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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꼭대기에 있는 천지를 사진으로 보면, 높은 산 위에 어떻게 저렇게 넓고 둥근 호수가 생겼는지 궁금해집니다. 화산이 불을 뿜고 난 자리라고 하니 분화구에 물이 고인 것 같지만, 사실 천지의 바탕이 된 지형은 보통의 분화구와 만들어진 방식이 다릅니다. 땅 위로 무언가가 터져 나간 자국이 아니라, 땅 자체가 아래로 꺼져 내려앉은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지형을 ‘칼데라(Caldera)’라고 부릅니다.
칼데라란 쉽게 말해 ‘화산이 땅속 마그마를 한꺼번에 많이 내보낸 뒤, 비어 버린 마그마 방 위의 땅이 무너져 내려 생긴 크고 둥근 분지’를 의미합니다. 지름이 수 킬로미터에서 수십 킬로미터에 이르기도 하며, 그 안에 물이 고이면 칼데라호라는 아름다운 호수가 됩니다.
본 자료에서는 칼데라가 무엇이고 분화구와 어떻게 다른지부터, 칼데라가 만들어지는 과정, 세계의 대표적인 칼데라, 그리고 칼데라가 우리에게 주는 선물과 위험까지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땅이 꺼져 만든 거대한 솥, 칼데라
칼데라는 분화구와 어떻게 다를까

칼데라와 분화구는 모두 화산 위의 움푹한 지형이지만, 생긴 원리와 크기가 다릅니다.
(1) 이름에 담긴 뜻
칼데라는 ‘솥’이나 ‘가마솥’을 뜻하는 스페인어에서 온 말로, 라틴어 ‘칼다리아(caldaria)’와 뿌리가 같습니다. 독일의 지질학자 레오폴트 폰 부흐(Leopold von Buch)가 1815년 카나리아 제도를 둘러본 기록을 남기면서 이 말을 지질학 용어로 들여왔습니다.
(2) 만들어지는 방식의 차이
분화구는 마그마와 화산 가스가 뿜어져 나오는 통로의 입구로, 폭발로 흙과 돌이 날아가며 생긴 구멍입니다. 칼데라는 땅속이 비어 그 위의 땅이 내려앉은 지형이라, 오히려 땅이 꺼지는 싱크홀에 더 가깝습니다.
(3) 크기의 차이
분화구는 대개 지름이 수백 미터 정도이지만, 칼데라는 흔히 1킬로미터가 넘고 큰 것은 수십 킬로미터에 이릅니다. 그래서 칼데라 안에 마을과 농경지, 호수가 통째로 들어앉은 곳도 있습니다.
이처럼 칼데라는 단순히 큰 분화구가 아니라, 화산 아래가 비면서 땅이 통째로 주저앉은 흔적이라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칼데라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칼데라가 생기려면 땅속 마그마 방이 짧은 시간에 크게 비어야 합니다.
(1) 마그마 방이 비는 단계
화산 아래 수 킬로미터 깊이에는 마그마가 모여 있는 마그마 방이 있습니다. 큰 폭발이나 많은 양의 용암 분출로 이 마그마가 한꺼번에 빠져나가면, 마그마 방은 위의 땅과 바위의 무게를 더 이상 받치지 못하게 됩니다.
(2) 고리 모양으로 갈라지는 단계
마그마 방 가장자리를 따라 땅이 둥글게 갈라지는데, 이를 고리 모양 단층이라고 합니다. 이 틈은 마그마가 새어 나오는 통로가 되기도 해서, 칼데라 둘레에 작은 화산들이 새로 생기기도 합니다.
(3) 가운데가 내려앉는 단계
갈라진 고리 안쪽의 땅이 비어 버린 마그마 방 속으로 가라앉으면서 거대한 솥 모양의 분지가 완성됩니다. 한 번의 큰 분화로 순식간에 무너지기도 하고, 여러 차례의 분화를 거치며 조금씩 내려앉기도 합니다.
(4) 폭발 없이 생기는 칼데라
하와이의 킬라우에아처럼 끈적임이 적은 현무암 마그마가 흐르는 화산에서는, 큰 폭발 대신 용암이 흘러나가며 마그마 방이 비어 천천히 칼데라가 생기기도 합니다. 킬라우에아에서는 2018년에도 이런 붕괴가 일어났습니다.
세계의 대표적인 칼데라

칼데라는 화산이 있는 세계 곳곳에서 볼 수 있으며, 저마다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 냅니다.
- 백두산 천지(Heaven Lake): 백두산 꼭대기의 칼데라에 물이 고여 생긴 호수로, 한반도에서 가장 잘 알려진 칼데라호입니다.
- 크레이터 호(Crater Lake): 미국 오리건주에 있는 호수로, 약 7,700년 전 마자마산이 크게 분화한 뒤 무너져 내린 칼데라에 물이 고여 만들어졌습니다. 이름에는 ‘분화구’가 들어 있지만 실제로는 칼데라호입니다.
- 토바 호(Lake Toba):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에 있는 길이 약 100킬로미터의 호수로, 약 7만 4천 년 전의 거대한 분화로 생긴 세계에서 가장 큰 칼데라 가운데 하나입니다.
- 산토리니(Santorini): 그리스의 이 섬들은 바다에 잠긴 칼데라의 가장자리로, 하얀 마을이 늘어선 절벽이 바로 칼데라의 벽입니다.
칼데라가 주는 선물과 위험

칼데라는 아름다운 풍경과 자원을 주는 동시에, 여전히 살아 있는 화산의 일부이기도 합니다.
(1) 풍경과 관광
칼데라호와 칼데라 절벽은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장관을 만들어 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읍니다. 일본 규슈의 아소산처럼 넓은 칼데라 안에 마을과 목초지가 자리 잡은 곳도 있습니다.
(2) 온천과 광물 자원
칼데라 아래에는 여전히 뜨거운 열이 남아 있어 온천과 지열 에너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땅속을 도는 뜨거운 물이 금, 은, 납 같은 금속을 모아 광상을 만들기도 합니다.
(3) 다시 깨어날 수 있는 화산
미국의 옐로스톤은 60만여 년 전 거대한 분화로 생긴 칼데라 위에 있으며, 지금도 과학자들이 땅의 움직임을 꾸준히 관찰합니다. 큰 칼데라를 만드는 분화는 100년에 몇 번 정도로 드물지만, 일어나면 넓은 지역에 화산재를 뿌리고 전 세계의 기온까지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칼데라 지역에서는 땅의 높이 변화와 지진, 가스 배출을 살피는 감시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칼데라는 땅속이 비면서 땅이 통째로 내려앉아 생긴, 지구가 만든 거대한 솥입니다. 고요한 칼데라호 아래에 한때 엄청난 양의 마그마가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그 땅의 움직임에 꾸준히 귀 기울이는 것, 그것이 화산과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의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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