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익을 깎는 다섯 방향의 압력, 포터의 5 포스(Porter’s Five Forces)
세율을 올리면 나라 곳간이 넉넉해질 것 같습니다. 세금은 번 돈에 세율을 곱해 걷으니, 세율이 두 배가 되면 세수도 두 배가 되어야 계산이 맞습니다. 그런데 정말 세율을 끝없이 올려도 세금이 계속 늘어날까요?
극단을 떠올려 보면 답이 보입니다. 세율이 0%라면 정부는 한 푼도 걷지 못합니다. 반대로 세율이 100%라면 번 돈을 모두 빼앗기니 아무도 공식적으로 일하거나 소득을 신고하려 하지 않아 역시 걷을 돈이 사라집니다. 두 끝에서 세수가 모두 0이라면 그 사이 어딘가에 세수가 가장 많아지는 세율이 있어야 합니다. 이 관계를 산 모양의 그래프로 그린 것이 바로 ‘래퍼 곡선(Laffer Curve)’입니다.
본 자료에서는 래퍼 곡선이 냅킨 위에서 태어난 이야기부터 곡선이 그려지는 원리, 실제 정책에서 벌어진 일, 그리고 경제학자들의 평가까지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세율과 세수 사이의 산 모양 곡선
냅킨 위에서 태어난 곡선

래퍼 곡선이라는 이름은 미국 경제학자 아서 래퍼(Arthur Laffer)에게서 왔지만, 생각 자체는 훨씬 오래되었습니다.
(1) 1974년 워싱턴의 식사 자리
1974년 워싱턴의 한 호텔 식당에서 래퍼는 포드 행정부의 딕 체니, 도널드 럼즈펠드와 만났습니다. 정부의 증세 계획에 반대하던 래퍼가 냅킨에 곡선을 그려 설명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지만, 정작 래퍼 본인은 냅킨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2) 이름을 붙인 사람
그 자리에 함께 있던 언론인 주드 와니스키(Jude Wanniski)가 이 곡선에 ‘래퍼 곡선’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가 1978년에 쓴 글을 통해 이 이름이 널리 알려졌습니다.
(3) 오래된 뿌리
래퍼는 자신이 처음 생각해 낸 것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14세기 학자 이븐 할둔은 『역사 서설(Muqaddimah)』에서 왕조 초기에는 낮은 세금으로 많이 걷고, 말기에는 무거운 세금으로 적게 걷는다고 썼습니다. 18세기의 갈리아니, 흄, 애덤 스미스도 비슷한 생각을 남겼습니다.
곡선이 그려지는 원리

래퍼는 세율이 세수에 미치는 영향을 두 가지 효과로 나누어 설명했습니다.
- 산술 효과(Arithmetic Effect): 세금이 매겨지는 소득의 크기가 그대로라면, 세율을 올린 만큼 세수가 늘어납니다.
- 경제 효과(Economic Effect): 세율이 오르면 사람들이 일을 줄이거나, 세금을 피할 방법을 찾거나, 소득을 숨기면서 세금이 매겨지는 소득 자체가 줄어듭니다.
- 세수 최대점(Revenue-Maximizing Tax Rate): 세율이 낮을 때는 산술 효과가 커서 세수가 늘지만, 어느 지점을 넘으면 경제 효과가 더 커져 세율을 올릴수록 오히려 세수가 줄어듭니다.
- 곡선의 모양(Shape of the Curve): 교과서에는 흔히 50% 부근이 꼭대기인 대칭 곡선으로 그리지만, 실제 꼭대기는 0%와 100% 사이 어디든 될 수 있고 모양이 한쪽으로 치우칠 수도 있습니다.
와니스키는 세율이 100%가 되어도 경제 활동이 완전히 멈추지는 않고, 돈 대신 물건을 맞바꾸는 물물교환으로 숨어들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실제 정책에서 벌어진 일

래퍼 곡선은 감세를 주장하는 근거로 자주 쓰였고, 실제 정책에도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1) 레이건의 감세
1980년대 미국 레이건 정부는 래퍼 곡선과 공급 중시 경제학의 영향을 받아 세율을 크게 낮췄습니다. 최고 소득세율은 70%에서 28%까지 내려갔지만, 세수가 저절로 늘지는 않았고 재정 적자는 크게 불어났습니다. 대통령 후보 경선 때 경쟁자였던 조지 H. W. 부시는 이 주장을 ‘부두 경제학(Voodoo Economics)’이라고 비꼬기도 했습니다.
(2) 캔자스의 실험
2012년 미국 캔자스주는 래퍼의 자문을 받아 주 세금을 대폭 줄였습니다. 하지만 흑자였던 주 예산이 적자로 돌아서고 교육과 기반 시설 예산이 깎이자, 2017년 주 의회가 초당적으로 감세를 되돌렸습니다.
(3) 담뱃세의 꼭대기
반대로 곡선의 꼭대기를 넘어선 것으로 보이는 사례도 있습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2005년 무렵부터 담뱃세를 계속 올렸는데, 담뱃세 수입은 2019년에 정점을 찍은 뒤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지나치게 비싼 담배가 밀수품 시장을 키운 탓으로 지목됩니다.
경제학자들의 평가

세율이 너무 높으면 세수가 줄 수 있다는 원리 자체는 대부분의 경제학자가 받아들입니다. 논쟁은 지금 우리가 곡선의 어디에 서 있느냐에 있습니다.
(1) 꼭대기는 어디쯤일까
여러 연구가 세수를 가장 많이 걷는 소득세율을 추정했는데, 결과는 제각각이지만 대체로 70% 안팎에 모입니다. 2011년의 한 연구는 미국과 대부분의 유럽 나라가 아직 곡선의 왼쪽, 즉 세율을 올리면 세수가 늘어나는 쪽에 있다고 보았습니다.
(2) 감세가 스스로 돈을 낼까
2012년 미국 시카고대학교가 경제학자들에게 지금 미국의 소득세율을 내리면 5년 안에 세수가 더 늘어나겠느냐고 물었을 때, 그렇다고 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3) 세수 최대와 최선은 다르다
세수를 가장 많이 걷는 세율이 꼭 좋은 세율인 것도 아닙니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최적 세율은 필요한 돈을 걷으면서 경제를 가장 덜 흔드는 세율을 뜻합니다. 래퍼 자신도 2007년에 이 곡선만을 근거로 세금을 올리거나 내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래퍼 곡선이 남긴 가장 큰 교훈은 세금이 사람들의 행동을 바꾼다는 점입니다. 세율표 위의 숫자만 보고는 실제로 얼마가 걷힐지 알 수 없습니다.
곡선이 있다는 사실보다 우리가 그 곡선의 어디에 서 있는지를 묻는 것, 그것이 세금을 제대로 이해하는 경제학의 첫걸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