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땅이 꺼져 만든 거대한 솥, 칼데라(Caldera)

공기 속 물에 스스로 녹는 고체, 조해(Deliquescence)
과자 봉지마다 들어 있는 스티커를 모아 본 적이 있다면, 처음에는 봉지를 뜯을 때마다 새 스티커가 나와 금방 다 모을 것 같았던 기억이 있을 겁니다. 그런데 앨범이 거의 다 찰 무렵부터는 이미 가진 스티커만 계속 나오고, 마지막 한두 장은 좀처럼 나오지 않습니다. 운이 나빠서가 아니라 확률이 원래 그렇게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이 현상을 수학으로 풀어낸 것이 바로 ‘쿠폰 수집가 문제(Coupon Collector’s Problem)’입니다.
쿠폰 수집가 문제란 쉽게 말해 ‘여러 종류 가운데 하나가 무작위로 나올 때, 모든 종류를 적어도 한 번씩 모으려면 평균 몇 번을 뽑아야 하는가’를 묻는 확률 문제를 의미합니다. 답은 생각보다 훨씬 크고, 그 대부분이 마지막 몇 종류를 기다리는 데 쓰인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본 자료에서는 쿠폰 수집가 문제가 무엇인지부터, 평균 횟수를 계산하는 원리, 숫자로 보는 구체적인 예시, 그리고 이 문제가 실생활과 기술에서 쓰이는 곳과 주의할 점까지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마지막 한 장이 가장 비싸다, 쿠폰 수집가 문제
쿠폰 수집가 문제란 무엇인가

이 문제의 이름은 시리얼 상자마다 쿠폰을 한 장씩 넣고, 모든 종류를 모으면 상품을 주던 판촉 행사에서 왔습니다. 수학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조건을 둡니다.
(1) 종류의 수가 정해져 있다
모아야 할 쿠폰은 모두 n가지이며, 수집가는 이 수를 미리 알고 있습니다.
(2) 한 번에 한 장씩 무작위로 나온다
상자를 하나 살 때마다 n가지 가운데 하나가 같은 확률로 나오고, 앞에서 무엇이 나왔는지는 다음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3) 중복이 생긴다
이미 가진 쿠폰이 다시 나올 수 있습니다. 같은 쿠폰을 여러 번 받는 일이 바로 수집을 길게 만드는 원인입니다.
주사위로 바꿔 말하면 ‘여섯 면이 모두 한 번씩 나올 때까지 주사위를 평균 몇 번 던져야 하는가’라는 질문과 같습니다.
평균 횟수는 어떻게 계산할까

수집 과정을 ‘새 종류를 하나 얻을 때까지’의 구간으로 나누어 보면 계산이 쉬워집니다.
(1) 처음에는 무엇이든 새것이다
아무것도 없을 때는 첫 번째 뽑기가 반드시 새 종류이므로 한 번이면 충분합니다.
(2) 모을수록 새것이 나올 확률이 줄어든다
이미 k가지를 가지고 있다면 새 종류가 나올 확률은 (n – k) / n입니다. 성공 확률이 p인 일을 성공할 때까지 반복하면 평균 1 / p번이 걸리므로, 이 구간에는 평균 n / (n – k)번이 필요합니다.
(3) 구간들을 모두 더한다
각 구간의 평균을 더하면 전체 평균은 n × (1 + 1/2 + 1/3 + … + 1/n)이 됩니다. 괄호 안의 합을 조화수라고 부르며, n이 커지면 대략 n × (n의 자연로그) + 0.577 × n 정도로 늘어납니다. 프랑스의 수학자 피에르시몽 라플라스(Pierre-Simon Laplace)도 1812년 확률론 저서에서 이 문제를 다루었습니다.
주사위로 직접 따져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첫 면은 1번, 두 번째 새 면은 6/5번, 세 번째는 6/4번, 네 번째는 6/3번, 다섯 번째는 6/2번, 마지막 여섯 번째는 6/1번이 평균적으로 걸립니다. 이를 모두 더하면 약 14.7번이 되며, 그중 마지막 한 면을 기다리는 데만 평균 6번이 들어갑니다.
이 식에서 보듯 마지막 구간, 즉 딱 한 종류만 남았을 때는 혼자서 평균 n번을 기다려야 합니다. 앞에서 모은 종류가 많을수록 새것을 만나기 어려워지는 구조가 수집 기간을 길게 늘리는 것입니다.

숫자로 보는 수집의 현실

계산 결과를 구체적인 숫자로 보면 직관과 얼마나 다른지 분명해집니다.
- 주사위(Die): 앞에서 계산했듯 여섯 면을 모두 보려면 평균 약 14.7번을 던져야 합니다. 여섯 번이면 될 것 같지만 두 배가 넘습니다.
- 쿠폰 10종(Ten Coupons): 평균 약 29.3번이 필요합니다.
- 쿠폰 50종(Fifty Coupons): 평균 약 225번이 필요합니다. 그중 앞의 25종을 모으는 데는 약 34번이면 되지만, 나머지 25종을 모으는 데는 약 191번이 듭니다.
- 쿠폰 100종(One Hundred Coupons): 평균 약 519번으로, 종류 수의 다섯 배가 넘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숫자는 평균일 뿐이라 실제로는 훨씬 더 오래 걸리는 사람도 많습니다. 또 일부 종류를 일부러 적게 넣는 ‘희귀 카드’가 있다면, 같은 확률일 때보다 기대 횟수는 더 커집니다.
쿠폰 수집가 문제가 쓰이는 곳과 주의할 점

이 문제는 스티커 앨범을 넘어 여러 분야에서 쓰입니다.
(1) 판촉과 소비 설계
무작위로 나오는 수집형 상품은 마지막 몇 종류를 얻기 위해 같은 상품을 반복해서 사게 만드는 구조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대 비용을 미리 계산해 보는 것만으로도 충동 구매를 줄일 수 있습니다.
(2) 컴퓨터 과학과 알고리즘
무작위로 고른 요소가 모든 경우를 한 번씩 거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따질 때 이 계산이 쓰이며, 무작위 알고리즘 교과서에서 대표 예제로 다룹니다.
(3) 교환이 답이 될 수 있다
여러 사람이 함께 모으며 중복된 것을 서로 바꾸면, 혼자 모을 때보다 한 사람이 사야 할 양이 크게 줄어듭니다. 남는 중복이 다른 사람에게는 필요한 한 장이 되기 때문입니다.
(4) 남은 횟수를 가늠하는 기준
이미 여러 종류를 모았다면 남은 종류에 대해서만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50종 가운데 49종을 모았다면, 마지막 한 장을 얻기까지 평균 50번을 더 뽑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다만 실제 상품은 종류마다 나오는 비율이 다르거나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계산은 어디까지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합니다.
쿠폰 수집가 문제는 모으면 모을수록 새것을 얻기가 어려워진다는 단순한 사실이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드는지 보여 줍니다. 마지막 한 장이 유독 안 나오는 것은 불운이 아니라 확률이 정해 둔 길입니다.
수집을 시작하기 전에 몇 번이 필요할지 한 번쯤 계산해 보고, 중복을 나눌 친구를 찾아보는 것, 그것이 현명한 수집의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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