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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시간에 방정식을 척척 풀던 학생이 과학 시간에 같은 식이 나오자 손을 놓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대로 피아노를 오래 친 사람이 타자를 빨리 익히기도 합니다. 한곳에서 배운 것이 다른 곳에서 힘을 내기도 하고, 전혀 쓰이지 못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이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 바로 ‘학습 전이(Transfer of Learning)’입니다.
학습 전이란 쉽게 말해 ‘앞서 배운 지식이나 기술이 새로운 상황의 학습과 문제 해결에 영향을 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학교에서 배운 것이 시험장 밖에서도 쓰이려면 전이가 일어나야 하므로, 전이는 교육이 결국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과 맞닿아 있습니다.
본 자료에서는 학습 전이의 개념과 등장 배경부터 전이의 여러 종류, 전이가 생각보다 잘 일어나지 않는다는 실험, 그리고 전이를 돕는 수업 방법까지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배움이 다른 곳으로 건너가는 원리
학습 전이란 무엇인가?

20세기 초까지 학교에는 ‘형식 도야(Formal Discipline)’라는 믿음이 널리 퍼져 있었습니다. 라틴어나 기하학처럼 어려운 과목을 공부하면 근육을 단련하듯 기억력과 주의력 같은 정신 능력이 통째로 길러진다는 생각입니다.
이 믿음에 처음으로 실험의 잣대를 들이댄 사람이 미국의 심리학자 에드워드 손다이크(Edward Thorndike)와 로버트 우드워스(Robert Woodworth)입니다. 두 사람은 1901년 논문에서 특정 모양의 넓이를 어림하는 훈련을 받은 사람이 모양이 다른 도형에서는 그만큼 나아지지 않는다는 결과를 보고했습니다.
(1) 동일 요소설(Theory of Identical Elements)
손다이크는 두 과제가 같은 요소를 많이 나눠 가질수록 전이가 잘 일어난다고 보았습니다. 알파벳 쓰기 연습이 단어 쓰기에 도움이 되는 것은 둘 사이에 겹치는 동작이 많기 때문입니다.
(2) 정신 근육 이론에 대한 반박
이 연구로 어려운 과목을 배우기만 하면 머리가 두루 좋아진다는 생각은 크게 흔들렸습니다. 사람은 막연한 일반 능력보다 훨씬 구체적인 것을 배운다는 점이 드러난 것입니다.
학습 전이의 여러 종류

전이는 방향과 거리에 따라 몇 가지로 나눕니다.
- 정적 전이(Positive Transfer): 앞선 학습이 새 학습을 돕는 경우입니다(예: 자전거를 탈 줄 아는 사람이 오토바이 균형을 쉽게 잡는 것).
- 부적 전이(Negative Transfer): 앞선 학습이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경우입니다(예: 오른쪽 통행 나라에서 운전하던 사람이 왼쪽 통행 나라에서 자꾸 반대 차선으로 들어서는 것).
- 근전이(Near Transfer): 배운 상황과 비슷한 상황에 적용하는 것입니다(예: 교과서 예제와 숫자만 다른 문제를 푸는 것).
- 원전이(Far Transfer): 배운 상황과 겉모습이 크게 다른 곳에 적용하는 것입니다(예: 체스에서 배운 중앙 장악의 원리를 경영 전략에 떠올리는 것).
미국의 교육학자 데이비드 퍼킨스(David Perkins)와 이스라엘의 교육심리학자 가브리엘 살로몬(Gavriel Salomon)은 전이가 일어나는 길을 두 갈래로 정리했습니다. 충분히 연습한 행동이 비슷한 상황에서 저절로 튀어나오는 ‘낮은 길(Low Road)’과, 공통 원리를 의식적으로 뽑아내 새 상황에 연결하는 ‘높은 길(High Road)’입니다. 처음 소형 트럭을 몰아도 승용차 운전 감각이 그대로 살아나는 것이 낮은 길의 예입니다.
전이는 왜 잘 일어나지 않을까?

전이가 생각보다 어렵다는 사실을 잘 보여 주는 실험이 있습니다.
[실험] 요새 이야기와 종양 문제
미국 미시간 대학교의 연구자 메리 긱(Mary Gick)과 키스 홀리오크(Keith Holyoak)는 참가자에게 먼저 한 장군이 군대를 작은 무리로 나눠 여러 길에서 동시에 요새로 모이게 해 함락했다는 이야기를 읽혔습니다. 그다음 강한 방사선 한 줄기로는 건강한 조직까지 다치는 종양을 어떻게 치료할지 물었습니다. 답은 약한 방사선 여러 줄기를 사방에서 한 점에 모으는 것입니다.
1980년대 초에 발표된 두 사람의 연구에 따르면 이야기를 활용해 보라는 힌트를 받은 참가자는 약 75%가 이 해법을 찾았지만, 힌트가 없으면 약 30%에 그쳤습니다. 이야기를 아예 읽지 않은 사람도 약 10%는 답을 찾았으니, 스스로 비슷함을 알아챈 사람은 많지 않았던 셈입니다.
(1) 겉모습에 매이는 습관
사람은 군사 이야기와 의학 문제처럼 겉모습이 다르면 속 구조가 같아도 연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2) 맥락에 묶인 지식
특정 교실, 특정 문제 유형 안에서만 익힌 지식은 그 맥락을 벗어나면 쉽게 떠오르지 않습니다.
전이를 높이는 수업 전략

전이는 저절로 기대할 것이 아니라 일부러 설계해야 하는 목표입니다. 퍼킨스와 살로몬은 두 가지 방법을 함께 쓰라고 권했습니다.
(1) 껴안기(Hugging)
배우는 상황을 실제로 쓰일 상황과 최대한 가깝게 만듭니다. 면접 요령을 강의로 듣기보다 모의 면접을 해 보는 것이 그 예이며, 주로 낮은 길의 전이를 돕습니다.
(2) 다리 놓기(Bridging)
배운 내용의 일반 원리를 말로 정리하게 하고, 다른 분야에서는 어디에 쓸 수 있을지 묻습니다. 높은 길의 전이를 열어 주는 방법입니다.
(3) 다양한 예시와 비교
겉모습이 다른 예시 여러 개를 나란히 놓고 공통점을 찾게 하면, 학습자가 표면이 아닌 구조를 보는 눈을 기릅니다.
(4) 성찰과 메타인지
문제를 푼 뒤 어떤 원리를 썼는지 되돌아보게 하면, 그 원리가 다음 상황에서 떠오를 가능성이 커집니다.
학습 전이는 배움이 교실 안에 갇히지 않고 삶으로 이어지게 하는 다리입니다. 무엇을 얼마나 많이 배웠느냐만큼, 배운 것을 어디까지 가져가 쓸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오늘 배운 한 가지를 다른 곳에서는 어떻게 쓸 수 있을지 스스로 물어보는 것, 그것이 살아 있는 배움의 첫걸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