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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렬의 한계를 가르는 공식, 암달의 법칙(Amdahl’s Law)
친구가 수천 명인 SNS 계정을 보면서도, 정작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 사람은 손에 꼽는 경험을 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연락처는 늘어나는데 관계가 따라가지 못하는 느낌입니다. 인간이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관계에는 인지적 한계가 있다는 주장, 바로 ‘던바의 수(Dunbar’s Number)’입니다.
던바의 수란 쉽게 말해 ‘누가 누구인지,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알 정도로 안정적인 사회적 관계를 동시에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의 수’를 의미합니다. 영국의 인류학자이자 진화심리학자 로빈 던바(Robin Dunbar)가 1990년대에 제안한 값으로, 흔히 약 150명으로 이야기됩니다. 팔로워나 아는 척하는 지인이 아니라, 술집에서 우연히 마주쳐도 자연스럽게 함께 앉을 수 있을 정도의 관계를 말합니다.
본 자료에서는 던바의 수가 어떻게 나왔는지부터 관계의 겹겹이 구조, 군대·마을·온라인에서의 사례, 그리고 숫자 하나로 세상을 다 설명하려 할 때의 한계까지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던바의 수가 말하는 관계의 한계
뇌 크기에서 나온 150이라는 숫자

영장류는 무리를 이루며 살고, 무리 속 다른 개체를 기억하고 관계를 관리하는 데 많은 인지 자원이 듭니다. 던바는 신피질(neocortex)의 상대적 크기와 평균 무리 크기 사이에 상관이 있다는 관찰을 바탕으로, 인간에게 맞는 무리 크기를 추정했습니다. 1992년 연구에서는 회귀로 약 148이라는 예측값이 나왔고, 이를 반올림해 흔히 150으로 부릅니다. 신뢰 구간은 대략 100에서 230 정도로 넓어, ‘정확한 한 자리 수’라기보다 ‘이 근처’라는 뜻에 가깝습니다.
던바는 이 예측을 수렵·채집 사회의 공동체, 군사 단위, 마을 규모 같은 실제 집단과 견주었습니다. 관계가 느슨한 지인 목록이 아니라, 서로를 알고 책임을 나눌 수 있는 공동체의 크기가 그 근처에 자주 모인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 사회적 뇌 가설(Social Brain Hypothesis): 큰 뇌는 복잡한 사회생활을 감당하기 위해 진화했다는 설명입니다.
- 안정 관계(Stable Relationship): 이름만 아는 수준이 아니라, 상대의 위치와 상호 관계를 추적할 수 있는 유대입니다.
- 인지 한계(Cognitive Limit): 시간·주의·기억의 한계가 동시에 유지 가능한 관계 수를 제한합니다.

5·15·50·150으로 겹겹이 쌓인 원

던바의 수는 하나의 벽이라기보다, 안쪽에서 바깥으로 넓어지는 동심원으로 이해하면 쉽습니다. 안쪽일수록 시간과 감정을 많이 쓰고, 바깥으로 갈수록 접촉 빈도와 친밀도가 떨어집니다. 각 층은 대략 바로 안쪽 층의 세 배 규모로 커지는 패턴이 자주 보고됩니다.
(1) 가장 가까운 5명
위기나 기쁨을 가장 먼저 나누는 핵심 지지 관계입니다. 가용한 사회 시간의 상당 부분이 이 층에 집중됩니다.
(2) 공감 집단 15명
5명을 포함한 친한 친구·가족으로, 정기적으로 연락하고 서로를 챙기는 범위입니다. 던바에 따르면 사회 시간의 약 3분의 2가 이 15명에게 쓰인다고 합니다.
(3) 50명과 150명
50명 층은 자주 보는 친구와 동료에 가깝고, 150명은 ‘의미 있는 관계’의 바깥 경계입니다. 그 바깥의 500·1,500명은 얼굴은 알지만 깊은 유대를 유지하기 어려운 지인·인식 가능 범위로 이어집니다.
중요한 점은 ‘150명의 친구’가 아니라 ‘150명의 안정 관계’라는 것입니다. SNS 친구 수천 명은 대부분 더 바깥 층에 속하고, 뇌와 하루의 시간은 안쪽 층을 우선합니다.
마을·군대·회사에서 다시 나타나는 규모

