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르치며 더 깊이 배운다, 프로테제 효과(Protégé Effect)

목표를 향해 오차를 줄이는 기술, 비례-적분-미분 제어(Proportional-Integral-Derivative Control)
처음 들어간 쇼핑몰에서도 장바구니를 찾느라 오래 헤매는 사람은 드뭅니다. 화면 오른쪽 위를 보면 대개 장바구니 그림이 있고, 왼쪽 위의 로고를 누르면 첫 화면으로 돌아갑니다. 누가 가르쳐 준 적이 없는데도 우리는 이미 그 자리를 알고 있습니다.
디자인학에서는 이처럼 사용자가 다른 곳에서 익힌 방식을 새 화면에서도 그대로 기대하는 경향을 ‘야콥의 법칙(Jakob’s Law of Internet User Experience)’이라고 부릅니다. 사용성 연구자 야콥 닐슨의 이름을 딴 원칙으로, 익숙함이 곧 쓰기 쉬움이 된다는 점을 짚어 줍니다.
본 자료에서는 야콥의 법칙이 어떻게 나왔는지, 사람들이 왜 익숙한 방식을 기대하는지, 그리고 이 원칙을 디자인에 어떻게 활용하고 어디까지 지켜야 하는지 차례로 알아보겠습니다.
야콥의 법칙의 이해
닐슨이 남긴 한 문장


야콥 닐슨은 덴마크 출신의 사용성 전문가로, 도널드 노먼과 함께 닐슨 노먼 그룹을 세운 인물입니다. 그는 적은 비용으로 화면의 문제를 빠르게 찾는 사용성 평가 방법을 널리 알린 것으로 유명합니다.
닐슨은 2000년 무렵 웹사이트 설계에 대한 글에서 다음과 같은 생각을 내놓았습니다. 사용자는 대부분의 시간을 우리 사이트가 아닌 다른 사이트에서 보낸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사용자는 우리 사이트도 이미 알고 있는 다른 사이트들과 같은 방식으로 움직이기를 바란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닐슨은 같은 글에서 이 관찰에 스스로 자기 이름을 붙여, 야콥의 법칙이라는 소제목을 달았습니다. 새로운 것을 보여 주려는 디자이너의 욕심보다, 사용자가 쌓아 온 경험이 더 힘이 세다는 점을 한 문장으로 정리한 셈입니다.
이 생각은 웹사이트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자동차의 브레이크 페달이 늘 같은 자리에 있고, 전화기의 숫자 배열이 기기마다 크게 다르지 않은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사람들은 한 번 몸에 익힌 방식을 다른 물건에서도 자연스럽게 기대하며, 그 기대가 어긋나지 않을 때 편안함을 느낍니다.
익숙함을 기대하는 이유

사람들이 익숙한 방식을 찾는 데에는 분명한 까닭이 있습니다. 심리학과 디자인학에서는 이를 다음과 같은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 정신 모형(Mental Model): 사람은 경험을 바탕으로 물건이나 화면이 어떻게 움직일지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 두고, 새 화면도 그 그림에 맞춰 이해합니다.
- 인지 부하(Cognitive Load): 처음 보는 방식을 익히려면 머리를 더 써야 하고, 그만큼 정작 하려던 일에 쓸 힘이 줄어듭니다.
- 관례(Convention): 여러 사이트가 같은 자리와 모양을 반복해 쓰면서, 그것이 하나의 약속처럼 굳어집니다.
닐슨이 정리한 사용성 원칙 가운데에도 ‘일관성과 표준’이 들어 있습니다. 사용자가 서로 다른 단어나 모양이 같은 뜻인지 고민하지 않게 하고, 업계에서 널리 쓰는 방식을 따르라는 내용입니다. 야콥의 법칙은 이 원칙을 사용자의 시선에서 다시 풀어낸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사용자가 새 화면을 쉽게 느끼는 까닭은 그 화면이 단순해서만이 아니라, 이미 아는 방식과 닮아서인 경우가 많습니다. 사용자는 설명서를 읽기보다 지난 경험에 기대어 먼저 눌러 보고, 그 결과가 예상과 맞으면 그 서비스를 쉽다고 기억합니다. 반대로 예상이 자꾸 빗나가면 화면이 아무리 깔끔해도 어렵다고 느낍니다.
익숙함이 깨질 때 생기는 일

익숙한 방식을 갑자기 바꾸면 사용자는 쉽게 불편을 느낍니다. 2018년 사진 공유 앱 스냅챗이 화면 구성을 크게 바꾸었을 때, 이전 방식으로 되돌려 달라는 온라인 청원에 1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이름을 올린 일은 잘 알려진 사례입니다.
(1) 길을 잃는 느낌
늘 있던 자리에서 버튼이 사라지면 사용자는 같은 일을 하는 데도 시간이 더 걸리고, 자신이 서툴러졌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2) 떠나는 사용자
찾는 것이 금방 보이지 않으면 사람들은 오래 참지 않고 익숙한 다른 서비스로 옮겨 갑니다.
(3) 신뢰의 흔들림
어색한 화면은 서비스가 믿을 만한지에 대한 느낌까지 떨어뜨립니다. 특히 돈을 내거나 개인 정보를 넣는 화면이 낯설면 사용자는 더욱 머뭇거리게 됩니다.
새로운 디자인이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사용자가 오래 써 온 습관을 한꺼번에 무너뜨리면, 아무리 보기 좋은 화면이라도 반기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디자인에서의 활용과 한계

야콥의 법칙을 따르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이미 널리 쓰이는 자리와 모양을 존중하는 것입니다. 돋보기 그림은 검색, 가로줄 세 개는 메뉴, 밑줄 친 파란 글자는 누를 수 있는 곳이라는 약속을 굳이 바꿀 까닭이 없습니다. 꼭 바꿔야 할 때는 예전 방식을 한동안 함께 쓰게 하거나, 바뀐 점을 차근차근 안내해 사용자가 천천히 적응하도록 돕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화면을 똑같이 만들라는 말은 아닙니다. 익숙함은 기본 틀에서 지키고, 서비스만의 개성은 색과 글, 내용에서 드러내면 됩니다. 또 관례가 불편함을 낳는다면 더 나은 방식을 내놓을 수도 있지만, 그때는 실제 사용자와 함께 시험해 보며 신중하게 바꿔야 합니다.
실제 디자인 현장에서는 비슷한 서비스 여러 곳을 미리 살펴보며 사용자에게 익숙한 흐름을 먼저 파악하곤 합니다. 그런 다음 꼭 필요한 곳에만 새로움을 더하면, 처음 온 사람도 헤매지 않고 서비스의 장점을 바로 느낄 수 있습니다.
야콥의 법칙은 사용자가 다른 곳에서 익힌 경험을 우리 화면에도 그대로 가져온다는 사실을 일깨워 줍니다. 이 원칙을 알면 새로움만 좇기보다, 사용자가 이미 아는 길 위에 더 나은 경험을 쌓는 디자인을 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가 이미 알고 있는 길을 존중하는 것, 그것이 쓰기 쉬운 디자인의 첫걸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