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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려면 챙길 것이 많습니다. 비행기 표를 끊고, 묵을 곳을 고르고, 공항에서 숙소까지 가는 길과 날마다 둘러볼 곳까지 하나하나 정해야 합니다. 말이 잘 통하지 않는 낯선 나라라면 이 모든 준비가 여행보다 더 큰 일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여행사가 미리 묶어 둔 상품을 고릅니다. 교통과 숙박, 식사와 일정이 한 가격에 담겨 있으니 돈만 내면 나머지는 여행사가 챙겨 줍니다. 이처럼 여행에 필요한 여러 서비스를 하나로 묶어 파는 상품을 ‘패키지 여행(Package Tour)’이라고 합니다.
본 자료에서는 패키지 여행이 한 영국인 목사의 기차 여행에서 시작된 이야기부터 상품을 이루는 요소, 전세기가 연 대중 관광의 시대, 그리고 오늘날 달라지고 있는 모습까지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여행을 하나로 묶어 파는 상품
기차 한 대에서 시작된 단체 여행

오늘날 패키지 여행의 뿌리는 19세기 영국의 토머스 쿡(Thomas Cook)에게서 찾습니다. 그는 술을 끊자는 금주 운동에 앞장선 침례교 전도사였습니다.
(1) 1841년의 첫 기차 여행
1841년 7월 5일, 쿡은 금주 협회 회원 485명을 기차에 태워 레스터에서 약 18킬로미터 떨어진 러프버러의 금주 집회에 데려갔습니다. 기차를 통째로 빌리고 한 사람에게 1실링씩 받아 비용을 맞췄는데, 이것이 흔히 첫 단체 여행으로 꼽힙니다.
(2) 사업이 된 여행
1845년부터는 돈을 남기는 여행을 꾸리기 시작했습니다. 1851년에는 런던 만국박람회에 16만 5천 명을 실어 날랐고, 1855년에는 파리 박람회를 끼고 벨기에·독일·프랑스를 도는 첫 해외 단체 여행을 열었습니다.
(3) 여행의 불편을 덜어 준 발명
1868년에는 호텔 숙박과 식사를 미리 사 두는 호텔 쿠폰을, 1874년에는 여행지에서 현지 돈으로 바꿀 수 있는 여행자 수표의 원조 ‘서큘러 노트(Circular Note)’를 내놓았습니다. 그보다 앞서 1872년에는 쿡이 직접 세계 일주 여행에 나서 이듬해 돌아오기도 했습니다.
패키지 여행을 이루는 요소

패키지 여행은 따로따로 사야 할 서비스를 하나의 상품으로 묶은 것입니다. 경영학에서 말하는 묶음 판매(Bundling)를 여행에 적용한 셈입니다.
- 교통(Transportation): 비행기, 기차, 버스, 배 등 출발지와 여행지를 잇는 이동 수단과 현지 이동이 포함됩니다.
- 숙박(Accommodation): 여행 기간 동안 묵을 호텔이나 리조트가 미리 정해져 있습니다.
- 일정과 체험(Itinerary and Activities): 관광지 방문, 식사, 공연 관람, 현지 안내 등이 일정표에 담깁니다.
- 여행 운영자(Tour Operator): 항공사·호텔·현지 업체와 계약해 여러 서비스를 묶어 상품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 여행사(Travel Agency): 여행 운영자가 만든 상품을 소비자에게 파는 창구로, 운영자가 직접 운영하기도 하고 따로 독립된 곳도 있습니다.
여행 운영자는 비행기 좌석과 객실을 한꺼번에 많이 사들이기 때문에, 같은 여행을 혼자 준비할 때보다 싼 가격을 내놓을 수 있습니다.
전세기가 연 대중 관광의 시대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난 뒤 패키지 여행은 한 번 더 크게 달라졌습니다. 비행기가 기차의 자리를 이어받은 것입니다.
(1) 전세기 패키지의 등장
1950년 영국의 블라디미르 라이츠(Vladimir Raitz)는 비행기를 통째로 빌린 전세기로 사람들을 지중해의 코르시카섬에 보냈습니다. 항공권과 숙소를 한데 묶은 이 상품은 해외 패키지 여행의 본격적인 출발로 평가받습니다.
(2) 바닷가로 몰려간 사람들
195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 사이 전세기 패키지는 스페인의 해안과 섬으로 사람들을 실어 날랐습니다. 그때까지 해외여행이 낯설던 영국의 평범한 사람들이 처음으로 감당할 수 있는 값에 외국 바닷가를 찾게 되었습니다.
(3) 우리나라의 패키지 여행
우리나라에서는 1989년 해외여행이 전면 자유화되면서 단체 패키지 여행이 빠르게 늘었습니다. 말과 길이 낯선 해외에서 인솔자를 따라 다니는 여행은 많은 사람에게 첫 해외여행의 문턱을 낮춰 주었습니다.
흔들리고 다시 바뀌는 패키지 여행

인터넷이 널리 퍼지자 사람들은 항공권과 숙소를 직접 예약하기 시작했고, 패키지 여행은 큰 도전을 맞았습니다.
(1) 토머스 쿡 그룹의 파산
토머스 쿡의 이름을 이어 온 토머스 쿡 그룹은 2019년 9월 23일 파산했습니다. 이때 전 세계 직원 약 2만 1천 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해외에 있던 고객 약 60만 명의 귀국길이 막혀 영국은 평화 시기 최대 규모의 자국민 귀환 작전을 벌였습니다.
(2) 여행자를 지키는 장치
여행사가 무너지면 여행자는 낯선 땅에 남겨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유럽 연합은 1990년부터 패키지 여행 지침을 두어, 여행사가 파산해도 고객이 돈을 돌려받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보호 장치를 마련하게 했습니다.
(3) 내가 고르는 묶음
요즘에는 정해진 상품 대신 여행자가 항공권·숙소·렌터카를 골라 즉석에서 묶는 다이내믹 패키징(Dynamic Packaging)이 늘고 있습니다. 직접 고르는 자유와 한 번에 사는 편리함을 함께 누리려는 방식입니다.
패키지 여행은 여행을 몇몇 사람의 특권에서 누구나 누리는 일상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묶음의 모양은 시대마다 달라졌지만, 낯선 곳으로 떠나는 부담을 덜어 준다는 역할은 그대로입니다.
편리함 뒤에서 누가 무엇을 준비하는지 알고 고르는 것, 그것이 더 나은 여행을 설계하는 관광학의 첫걸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