던바의 수가 유명해진 이유 중 하나는, 전혀 다른 맥락에서도 비슷한 규모가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로마 시대부터 근대까지의 군사 편제에서 중대나 중대에 가까운 단위가 대략 이 근처에 놓인다는 논의가 있고, 전통 마을이나 종교 공동체에서도 응집력을 유지하기 쉬운 크기로 거론됩니다.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은 《The Tipping Point》(2000)에서 고어텍스로 알려진 W. L. Gore & Associates의 사례를 소개합니다. 한 건물에 직원이 150명을 넘으면 소통이 어긋나기 쉽다는 경험 끝에, 건물과 주차 공간을 그 규모에 맞춰 나누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온라인에서는 전화 통화망, 페이스북·엑스(트위터) 상호작용, 게임 길드에서도 안쪽 층의 크기 패턴이 다시 나타난다는 연구가 이어졌습니다.
일상에서 짚어 볼 점
- 목록의 길이(List Size): 연락처·팔로워 수는 인지 한계와 다릅니다.
- 유지 비용(Maintenance Cost): 관계는 관심과 시간이 드는 ‘관리’ 대상입니다.
- 조직 설계(Organization Design): 팀·지점이 커질수록 규칙과 역할 분담이 더 필요해집니다.
비판과 오해, 그리고 쓰는 법

던바의 수는 매력적인 한 줄 요약이지만, 절대 법칙처럼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예측 구간에 폭이 있고, 문화·성격·가족 규모에 따라 개인차가 큽니다. 버나드–킬워스(Bernard–Killworth) 쪽 연구는 평균 네트워크 크기를 더 크게 추정하기도 했고, 2021년에는 영장류 자료를 다른 계통 발생 방법으로 다시 분석하면 한 숫자로 고정하기 어렵다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던바 본인은 방법과 자료 선택에 대해 반박·보완 논의를 이어 왔습니다.
(1) ‘친구 150명’으로 오해하지 않기
던바의 수는 가벼운 아는 척까지 포함한 최대치가 아닙니다. 품질 있는 안정 관계의 인지·시간 한계에 가깝습니다.
(2) SNS가 한계를 없앴다는 주장 조심하기
플랫폼은 연락 비용을 낮추지만, 감정적으로 가까운 층의 크기는 쉽게 늘어나지 않는다는 관찰이 많습니다. 알림이 많아져도 하루는 24시간입니다.
(3) 조직에 기계적으로 150을 박지 않기
팀 규모를 나눌 때 참고는 할 수 있어도, 업종·원격 근무·도구에 따라 최적점은 달라집니다. 숫자는 출발점이지 만능 답은 아닙니다.
관계가 버거울 때 ‘내가 부족한가’보다 ‘동시에 깊게 돌볼 수 있는 용량’을 먼저 떠올리면, 연락을 줄이는 일이 냉정이 아니라 선택일 수 있습니다. 중요한 소수에게 시간을 모으는 설계가, 오히려 관계의 질을 지켜 줍니다.
던바의 수는 인간이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사회적 관계에 인지적·시간적 한계가 있으며, 그 대표적인 규모가 약 150명 근처라는 주장입니다. 5·15·50·150처럼 겹겹이 쌓인 층은, 왜 연락처는 많은데 마음은 비는지 설명해 주는 지도가 됩니다.
팔로워 숫자보다 지금 실제로 돌보고 있는 관계를 세어 보는 것, 그것이 던바의 수를 일상에서 쓰는 지혜의 첫걸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