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흙 속 부패를 파헤친 기자들, 머크레이커(Muckraker)
영화관에서 커다란 화면 가득 펼쳐지는 장면을 보면, 텔레비전보다 훨씬 가로로 길쭉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밤거리 장면에서는 자동차 불빛이 화면을 가로지르는 푸른 빛줄기로 번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넓은 화면은 처음부터 넓게 기록된 것이 아니라, 촬영할 때 옆으로 꾹 눌러 담았다가 영사할 때 다시 펼친 결과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 마법 같은 일을 해내는 장비가 바로 ‘아나모픽 렌즈(Anamorphic Lens)’입니다. 아나모픽 렌즈란 쉽게 말해 넓은 장면을 가로 방향으로만 압축해 좁은 필름이나 센서에 담고, 나중에 같은 비율로 다시 늘려 와이드 화면을 만들어 내는 특수 렌즈를 의미합니다. 이름은 ‘다시’와 ‘형태’를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왔습니다.
본 자료에서는 아나모픽 렌즈가 화면을 압축하는 원리와 탄생 과정, 이 렌즈만이 만들어 내는 독특한 화면의 특징, 그리고 오늘날 다시 주목받는 이유까지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넓은 화면을 담는 렌즈의 원리와 매력
눌러 담고 다시 펼치는 원리

아나모픽 렌즈의 핵심은 가로와 세로를 서로 다르게 다루는 데 있습니다.
(1) 원통형 렌즈로 가로만 압축
보통의 둥근 렌즈는 위아래와 좌우를 똑같이 다룹니다. 반면 아나모픽 렌즈에는 원통처럼 한쪽 방향으로만 휘어진 유리가 들어 있어, 세로는 그대로 두고 가로만 좁게 눌러 담습니다. 그래서 필름에 찍힌 장면을 그냥 보면 사람과 사물이 홀쭉하게 늘어나 보입니다.
(2) 영사할 때 다시 펼치기
극장의 영사기에는 반대 역할을 하는 렌즈를 답니다. 이 렌즈가 눌린 장면을 가로로 같은 비율만큼 늘려, 화면에는 원래 모습 그대로 넓은 장면이 비칩니다.
(3) 버리는 면적 없이 넓게
일반 렌즈로 와이드 화면을 만들려면 필름 위아래를 가려 잘라 내야 합니다. 아나모픽 방식은 필름 한 칸을 빈틈없이 쓰기 때문에 같은 필름으로 더 선명한 와이드 화면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전차의 눈에서 극장의 스크린으로

이 렌즈는 원래 영화가 아니라 전쟁터를 위해 태어났습니다.
(1) 앙리 크레티앵의 발명
프랑스의 천문학자 앙리 크레티앵(Henri Chrétien)은 제1차 세계 대전 중에 전차 안에서 넓은 시야를 볼 수 있는 광학 장치를 만들었습니다. 그는 이 장치를 ‘하이퍼고나르(Hypergonar)’라고 불렀고, 1927년에는 이를 쓴 단편 영화가 처음 만들어졌습니다.
(2) 시네마스코프의 등장
한동안 잊혔던 이 기술은 1950년대 초 텔레비전이 퍼지며 극장 관객이 줄어들자 다시 빛을 보았습니다. 영화사 20세기 폭스는 1952년 크레티앵의 기술에 대한 권리를 사들여 ‘시네마스코프(CinemaScope)’라는 이름을 붙였고, 1953년 개봉한 『성의(The Robe)』는 아나모픽 렌즈로 촬영해 개봉한 첫 장편 영화가 되었습니다.
(3) 오늘날의 표준 비율
아나모픽 렌즈는 대개 가로를 절반으로 누르는 2배 압축을 씁니다. 지금 극장의 아나모픽 화면은 가로가 세로의 약 2.39배이며, 현장에서는 습관처럼 2.35나 2.40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아나모픽만의 독특한 화면

아나모픽 렌즈는 화면 비율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다른 렌즈로는 얻기 어려운 고유한 질감을 남깁니다.
- 가로 플레어(Horizontal Flare): 어두운 장면에 자동차 전조등 같은 밝은 빛이 들어오면, 화면을 가로지르는 긴 빛줄기가 생깁니다. 흔히 푸른빛을 띠며, 일부러 이 효과를 흉내 내는 필터가 있을 정도로 영화다운 느낌을 줍니다.
- 타원형 보케(Oval Bokeh): 초점이 맞지 않은 배경의 불빛이 동그라미가 아니라 세로로 긴 타원 모양으로 맺힙니다.
- 넓은 시야(Wider Field of View): 2배 압축 50mm 렌즈는 가로로는 25mm 렌즈만큼 넓게 보면서도, 세로 시야와 심도는 50mm 렌즈의 느낌을 그대로 지닙니다.
(1) 얼굴이 부어 보이는 문제
초기 시네마스코프 렌즈는 화면 전체를 고르게 압축하지 못해, 가운데 선 배우의 얼굴이 볼거리에 걸린 것처럼 부어 보이기도 했습니다. 1950년대 후반 파나비전(Panavision)이 이를 줄이는 장치를 내놓으며 문제는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다시 돌아온 아나모픽

한때 아나모픽 렌즈는 무겁고 값비싸며 빛을 많이 필요로 한다는 이유로 자리를 내주었습니다.
(1) 쇠퇴의 시기
1990년대부터는 일반 렌즈로 넓게 찍은 뒤 위아래를 잘라 와이드 화면을 만드는 방식이 널리 퍼졌습니다. 컴퓨터로 화면을 다듬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화질 손해도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2) 디지털 시대의 부활
디지털 카메라는 필름보다 어두운 곳에서도 잘 찍을 수 있어, 아나모픽 렌즈의 약점이던 빛 부족 문제가 크게 줄었습니다. 그러자 독특한 플레어와 보케가 만드는 영화다운 분위기를 찾는 촬영 감독들이 다시 이 렌즈를 꺼내 들었습니다.
(3) 누구나 쓰는 아나모픽
요즘은 1.33배나 1.5배처럼 압축 비율이 낮은 렌즈도 나와, 16:9 디지털 카메라나 개인 창작자의 장비에서도 아나모픽 화면을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아나모픽 렌즈는 좁은 틀 안에 더 넓은 세상을 담으려는 고민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화면을 일부러 찌그러뜨렸다가 다시 펼치는 단순한 발상이, 극장의 화면 모양과 영화의 분위기까지 바꾸어 놓았습니다.
화면을 가로지르는 빛줄기 하나에도 렌즈의 선택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아는 것, 그것이 영상을 깊이 있게 읽어 내는 눈의 첫걸음입니다.
이 글 PDF 구매
1,000원한국어 PDF · 같은 계정으로 다시 다운로드할 수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