어를 타고도 편하게 다가가 쓸 수 있게 하라는 원칙입니다.
일곱 원칙은 하나씩 따로 점검하는 목록이라기보다 서로 맞물려 작동하는 기준입니다. 메이스는 원칙을 정리한 이듬해인 1998년 세상을 떠났지만, 이 원칙들은 지금도 건축과 제품, 화면 디자인을 평가하는 출발점으로 널리 쓰입니다.
생활 속에서 만나는 유니버설 디자인

유니버설 디자인은 이미 우리 주변 곳곳에 스며 있어, 너무 자연스러운 나머지 디자인이라는 사실조차 잘 느껴지지 않습니다.
[사례 1] 길과 건물
- 연석 경사로(Curb Cut): 보도 끝을 비스듬히 깎은 경사로는 휠체어 이용자를 위해 생겼지만, 유모차와 여행 가방, 자전거를 끄는 사람도 함께 덕을 봅니다.
- 저상 버스(Low-floor Bus): 바닥이 낮고 계단이 없어 어르신과 아이, 짐을 든 승객 모두 오르내리기 쉽습니다.
[사례 2] 손에 쥐는 물건
- 굵은 손잡이 주방 도구(Good Grips): 1990년 미국의 샘 파버(Sam Farber)가 관절염을 앓던 아내를 보고 만든 고무 손잡이 감자 칼은 손힘이 센 사람에게도 더 편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렇게 일부 사람을 위해 만든 해결책이 결국 모두에게 이로워지는 현상을 흔히 ‘연석 경사로 효과(Curb-Cut Effect)’라고 부릅니다. 영상의 자막이 청각장애인뿐 아니라 시끄러운 곳에 있는 사람에게도 쓸모 있는 것도 같은 예입니다.
디자인에 적용할 때 기억할 점

유니버설 디자인은 완성된 결과물을 고르는 기준이자, 처음 구상할 때부터 함께 가져가야 할 태도입니다. 실제로 적용할 때는 다음과 같은 점을 기억하면 좋습니다.
- 다양한 사용자 떠올리기(Persona Range): 젊고 건강한 사용자 한 명이 아니라 어르신, 아이, 손을 다친 사람, 처음 와 본 사람까지 함께 떠올립니다.
- 직접 써 보게 하기(User Testing): 휠체어 이용자나 시각장애인처럼 실제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 미리 써 보게 하고 의견을 듣습니다.
- 처음부터 반영하기(Early Planning): 다 지은 뒤에 고치면 비용이 크게 늘어나므로 설계 첫 단계에서 고려합니다.
- 완벽보다 개선하기(Continuous Improvement): 모든 사람에게 완벽한 디자인은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쓰는 사람의 목소리를 들으며 계속 다듬어 갑니다.
가장 불편한 사람의 자리에서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것, 그것이 모두에게 편안한 디자인의 첫걸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