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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서를 펼쳐 놓고 나사를 하나씩 조여 가며 겨우 완성한 책장은 어딘가 조금 삐뚤어져 있어도 유난히 마음에 듭니다. 가게에서 다 만들어진 똑같은 책장을 샀다면 그만큼 애착이 가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같은 물건인데도 내 손을 거쳤다는 사실 하나가 그 물건을 다르게 보이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런 마음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개념이 바로 ‘이케아 효과(IKEA Effect)’입니다. 이케아 효과란 사람들이 자기가 직접 만들거나 조립하는 데 참여한 물건에 실제보다 훨씬 높은 가치를 매기는 인지 편향을 의미합니다. 이름은 손님이 직접 조립해야 하는 가구를 많이 파는 스웨덴 가구 회사 이케아에서 따왔습니다.
본 자료에서는 이케아 효과가 이름을 얻게 된 배경과 이를 확인한 실험, 이 효과가 생기는 심리적 이유, 그리고 일상과 기업 현장에서 이 효과가 나타나는 모습까지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내 손을 거치면 더 귀해지는 이유
노력이 가치를 만든다는 생각의 뿌리

이케아 효과라는 이름은 비교적 최근에 붙었지만, 노력과 가치 사이의 관계는 오래전부터 심리학의 관심사였습니다.
(1) 이름을 붙인 세 연구자
이 효과는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노턴(Michael Norton), 예일 대학교의 대니얼 모천(Daniel Mochon), 듀크 대학교의 댄 애리얼리(Dan Ariely)가 2011년에 발표한 연구에서 처음 이름을 얻었습니다. 이들은 수고 그 자체만으로도 그 결과물을 더 좋아하게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2) 노력 정당화라는 앞선 연구
연구진은 사람이 무언가에 많은 노력을 들일수록 그것을 더 가치 있게 여긴다는 노력 정당화(Effort Justification) 연구를 바탕으로 삼았습니다. 이 현상은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가 1957년에 이미 다룬 바 있습니다.
(3) 가입 절차가 혹독할수록 좋아 보이는 모임
1959년 애런슨(Aronson)과 밀스(Mills)의 실험에서는 토론 모임에 들어가기 전 거쳐야 하는 절차가 힘들수록 참가자들이 그 모임을 더 높게 평가했습니다. 들인 수고가 대상의 가치를 끌어올린다는 점에서 이케아 효과와 맞닿아 있는 결과입니다.
상자와 종이학으로 확인한 실험

노턴과 동료들은 사람들이 직접 조립한 물건에 정말 더 많은 돈을 낼지 알아보기 위해 여러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 이케아 상자 실험(IKEA Box Study): 한 집단은 이케아 수납 상자를 직접 조립하고, 다른 집단은 이미 조립된 같은 상자를 살펴보기만 했습니다. 그 결과 직접 조립한 사람들은 완성품을 본 사람들보다 63퍼센트 더 높은 값을 치르겠다고 답했습니다.
- 종이접기 실험(Origami Study): 참가자들은 설명서를 보며 종이 개구리나 종이학을 접었습니다. 접은 사람들은 자기 작품에 직접 접지 않은 사람들보다 약 다섯 배 높은 값을 매겼고, 전문가가 접은 작품과 비슷한 가치가 있다고 여겼습니다.
- 완성 여부 실험(Completion Study): 조립을 끝까지 마친 사람과 도중에 그만두거나 만든 것을 다시 부순 사람을 비교하자, 끝까지 완성하지 못한 경우에는 이 효과가 사라졌습니다.
이 결과는 엉성하게 만든 물건이라도 내가 끝까지 완성했다면 그 가치를 높게 본다는 사실을 보여 줍니다. 또한 연구진은 손재주가 좋은 사람뿐 아니라 처음 해 보는 사람에게서도 같은 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직접 만든 물건을 더 아끼게 되는 마음

연구진은 이케아 효과가 생기는 이유를 몇 가지 심리적 요인으로 설명했습니다.
(1) 해냈다는 유능감
사람에게는 자기 주변에서 원하는 결과를 스스로 만들어 내고 싶어 하는 기본 욕구가 있습니다. 과제를 성공적으로 마치면 자신이 유능하고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고, 이 뿌듯함이 물건에 대한 애정으로 이어집니다. 이는 앨버트 반두라(Albert Bandura)가 1977년에 밝힌 자기효능감 연구와도 이어지는 생각입니다.
(2) 남에게 보여 주고 싶은 마음
레고나 종이접기처럼 즐거움을 위한 물건을 만든 참가자들은 친구들에게 보여 주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습니다. 내가 만든 작품을 자랑할 수 있다는 사회적 즐거움도 가치를 높이는 데 한몫한 셈입니다.
(3) 만드는 과정의 즐거움
만드는 과정 자체가 즐거울수록 결과물을 더 높이 평가하는 경향도 나타났습니다. 다만 너무 어려워서 끝내 완성하지 못하면 오히려 실망이 커지므로, 알맞은 난이도가 중요합니다.
일상과 기업 현장 속 이케아 효과

이케아 효과는 연구실 밖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기업들은 이름이 붙기 훨씬 전부터 이를 활용해 왔습니다.
(1) 소비자가 함께 만드는 상품
연구진은 손님이 직접 곰 인형을 만드는 빌드어베어(Build-A-Bear)를 예로 들었습니다. 손님이 수고를 더하는데도 기꺼이 높은 값을 치르는 것입니다. 도시 사람들이 돈을 내고 농사일을 체험하는 여행도 같은 맥락으로 설명됩니다.
(2) 소비자를 가치를 함께 만드는 사람으로
이런 흐름 속에서 많은 기업이 소비자를 가치를 받기만 하는 사람에서 가치를 함께 만드는 사람으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상품 디자인과 시험 과정에 소비자를 참여시키는 방식이 대표적입니다.
(3) 조직과 일터에서 생기는 함정
이 효과는 좋은 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직접 세운 계획이나 만든 결과물을 지나치게 높이 평가하면 더 나은 남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문제가 드러나도 쉽게 고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케아 효과는 물건의 가치가 물건 자체만이 아니라 그것을 만든 사람의 경험에서도 나온다는 사실을 알려 줍니다. 땀 흘려 완성한 무언가를 아끼는 마음은 자연스럽지만, 그 마음이 판단을 흐리지 않도록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보는 태도도 필요합니다.
삐뚤어진 책장을 사랑하게 되는 이유가 내 손에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 그것이 이케아 효과를 이해하는 과정의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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