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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커뮤니티에 “이거 어떻게 하나요?”라고 질문을 올리면 한참 동안 아무도 답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엉터리 답을 자신 있게 적어 두면, 몇 분 지나지 않아 “그건 틀렸습니다”라는 댓글과 함께 정확한 설명이 줄줄이 달리곤 합니다. 이 묘한 현상을 한 문장으로 정리한 인터넷 격언이 있습니다. 바로 ‘커닝햄의 법칙(Cunningham’s Law)’입니다.
커닝햄의 법칙이란 쉽게 말해 ‘인터넷에서 정답을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질문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틀린 답을 올리는 것’이라는 경험칙을 의미합니다. 사람들은 아직 답이 없는 질문에 답하는 것보다 눈앞의 틀린 답을 바로잡는 데 훨씬 빨리 움직인다는 관찰을 담고 있습니다.
본 자료에서는 커닝햄의 법칙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부터 사람들이 틀린 답에 반응하는 이유, 이 법칙이 드러나는 장면, 그리고 활용할 때 조심해야 할 점까지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틀린 답이 정답을 부르는 커닝햄의 법칙
커닝햄의 법칙은 어디서 왔을까

이 법칙은 이름의 주인공보다 그 말을 기억한 동료 덕분에 널리 알려졌습니다.
(1) 위키를 만든 프로그래머
법칙의 이름은 미국의 프로그래머 워드 커닝햄(Ward Cunningham)에게서 왔습니다. 그는 누구나 고쳐 쓸 수 있는 웹 문서 방식인 위키(wiki)를 처음 만든 사람으로 유명합니다.
(2) 동료가 붙인 이름
커닝햄과 함께 미국 전자 기업 텍트로닉스(Tektronix)에서 일했던 스티븐 맥기디(Steven McGeady)는 1980년대 초 커닝햄에게 이 조언을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이야기의 무대는 주제별 토론 게시판 모임인 유즈넷(Usenet)이었고, 맥기디가 여기에 커닝햄의 법칙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3) 글로 남은 시점
맥기디는 2010년 미국 뉴욕타임스의 신조어 블로그에 남긴 댓글에서 이 법칙과 유래를 소개했고, 이후 인터넷 전반을 설명하는 말로 빠르게 퍼졌습니다.
정작 커닝햄 자신은 이 말이 잘못 전해진 인용이라며, 틀린 답을 올려 질문을 대신하라고 권한 적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 말을 두고 인터넷을 타고 퍼지면서 스스로를 반증하는 잘못된 인용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법칙’이라는 말은 과학 법칙처럼 실험으로 증명된 원리를 뜻하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온라인 공동체를 지켜본 사람들이 공감한 경험을 재치 있게 부른 이름에 가깝습니다.
사람들은 왜 틀린 답에 반응할까

질문에는 조용하던 사람들이 틀린 답 앞에서는 앞다투어 손을 듭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겹쳐 있습니다.
(1) 고치기는 쉽고 새로 쓰기는 어렵다
빈 질문에 답하려면 처음부터 설명을 꾸려야 하지만, 틀린 답이 있으면 어디가 틀렸는지만 짚어도 됩니다. 시작점이 주어지면 참여의 문턱이 크게 낮아집니다.
(2) 바로잡고 싶은 마음
자신이 잘 아는 분야에서 틀린 말을 보면 그냥 지나치기 어렵습니다. 미국 만화가 랜들 먼로(Randall Munroe)의 만화 「xkcd」에는 누군가 인터넷에서 틀린 말을 하고 있다며 밤늦게까지 컴퓨터 앞을 떠나지 못하는 장면이 나와, 이 마음을 상징하는 그림으로 자주 쓰입니다.
(3) 아는 것을 드러낼 기회
틀린 답을 고치는 댓글은 자신의 지식을 자연스럽게 보여 줄 수 있는 자리입니다. 질문에 답하는 것보다 반박이 더 눈에 띄고 인정받기 쉽다고 느끼는 사람도 많습니다.
이 세 가지가 함께 작용하면 질문 하나보다 틀린 답 하나가 훨씬 많은 사람을 불러 모으게 됩니다. 결국 커닝햄의 법칙은 사람들이 정보를 대하는 태도와 참여 방식에 관한 관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커닝햄의 법칙이 드러나는 장면

이 법칙은 생각보다 다양한 곳에서 모습을 드러냅니다.
- 위키 문서(Wiki): 맥기디는 누구나 고칠 수 있는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백과가 커닝햄의 법칙을 가장 널리 보여 주는 증거라고 말했습니다. 부족하거나 틀린 문장이 먼저 올라오면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고치며 문서가 다듬어집니다.
- 질문 게시판(Q&A Forum): 개발자 커뮤니티나 지식 문답 사이트에서는 엉성한 첫 답변 아래에 더 정확한 답변과 지적이 이어지는 일이 흔합니다.
- 회의와 초안(Draft): 빈 화면을 놓고 의견을 묻기보다 거친 초안을 먼저 내밀면, 동료들이 고칠 점을 훨씬 활발하게 말해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 장면의 공통점은 완성된 정답보다 고칠 거리가 먼저 놓였다는 데 있습니다. 사람들은 비어 있는 자리를 채우기보다 이미 놓인 것을 다듬을 때 더 쉽게 입을 엽니다.
활용할 때 조심해야 할 점

커닝햄의 법칙은 재미있는 관찰이지만, 그대로 따라 하면 부작용도 큽니다.
(1) 틀린 정보가 퍼질 수 있다
모든 틀린 답이 바로잡히는 것은 아닙니다. 수정 댓글을 보지 못한 사람에게는 틀린 답만 남아, 잘못된 정보가 그대로 퍼질 수 있습니다.
(2) 다른 사람의 시간을 쓴다
일부러 틀린 답을 올리는 것은 남의 선의와 시간을 빌려 쓰는 일입니다. 반복되면 낚시글로 여겨져 신뢰를 잃기 쉽습니다.
(3) 반박에는 더 큰 힘이 든다
틀린 말을 바로잡는 데는 그 말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많은 힘이 듭니다. 그래서 이 법칙은 일부러 쓰는 요령이라기보다,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이해하는 관찰로 받아들이는 편이 좋습니다.
(4) 정직한 초안으로 대신한다
이 법칙을 건강하게 쓰고 싶다면 일부러 틀린 답을 꾸미기보다 ‘제가 알아본 바로는 이렇습니다만 맞을까요?’처럼 자신이 이해한 내용을 솔직하게 먼저 적어 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고칠 거리를 주면서도 상대를 속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커닝햄의 법칙은 사람들이 질문보다 오류에 더 빨리 반응한다는 사실을 재치 있게 보여 줍니다. 동시에 인터넷의 집단 지성이 서로의 실수를 고쳐 주며 자란다는 점도 일깨워 줍니다.
틀린 답에 반응하는 마음을 이해하되 정직하게 묻고 정확하게 답하는 것, 그것이 건강한 온라인 지식 나눔의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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