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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굴뚝에서 나온 연기는 공장 주인의 장부에는 아무런 비용으로 적히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연기를 마시는 이웃은 병원비를 내고, 빨래를 다시 하고, 맑은 하늘을 잃습니다. 물건을 만든 사람과 비용을 치르는 사람이 서로 다른 셈입니다. 이렇게 가격에 담기지 않은 피해를 세금으로 바로잡자는 생각이 바로 ‘피구세(Pigouvian Tax)’입니다.
피구세란 쉽게 말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활동에, 그 피해만큼의 세금을 매겨 시장 가격이 실제 사회적 비용을 반영하도록 만드는 세금’을 의미합니다. 영국의 경제학자 아서 세실 피구(Arthur Cecil Pigou)가 1920년 『후생경제학(The Economics of Welfare)』에서 펼친 생각에서 이름이 붙었습니다.
본 자료에서는 피구세가 바탕으로 삼는 외부효과라는 개념부터, 세금이 시장을 바로잡는 원리, 오늘날 쓰이는 대표적인 사례, 그리고 이 세금이 안고 있는 어려움과 다른 해법까지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피해만큼 값을 매긴다, 피구세의 원리와 쓰임
피구세의 출발점, 외부효과

피구세를 이해하려면 먼저 시장 밖으로 새어 나가는 비용과 이익, 즉 외부효과를 알아야 합니다.
(1) 거래에 끼지 않은 사람이 비용을 낸다
어떤 거래가 그 거래와 상관없는 제삼자에게 피해를 주는데 아무런 보상도 하지 않는 경우를 부정적 외부효과라고 합니다. 공장의 오염, 담배 연기, 도로를 꽉 채운 자동차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2) 가격이 너무 싸면 너무 많이 만든다
생산자는 자기가 직접 내는 비용만 계산하므로, 사회 전체가 치르는 비용보다 물건값이 싸게 매겨집니다. 그 결과 사회에 바람직한 수준보다 더 많이 만들어지고 더 많이 소비됩니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시장이 스스로 효율적인 결과를 내지 못하는 시장 실패로 봅니다.
(3) 피구가 본 이웃의 피해
피구는 북적이는 동네 한가운데 공장이 들어서면 이웃이 교통 혼잡, 햇빛 손실, 건강 악화를 떠안게 된다고 예를 들었습니다. 이런 피해는 누구의 장부에도 적히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비용입니다.
세금이 시장을 바로잡는 원리

피구의 해법은 간단합니다. 장부에 빠진 비용을 세금의 형태로 장부 안에 넣는 것입니다.
(1) 피해만큼 세금을 매긴다
이상적인 피구세는 활동을 한 단위 늘릴 때 제삼자에게 더해지는 피해, 곧 한계 외부 비용과 같은 크기로 정합니다. 그러면 생산자가 느끼는 비용이 사회가 실제로 치르는 비용과 같아집니다.
(2) 무엇에 매기느냐가 중요하다
생산량에 세금을 매기면 공장은 생산을 줄이는 쪽으로 움직입니다. 반면 배출량 자체에 세금을 매기면 공장은 생산을 줄이지 않고도 더 깨끗한 공정이나 기술로 바꿀 이유가 생깁니다. 그래서 피해와 가장 가까운 대상에 세금을 매기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봅니다.
(3) 반대 방향의 처방, 피구 보조금
남에게 이익을 주는데 대가를 받지 못하는 긍정적 외부효과도 있습니다. 이때는 너무 적게 만들어지므로, 반대로 보조금을 주어 더 많이 만들게 합니다. 독감 예방 접종이나 연구 개발 지원이 그런 예입니다.

생활 속의 피구세

피구라는 이름이 붙지 않았더라도, 오늘날 많은 세금과 요금이 같은 생각 위에 서 있습니다.
- 탄소세(Carbon Tax): 화석 연료가 내뿜는 탄소에 세금을 매겨 기후 변화의 비용을 연료 가격에 담습니다.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등 유럽 여러 나라가 시행하고 있습니다.
- 혼잡 통행료(Congestion Charge): 영국 런던은 2003년부터 도심 구역에 들어오는 차량에 요금을 받아 교통량과 대기 오염을 줄이고, 그 돈을 대중교통에 씁니다. 싱가포르의 전자 도로 요금 제도를 본뜬 것입니다.
- 담배세와 주류세(Tobacco and Alcohol Tax): 흡연과 음주가 늘리는 의료비와 사회 비용을 값에 더합니다. 피구 역시 술이 범죄와 치안 비용을 늘린다는 점을 들어 주류 과세를 설명했습니다.
- 설탕세(Sugar Tax): 설탕이 많이 든 음료에 세금을 매겨 비만과 그에 따른 공공 의료비를 줄이려는 시도입니다.
피구세의 어려움과 다른 해법

생각은 깔끔하지만, 현실에서 피구세를 제대로 매기기는 쉽지 않습니다.
(1) 피해를 정확히 재기 어렵다
피구세가 제 역할을 하려면 정부가 피해의 크기를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그러나 오염이 건강과 기후에 주는 피해를 돈으로 환산하는 일은 늘 논란이 됩니다. 세금이 너무 낮으면 효과가 없고, 너무 높으면 필요한 활동까지 줄어듭니다.
(2) 간접 과세의 한계
배출량을 직접 재기 어려우면 휘발유처럼 관련된 상품에 대신 세금을 매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차의 상태나 운전 습관에 따라 실제 배출은 제각각이라, 어떤 사람은 피해보다 세금을 더 내게 됩니다.
(3) 코스의 반론, 협상으로 풀 수도 있다
경제학자 로널드 코스(Ronald Coase)는 1960년 논문에서, 재산권이 분명하고 협상 비용이 충분히 낮다면 정부가 세금을 매기지 않아도 당사자끼리 협상해 효율적인 결과에 이를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코스 자신도 현실의 협상 비용이 그만큼 낮은 경우는 드물다고 인정했습니다.
이중 배당 가설
환경세로 걷은 돈을 소득세처럼 경제를 왜곡하는 다른 세금을 줄이는 데 쓰면, 환경 개선과 세제 효율이라는 두 가지 이익을 함께 얻을 수 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를 이중 배당 가설이라고 부르며, 두 번째 이익이 실제로 얼마나 큰지는 지금도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갈립니다.
피구세는 시장이 놓친 비용을 가격에 다시 적어 넣으려는 시도입니다. 누구에게 얼마를 매길지 정하는 일은 어렵지만, 보이지 않던 피해를 값으로 드러낸다는 점에서 지금도 많은 정책의 밑바탕이 되고 있습니다. 내 선택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비용을 남기는지 셈해 보는 것, 그것이 더 공정한 시장을 향한 변화의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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