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적지부터 정하고 길을 놓는다, 백워드 설계(Backward Design)
새 서비스를 만들자는 회의에서 십 분도 지나지 않아 “버튼을 어디에 둘까?”라는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정작 누구의 어떤 불편을 풀려는 것인지는 아무도 확인하지 않았는데도 말입니다. 반대로 조사만 몇 달째 이어 가다 끝내 내놓은 것이 없는 팀도 있습니다. 두 장면 모두 생각을 넓힐 때와 좁힐 때를 구분하지 못해 생기는 일이고, 이를 막아 주는 길잡이로 널리 쓰이는 그림이 더블 다이아몬드입니다.
더블 다이아몬드(Double Diamond)란 쉽게 말해 디자인 과정을 마름모 두 개가 나란히 놓인 모양으로 그린 모형을 의미합니다. 영국 디자인 위원회(Design Council)가 2000년대 중반 공개한 뒤 디자인과 혁신의 과정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그림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각 마름모는 생각을 넓혔다가 다시 좁히는 흐름을 나타냅니다.
본 자료에서는 마름모 두 개가 무엇을 뜻하는지부터 첫 번째 마름모인 발견과 정의, 두 번째 마름모인 개발과 전달, 그리고 이 모형을 쓸 때 알아 둘 원칙과 한계까지 차례로 정리합니다.
넓혔다 좁히기를 두 번 되풀이하는 디자인 과정
마름모 두 개는 무엇을 뜻하는가?

마름모의 왼쪽 꼭짓점에서 가운데 가장 넓은 부분까지는 가능성을 넓히는 구간이고, 가운데에서 오른쪽 꼭짓점까지는 하나로 좁히는 구간입니다. 이 두 움직임을 각각 발산적 사고(divergent thinking)와 수렴적 사고(convergent thinking)라고 부릅니다.
(1) 첫 번째 마름모: 올바른 문제 찾기
처음 받은 과제를 그대로 믿지 않고 여러 각도에서 살핀 뒤, 정말 풀어야 할 문제 하나로 모읍니다.
(2) 두 번째 마름모: 올바른 해법 찾기
정리된 문제를 놓고 다양한 해결 방안을 만들어 보고, 시험을 거쳐 쓸 만한 하나로 좁힙니다.
예를 들어 동네 도서관의 대출 줄이 길다는 불만을 받았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곧바로 무인 대출기를 들여놓으면 ‘해법 마름모’에서 출발하는 셈이지만, 먼저 ‘문제 마름모’를 거치면 줄이 긴 이유가 기계 부족이 아니라 안내 부족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두 마름모가 맞닿는 가운데 지점이 바로 문제를 정의하는 순간입니다. 발산과 수렴을 되풀이하는 설계 모형의 생각은 이전에도 여러 연구자가 다루었고, 디자인 위원회는 자체 프로젝트에서 쓰인 방법들을 모아 비교하며 공통된 과정을 네 단계로 정리해 이름을 붙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첫 번째 마름모, 발견과 정의

첫 번째 마름모에는 발견(Discover)과 정의(Define)라는 두 단계가 들어 있습니다. 목표는 문제를 빨리 푸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제대로 알아보는 것입니다.
(1) 발견: 짐작하지 않고 알아본다
문제의 영향을 받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고 함께 시간을 보냅니다. 인터뷰와 관찰, 자료 조사로 다양한 이야기를 모으며 생각을 활짝 넓히는 단계입니다.
(2) 정의: 모은 이야기에서 핵심을 뽑는다
쌓인 관찰에서 비슷한 이야기끼리 묶고 중요한 순서를 가려냅니다. 그 결과로 풀어야 할 과제를 한두 문장으로 밝힌 디자인 브리프(design brief)를 만듭니다.
처음 받은 과제가 ‘앱을 더 예쁘게 바꾸자’였더라도 조사해 보니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을 찾지 못한다’가 진짜 문제일 수 있습니다. 문제를 다시 쓰는 일이 이 마름모에서 가장 값진 결과이며, 이 단계를 건너뛰면 뒤의 모든 노력이 엉뚱한 곳을 향할 위험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의 어떤 상황을 기준으로 삼을지도 이때 함께 정해 둡니다.
두 번째 마름모, 개발과 전달

두 번째 마름모는 정의된 문제에 답을 내는 구간으로, 개발(Develop)과 전달(Deliver) 단계로 이루어집니다.
(1) 개발: 여러 답을 만들어 본다
한 가지 아이디어에 매달리지 않고 서로 다른 답을 여러 개 내놓습니다. 다른 분야에서 영감을 얻고 다양한 사람과 함께 만들며, 거친 시제품(prototype)으로 빠르게 확인합니다.
(2) 전달: 하나를 골라 다듬어 내놓는다
작은 규모로 시험해 통하지 않는 안은 버리고 통하는 안은 고칩니다. 마지막에는 하나의 해법을 정리해 출시를 준비합니다.
- 발산(Divergence): 가능한 답을 넓게 펼치는 움직임으로, 판단을 잠시 미루고 아이디어의 수를 늘립니다.
- 수렴(Convergence): 근거를 놓고 선택하는 움직임으로, 기준에 맞는 안만 남겨 하나로 모읍니다.
예컨대 도서관 안내 문제라면 안내판을 새로 달기, 직원이 먼저 말 걸기, 휴대전화 알림 보내기 같은 안을 여럿 만들어 하루씩 시험해 보고, 이용자 반응이 가장 좋은 안을 골라 다듬는 식입니다. 이렇게 만들고 시험하고 다시 고치는 일은 한 번에 끝나지 않고 여러 차례 되풀이됩니다.
모형을 쓸 때 알아 둘 원칙과 한계

디자인 위원회는 2019년 이 모형을 ‘혁신을 위한 틀(Framework for Innovation)’로 넓혀 네 가지 원칙을 함께 제시했습니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기, 시각적이고 포용적으로 소통하기, 함께 협력하며 만들기, 반복하고 또 반복하기입니다.
(1) 장점
복잡한 프로젝트를 네 단계로 단순하게 보여 주어 디자이너가 아닌 사람과도 같은 그림을 보며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지금 팀이 넓히는 중인지 좁히는 중인지도 쉽게 확인됩니다.
(2) 한계
실제 프로젝트는 그림처럼 깔끔한 직선으로 흐르지 않습니다. 두 마름모의 크기와 걸리는 시간도 같지 않고, 해법을 만들다 문제를 다시 정의해야 하는 일도 흔합니다. 그림은 길을 안내하는 약도일 뿐 지켜야 할 규칙은 아닙니다.
(3) 쓰는 법
새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팀이 어느 단계에 있는지 확인하는 용도로 쓰면 좋습니다. 단계마다 만들어진 산출물을 남겨 두면 나중에 판단의 근거를 되짚기도 쉽습니다.
더블 다이아몬드는 서둘러 답을 내놓고 싶은 마음을 한 박자 늦추게 합니다. 해법을 고르기 전에 문제를 넓게 보고 정확하게 밝히는 일, 그것이 더블 다이아몬드의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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