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가와 일자리의 줄다리기, 필립스 곡선(Phillips Curve)
여름 휴가철 해수욕장은 발 디딜 틈이 없는데, 같은 곳을 늦가을에 가 보면 문 닫은 가게가 줄을 잇습니다. 겨울 스키장도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곳인데 어떤 달에는 사람이 넘치고 어떤 달에는 텅 비는 이 낯선 풍경의 이름이 바로 관광의 계절성입니다.
관광의 계절성(Tourism Seasonality)이란 쉽게 말해 관광객 수나 소비가 한 해 안에서 고르게 퍼지지 않고 특정 시기에 몰렸다 빠지는 규칙적인 쏠림을 의미합니다. 관광지는 손님이 많은 달에 일 년 벌이의 큰 몫을 올려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 쏠림은 관광 경영의 가장 오래된 숙제로 꼽힙니다.
본 자료에서는 계절성이 무엇인지부터 두 가지 원인, 쏠림이 낳는 문제와 재는 방법, 그리고 쏠림을 누그러뜨리는 전략까지 차례로 정리합니다.
성수기와 비수기를 가르는 힘
관광의 계절성이란 무엇인가?

계절성은 관광이 지닌 매우 보편적인 특징입니다. 호텔 객실, 항공 좌석, 식당 좌석처럼 관광을 받치는 시설은 대개 오늘 못 팔면 내일 다시 팔 수 없는 상품입니다. 그래서 손님이 몰리는 시기를 성수기, 뜸한 시기를 비수기라 부르며 가격과 인력, 영업 일수를 다르게 짜는 일이 흔합니다.
계절성은 단순히 ‘여름이 덥다’는 이야기만이 아닙니다. 날씨가 큰 몫을 하지만, 학교 방학과 휴가 관행처럼 사람이 정해 놓은 달력도 못지않게 큰 역할을 합니다. 관광학에서는 이 둘을 나누어 보는 방식이 오래 이어져 왔습니다.
또 하나 알아 둘 점은 계절성이 지역과 상품마다 다른 얼굴을 한다는 것입니다. 바닷가 휴양지는 여름에, 스키장은 겨울에 정점을 찍지만, 도시 관광이나 비즈니스 관광은 계절보다 연휴와 행사 일정에 따라 오르내리는 편입니다. 그래서 같은 ‘성수기’라는 말도 무엇을 파는 곳이냐에 따라 뜻이 달라집니다.
계절성을 만드는 두 가지 힘

1975년 관광학자 바온(Bar-On)이 계절성의 원인을 자연적인 것과 제도적인 것으로 나누어 설명한 이래, 이 구분은 기본 틀이 되었습니다. 이후 영국 출신 관광학자 리처드 버틀러(Richard Butler)가 2001년에 이를 더 넓게 정리했습니다.
(1) 자연적 계절성
기온, 강수량, 적설량, 일조 시간처럼 해마다 되풀이되는 기후의 변화에서 나옵니다. 해수욕과 스키처럼 날씨에 기대는 관광일수록 영향이 크고, 적도에서 멀수록 계절 차이가 커서 해결하기 더 어렵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2) 제도적 계절성
학교 방학, 기업의 집단 휴가, 공휴일, 종교 기념일, 스포츠 시즌처럼 사람이 만든 달력에서 나옵니다. 여기에는 사회적 압력, 유행, 관습도 포함됩니다. 예를 들어 학교의 여름 방학은 많은 나라에서 농사일을 돕던 전통에서 비롯되었다고 설명됩니다.
- 자연적 계절성(Natural Seasonality): 날씨와 일조처럼 자연이 정하는 반복이며, 기후 변화로 예측하기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 제도적 계절성(Institutional Seasonality): 휴일과 방학처럼 사회가 정하는 반복이며, 시작과 끝 날짜를 정확히 짚을 수 있는 편입니다.

이 두 힘은 서로 얽히기도 합니다. 19세기 유럽의 상류층은 겨울을 온천이나 지중해 해안에서 보내는 것을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일로 여겼고, 이런 관습이 계절 이동의 틀을 굳혔다고 합니다.
쏠림이 낳는 문제와 재는 방법

쏠림은 사업과 지역 모두에 부담이 됩니다. 비수기에는 객실과 좌석이 놀고, 직원은 성수기에만 고용되어 일자리가 불안정해지며, 수입이 한 철에 몰려 현금 흐름이 흔들립니다. 반대로 성수기에는 혼잡과 소음, 자연 훼손이 한꺼번에 몰려 주민과 환경이 부담을 떠안습니다. 다만 비수기가 지역 사회와 자연이 숨을 돌리는 시간이 된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얼마나 쏠리는지는 월별 방문객 수나 숙박 수를 가지고 숫자로 잴 수 있습니다.
- 계절성 비율(Seasonality Ratio): 가장 많은 달의 값을 월평균으로 나눈 값으로, 클수록 한 달에 몰렸다는 뜻입니다.
- 변동계수(Coefficient of Variation): 월별 값의 표준편차를 평균으로 나눈 값으로, 달마다 오르내림이 얼마나 큰지 보여 줍니다.
- 지니계수(Gini Coefficient): 월별 분포의 불평등을 0에서 1 사이로 나타내며, 0이면 고르고 1에 가까울수록 몇 달에 몰립니다.
어느 한 지표만으로는 쏠림의 모양을 다 담지 못해서 여러 지표를 함께 보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같은 지니계수라도 한 달에 크게 몰린 곳과 두세 달에 걸쳐 완만하게 솟은 곳은 대응이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쏠림을 누그러뜨리는 방법

계절성은 완전히 없애기보다 줄이고 활용하는 쪽으로 다룹니다. 연구와 현장에서 자주 거론되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상품 다양화
비수기에도 즐길 수 있는 축제, 전시, 회의와 행사, 실내 체험을 더해 일 년 내내 찾을 이유를 만듭니다.
(2) 시장 다양화
휴가 시기가 다른 나라와 지역의 손님, 은퇴자처럼 시기가 자유로운 손님을 불러옵니다.
(3) 가격 차등
비수기에 요금을 낮추거나 묶음 혜택을 주어 수요를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옮깁니다. 다만 값만 내리면 가치가 낮아 보일 수 있어, 비수기만의 경험을 함께 내세우는 것이 좋습니다.
(4) 휴가 분산
지역별로 학교 방학 시기를 엇갈리게 하는 방식으로,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주별 방학 조정이 대표 사례로 소개됩니다.
여기에 현지 주민이 비수기에 지역 시설을 더 이용하도록 돕는 방법도 보태집니다. 기후 변화로 계절의 경계가 흔들리면서 예전의 성수기와 비수기 구분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계속 살펴야 합니다. 어느 방법이든 성수기와 비수기를 모두 일 년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설계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관광지의 계절 리듬을 읽는 일은 손님의 발길이 언제 오고 가는지 이해하는 일에서 시작합니다. 몰리는 달과 비는 달을 함께 바라보며 지역이 감당할 수 있는 속도를 찾는 눈, 그것이 계절성 관리의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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