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꾸던 도시에 실망할 때, 파리 증후군(Paris Syndrome)
수학 문제를 잘 푼 아이에게 우리는 흔히 “와, 정말 똑똑하구나!”라고 말합니다. 칭찬을 들은 아이는 기뻐하지만, 다음번에 어려운 문제를 만나면 오히려 손을 놓아 버리기도 합니다. 문제를 못 풀면 더는 똑똑한 아이가 아니게 될까 봐 두렵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능력을 바라보는 믿음이 배우는 태도를 바꾼다는 생각을 담은 개념이 있습니다. 바로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입니다. 성장 마인드셋이란 쉽게 말해 ‘지능과 재능은 노력과 좋은 방법, 주변의 도움으로 자랄 수 있다’고 믿는 마음가짐을 의미합니다.
본 자료에서는 성장 마인드셋이 고정 마인드셋과 어떻게 다른지부터 이를 뒷받침한 칭찬 실험, 교실에서 키우는 방법, 그리고 흔한 오해와 연구의 한계까지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능력에 대한 믿음이 배움을 바꾸는 원리
고정 마인드셋과 성장 마인드셋

성장 마인드셋은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의 심리학자 캐럴 드웩(Carol Dweck)이 수십 년 동안 학생들의 동기를 연구하며 다듬은 개념입니다. 드웩은 2006년 『마인드셋(Mindset: The New Psychology of Success)』을 펴내 이 생각을 널리 알렸습니다. 그는 사람들이 능력의 출처를 바라보는 방식을 두 끝으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 고정 마인드셋(Fixed Mindset): 지능과 재능은 타고난 것이라 크게 바뀌지 않는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실패는 능력이 모자란다는 증거로 받아들여지고, 어려운 과제는 피하고 싶어집니다.
-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 능력은 배우고 연습하면서 길러진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실패와 피드백을 더 배울 기회로 보고, 도전을 견디는 힘이 커집니다.
중요한 점은 두 마음가짐이 성격처럼 딱 나뉘는 유형이 아니라 하나의 연속선이라는 것입니다. 드웩 스스로도 누구나 두 마음가짐을 섞어 가지고 있으며, 모든 일에서 늘 성장 마인드셋을 가진 사람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칭찬 하나가 바꾼 아이들의 선택

성장 마인드셋 연구를 대표하는 실험은 1998년 클로디아 뮬러(Claudia Mueller)와 드웩이 미국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칭찬 연구입니다. 연구진은 아이들에게 문제를 풀게 한 뒤 칭찬 방식을 달리했습니다.
(1) 지능 칭찬
“이 문제를 잘 풀었구나, 정말 똑똑하네.”처럼 머리가 좋다는 점을 칭찬했습니다.
(2) 노력 칭찬
“이 문제를 잘 풀었구나, 정말 열심히 했네.”처럼 애쓴 과정을 칭찬했습니다.
(3) 비교 집단
결과가 좋다는 말만 하고 이유는 덧붙이지 않았습니다.
그다음 아이들에게 일부러 어려운 문제를 주었습니다. 지능 칭찬을 받은 아이들은 실패 뒤 문제를 더 풀고 싶어 하는 마음과 즐거움이 눈에 띄게 줄었고, 성적도 떨어졌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만난 적 없는 다른 5학년 아이에게 자기 점수를 알려 주는 단계였습니다. 지능 칭찬 집단에서는 38%가 점수를 부풀려 적었지만, 노력 칭찬 집단은 13%, 비교 집단은 14%에 그쳤습니다. 똑똑하다는 칭찬이 아이들에게 결과로 자신의 가치를 재게 만든 셈입니다.
교실에서 성장 마인드셋을 키우는 방법

드웩과 동료 연구자들은 성장 마인드셋이 말 한마디보다 꾸준한 교실 문화에서 자란다고 강조합니다. 교사와 부모가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과정 칭찬(Process Praise): 타고난 머리 대신 학생이 쓴 노력, 전략, 선택, 끈기를 구체적으로 칭찬합니다.
- 아직의 힘(The Power of Yet): “못 해요”라는 말에 “아직 못 하는 것”이라고 덧붙여 능력이 변할 수 있음을 일깨웁니다.
- 뇌의 가소성 알려 주기(Neuroplasticity): 어려운 것을 배울 때마다 뇌 속 연결이 새로 생기고 강해진다는 사실을 알려 줍니다.
- 실수 다시 보기(Learning from Mistakes): 틀린 문제를 숨기지 않고 어디서 생각이 막혔는지 함께 짚어 봅니다.
이런 방식은 짧은 개입으로도 효과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2019년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실린 데이비드 예거(David Yeager) 등의 연구에서는 미국 65개 공립 고등학교의 9학년 학생 약 1만 2천 명에게 한 시간이 채 안 되는 온라인 수업을 두 번 듣게 했습니다. 그 결과 성적이 학교 중간 이하였던 학생들의 주요 과목 평점이 조금 올랐고, 어려운 수학 과목을 고르는 학생도 늘었습니다.
흔한 오해와 연구의 한계

성장 마인드셋은 학교와 기업에 빠르게 퍼졌지만, 그만큼 잘못 쓰이기도 했습니다.
가짜 성장 마인드셋(False Growth Mindset)
드웩은 결과와 상관없이 무조건 “열심히 했네”라고만 칭찬하는 모습을 경계했습니다. 노력만 칭찬하고 효과 없는 방법을 바꾸도록 돕지 않으면 위로에 그칠 뿐입니다. 성장 마인드셋의 핵심은 노력 자체가 아니라, 노력과 새로운 전략, 다른 사람의 도움을 함께 써서 실제로 나아지는 데 있습니다.
생각보다 작은 효과
여러 연구를 모아 분석한 결과 마인드셋 개입의 평균 효과는 작은 편이었고, 2019년 영국 교육기금재단(Education Endowment Foundation)의 대규모 실험에서는 읽기와 수학 성적이 뚜렷하게 오르지 않았습니다. 예거 등의 연구에서도 친구들이 도전을 응원하는 분위기의 학교에서 효과가 더 잘 유지되었습니다. 결국 학생 한 사람의 믿음만으로는 부족하고, 실패해도 괜찮은 환경이 함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성장 마인드셋은 마법 같은 처방이 아니지만, 실패를 끝이 아닌 과정으로 바라보게 한다는 점에서 배움의 출발점을 바꿉니다. 아이에게 “똑똑하구나” 대신 “어떻게 풀었어?”라고 묻는 작은 습관이 그 변화를 이끕니다.
“아직”이라는 말을 믿고 다음 방법을 찾는 일, 그것이 평생 배우는 사람이 되는 교육학의 첫걸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