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날 사라진 웹 주소, 링크 부식(Link Rot)
편의점 냉장고에서 우유를 고를 때 일부러 뒤쪽에 있는 것을 꺼내 본 적이 있으실 겁니다. 뒤로 갈수록 날짜가 넉넉한 제품이 놓여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 작은 진열 습관 뒤에는 창고와 매장을 움직이는 오래된 원칙 하나가 숨어 있습니다.
이처럼 먼저 들어온 물건을 먼저 내보내는 재고 운영 방식을 ‘선입선출(First In, First Out)’이라고 합니다. 선입선출이란 쉽게 말해 ‘오래 기다린 물건부터 차례대로 내보내, 창고 안에서 묵거나 상하는 재고가 생기지 않게 하는 일’을 의미합니다. 이름은 단순하지만, 이를 지키려면 선반 구조부터 기록 방식까지 손이 많이 갑니다.
본 자료에서는 선입선출의 뜻과 필요한 이유, 날짜를 기준으로 하는 선만료선출과 거꾸로 꺼내는 후입선출, 창고 현장에서 순서를 지키는 방법, 그리고 회계에서 같은 이름이 쓰이는 방식까지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들어온 물건을 먼저 내보내는 원칙
선입선출이란 무엇이고 왜 필요할까?

창고에 같은 물건이 여러 번에 나뉘어 들어오면, 선반에는 입고 날짜가 다른 묶음이 함께 쌓입니다. 꺼내기 쉬운 앞쪽 물건만 계속 출고하면 안쪽 물건은 몇 달씩 그대로 남게 됩니다. 선입선출은 이런 일을 막기 위해 입고 순서대로 출고하는 규칙입니다.
(1) 상하고 낡는 재고를 막는다
식품과 의약품처럼 시간이 지나면 가치가 떨어지는 물건은 오래 묵을수록 버려지는 양이 늘어납니다. 순서를 지키면 대부분의 재고가 날짜 안에 고객에게 닿습니다.
(2) 유행과 모델 변경에 대비한다
상하지 않는 물건도 새 모델이 나오거나 포장이 바뀌면 팔기 어려워집니다. 옛 재고부터 내보내면 이런 악성 재고가 쌓이는 것을 줄일 수 있습니다.
(3) 재고 파악이 쉬워진다
입고된 순서대로 빠져나가면 지금 선반에 남은 물건이 언제 들어왔는지 짐작하기 쉽습니다. 오래된 재고를 찾느라 선반 전체를 뒤질 일도 줄어듭니다.
선만료선출과 후입선출, 순서를 정하는 다른 방법

입고 순서만이 기준은 아닙니다. 물건의 성격에 따라 출고 순서를 다르게 정하기도 합니다.
- 선만료선출(First Expired, First Out): 들어온 날짜보다 유통기한이나 소비기한이 먼저 끝나는 물건부터 내보내는 방식입니다. 늦게 들어온 묶음의 날짜가 더 짧을 수도 있어 식품과 의약품 창고에서 많이 씁니다.
- 후입선출(Last In, First Out): 나중에 들어온 물건을 먼저 꺼내는 방식입니다. 모래나 석탄처럼 위로 쌓아 두고 위에서부터 퍼 가는 물건은 자연스럽게 이 순서를 따릅니다.
- 선입선출(First In, First Out): 시간이 지나도 품질이 거의 변하지 않으면서 같은 물건이 여러 번 들어오는 일반 재고에 가장 널리 쓰이는 기본 방식입니다.
어느 방식을 고르든 중요한 점은 창고 안의 모든 사람이 같은 순서를 지키도록 정해 두는 일입니다.
창고에서 선입선출을 지키는 방법

원칙을 정해도 바쁜 현장에서는 손에 닿는 물건부터 꺼내기 쉽습니다. 그래서 창고는 사람의 습관에 기대기보다 구조와 기록으로 순서를 지킵니다.
(1) 뒤에서 채우고 앞에서 꺼내는 선반
기울어진 롤러 위로 상자가 미끄러져 내려오는 유동 랙(Flow Rack)은 뒤쪽에서 물건을 채우고 앞쪽에서 꺼내도록 만들어져, 먼저 넣은 상자가 저절로 먼저 나옵니다. 지게차가 한쪽으로 들어가 반대쪽으로 빠져나가는 드라이브 스루 랙(Drive-Through Rack)도 같은 원리입니다.
(2) 입고 날짜와 로트 번호 표시
상자마다 입고일, 소비기한, 같은 조건에서 만든 묶음을 뜻하는 로트 번호를 붙여 둡니다. 작업자는 표시를 보고 가장 오래된 묶음을 고르고, 문제가 생기면 같은 로트만 골라 회수할 수 있습니다.
(3) 창고 관리 시스템의 출고 지시
창고 관리 시스템(Warehouse Management System)은 재고마다 입고일과 날짜 정보를 기억해 두었다가, 출고할 때 어느 위치의 어느 묶음을 꺼낼지 작업자에게 바로 알려 줍니다.
회계에서 쓰이는 선입선출

선입선출이라는 말은 장부에서도 쓰입니다. 같은 물건을 여러 번 다른 값에 사들였을 때, 팔린 물건의 원가를 어느 값으로 볼지 정하는 방법을 가리킵니다.
원가 흐름의 가정과 국제 기준
- 선입선출법(First-In, First-Out Method): 먼저 사들인 값부터 차례로 팔린 원가로 보는 방법입니다. 물가가 오를 때는 남은 재고가 최근 값에 가깝게 표시됩니다.
- 가중평균법(Weighted Average Cost Method): 사들인 값 전체의 평균을 원가로 쓰는 방법으로, 값이 오르내리는 영향을 고르게 나눕니다.
- 후입선출법(Last-In, First-Out Method): 나중에 사들인 값부터 원가로 보는 방법입니다. 국제회계기준(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은 2003년 재고자산 기준서(IAS 2)를 고치면서 이 방법을 없앴고, 2005년부터 적용했습니다.
장부의 방법은 실제로 어느 상자를 먼저 꺼냈는지와 반드시 같지는 않습니다. 창고의 선입선출은 물건을 지키는 규칙이고, 회계의 선입선출은 원가를 계산하는 약속이라는 점을 구분해 두면 좋습니다.
선입선출은 특별한 기술이 아니라 물건이 들어온 순서를 존중하는 습관에서 출발합니다. 이 단순한 원칙이 지켜질 때 버려지는 재고가 줄고, 고객은 신선한 물건을 받습니다.
들어온 순서를 기억하고 그 순서대로 내보내는 일, 그것이 재고를 건강하게 지키는 물류의 첫걸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