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름이 기름을 씻어 내다, 비누화(Saponification)
공장 작업대 위의 공구 자리를 손이 닿기 쉬운 곳으로 옮기면 한 번에 몇 초쯤 아낄 수 있습니다. 그 정도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것 같지만, 같은 동작을 하루에 수백 번 되풀이하는 현장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런 작은 고침이 수많은 사람의 손에서 매일 쌓이면 회사 전체의 품질과 속도가 눈에 띄게 바뀝니다. 이 생각을 경영의 방식으로 다듬은 것이 바로 ‘카이젠(Kaizen)’입니다.
카이젠이란 쉽게 말해 ‘거창한 한 번의 변화 대신 현장의 모든 사람이 작은 개선을 끊임없이 쌓아 조직 전체를 나아지게 하는 경영 방식’을 의미합니다. 일본어 改善(개선)을 그대로 읽은 말로, 도요타 자동차의 생산 방식과 함께 세계에 알려졌습니다.
본 자료에서는 카이젠이라는 말의 뜻과 출발점부터, 현장에서 없애려는 세 가지 낭비, 카이젠을 굴리는 대표적인 도구, 그리고 이 방식이 남긴 교훈과 한계까지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작은 고침이 모여 큰 차이를 만든다, 카이젠의 원리와 쓰임
카이젠이란 무엇인가

카이젠은 일본어로 그저 ‘더 좋게 고침’을 뜻하는 평범한 낱말입니다.
(1) 일본어로는 평범한 말이다
일본에서 카이젠은 크든 작든, 한 번이든 여러 번이든 모든 개선을 가리킵니다. 낱말 자체에 ‘끊임없이’라는 뜻이나 특별한 철학이 담겨 있지는 않습니다.
(2) 바깥에서는 경영 개념이 되었다
일본 기업들, 특히 도요타가 현장 개선 활동에 이 말을 붙여 쓰면서, 일본 밖에서는 ‘지속적 개선’을 뜻하는 경영 용어로 자리 잡았습니다. 경영 컨설턴트 이마이 마사아키(Masaaki Imai)가 1986년 낸 책 『카이젠(Kaizen: The Key to Japan’s Competitive Success)』이 세계적으로 널리 읽히며 이 말을 경영계의 단어로 만들었습니다.
(3) 출발점은 미국이었다
작은 개선을 그날그날 바로 실행하라는 방식은 제2차 세계 대전 때 미국의 산업 내 훈련(Training Within Industry) 프로그램에서 나왔습니다. 전쟁 중이라 큰 변화를 꾀할 시간도 자원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전쟁이 끝난 뒤 이 프로그램이 일본에 소개되었고, 통계적 품질 관리를 가르친 에드워즈 데밍(W. Edwards Deming)의 영향도 더해졌습니다. 1951년 일본에서 이 프로그램을 소개하던 교육 영화의 제목이 ‘개선의 네 단계’였다는 점은 이 말이 일본 현장에 퍼진 경로를 잘 보여 줍니다.
없애야 할 세 가지, 무다·무라·무리

도요타 생산 방식에서는 손실의 뿌리를 세 가지로 나누어 봅니다.
- 무다(Muda): 가치를 더하지 않는 낭비입니다.
- 무라(Mura): 작업량이나 흐름이 들쭉날쭉한 불균형입니다.
- 무리(Muri): 사람이나 기계에 지나친 부담을 지우는 과부하입니다.
이 가운데 무다는 다시 일곱 가지로 나뉩니다. 필요보다 많이 만드는 과잉 생산, 일손이 멈춰 있는 대기, 쓸데없는 운반, 불량, 지나친 재고, 불필요한 동작, 그리고 고객이 원하지도 않는 기능을 덧붙이는 과잉 가공입니다. 카이젠은 이런 낭비를 하나씩 찾아 줄이는 일에서 시작합니다.

카이젠을 굴리는 도구

카이젠은 마음가짐만으로 굴러가지 않고, 현장에서 되풀이해 쓰는 도구와 함께 움직입니다.
(1) PDCA
계획하고(Plan), 실행하고(Do), 확인하고(Check), 조치하는(Act) 순환입니다. 크게 미리 짜 두기보다 작게 바꿔 보고 결과를 살핀 뒤 다시 고치는 식으로 돌립니다. 한 바퀴를 마치면 나아진 방식을 새 표준으로 삼고, 그 표준에서 다시 다음 바퀴를 시작합니다.
(2) 다섯 번의 왜
문제가 생기면 ‘왜?’를 다섯 번쯤 거듭 물어 겉으로 드러난 증상이 아니라 뿌리 원인을 찾습니다.
(3) 5S
정리(Seiri), 정돈(Seiton), 청소(Seiso), 청결(Seiketsu), 습관화(Shitsuke)의 다섯 가지로 작업장을 가꿉니다. 필요 없는 것을 치우고 제자리를 정해 두면 낭비와 실수가 쉽게 눈에 띕니다.
(4) 즉석 개선과 집중 개선
현장에서 고장이나 잘못을 발견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고치는 작은 개선이 있는가 하면, 한 가지 문제를 정해 여러 사람이 일주일쯤 집중해서 고치는 ‘카이젠 이벤트(Kaizen Event)’도 있습니다. 앞의 것은 매일의 습관이고, 뒤의 것은 굵직한 병목을 짧은 기간에 푸는 방법입니다.
(5) 라인을 세울 권한
도요타에서는 이상이 보이면 작업자 누구나 움직이는 생산 라인을 멈추고 감독자와 함께 원인을 고칠 수 있습니다. 문제를 덮고 넘어가지 않게 하는 장치입니다.
카이젠이 남긴 교훈과 한계

카이젠은 제조업을 넘어 병원, 사무실, 소프트웨어 개발 등으로 퍼졌지만, 함께 짚어 볼 점도 있습니다.
(1) 개선은 현장 모두의 일이다
경영자부터 청소 담당자까지 모든 사람이 참여하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일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그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믿음이 바탕에 있습니다.
(2) 돈보다 지혜를 먼저 쓴다
새 설비를 들이기보다 지금 가진 사람과 도구를 더 잘 쓰는 데서 답을 찾습니다. 그래서 비용이 적게 드는 개선이 많습니다.
(3) 형식만 남으면 부담이 된다
제안 건수를 채우는 데만 매달리거나, 위에서 짧은 기간에 몰아붙이는 행사로만 운영하면 오히려 현장에 무리를 더할 수 있습니다.
(4) 큰 변화를 대신하지는 못한다
작은 개선의 합은 지금의 방식을 다듬는 데 강하지만, 시장을 뒤집는 기술 변화처럼 판 자체가 바뀌는 상황에서는 과감한 혁신이 따로 필요합니다.
카이젠은 대단한 계획 없이도 조직이 꾸준히 나아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줍니다. 하루의 작은 고침은 보잘것없어 보여도, 그것이 멈추지 않고 쌓이면 남이 쉽게 따라오지 못하는 차이가 됩니다.
오늘 하는 일에서 고칠 수 있는 작은 한 가지를 찾아보는 것, 그것이 더 나은 일터를 만드는 경영의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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