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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6년 6월, 미국 뉴잉글랜드 지방에 때아닌 눈이 내렸습니다. 유럽에서는 여름 내내 차가운 비가 그치지 않아 밀과 감자가 썩었고, 곳곳에서 빵값이 치솟아 폭동이 일어났습니다. 그해 사람들은 이 이상한 날씨의 까닭을 알지 못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원인이 바로 ‘화산 겨울(Volcanic Winter)’입니다.
화산 겨울이란 쉽게 말해 ‘황을 많이 품은 거대한 화산 폭발이 성층권에 미세한 황산 방울을 퍼뜨려 햇빛을 가리고, 그 결과 지구의 기온이 몇 년 동안 내려가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화산이 뿜은 열이 아니라, 하늘 높이 올라간 가스가 지구를 식히는 셈입니다.
본 자료에서는 화산 겨울이 일어나는 원리부터 역사 속 대표 사례, 과학자들이 지난 화산 겨울을 찾아내는 방법, 그리고 오늘날 이 현상이 주는 의미까지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화산이 지구를 식히는 원리와 그 흔적
화산 겨울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화산이 폭발하면 화산재와 함께 이산화황 같은 가스가 하늘로 솟구칩니다. 그런데 기온을 떨어뜨리는 주인공은 눈에 보이는 화산재가 아닙니다. 화산재는 무거워서 대개 몇 주 안에 땅으로 떨어지고, 영향도 화산 주변에 머뭅니다.
(1) 성층권까지 올라가야 한다
폭발이 아주 강해 이산화황이 지상 10~50km 높이의 성층권까지 올라가야 합니다. 대류권에 머문 가스는 비에 씻겨 며칠 만에 사라지지만, 비가 내리지 않는 성층권에서는 오래 떠 있을 수 있습니다.
(2) 가스가 황산 방울로 바뀐다
성층권에 올라간 이산화황은 약 일주일에 걸쳐 수증기와 반응해 아주 작은 황산 방울, 곧 황산염 에어로졸(Sulfate Aerosol)이 됩니다. 이 방울들은 몇 주 만에 반구 전체를 휘감습니다.
(3) 햇빛을 우주로 되돌려 보낸다
얇은 막처럼 퍼진 황산 방울은 들어오는 햇빛을 반사하고 흩어 지표에 닿는 빛을 줄입니다. 방울은 대략 1년에 걸쳐 서서히 줄어들기 때문에 냉각 효과는 보통 2~3년 동안 이어집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폭발의 크기보다 ‘황을 얼마나 내뿜었는가’가 냉각의 세기를 좌우한다는 것입니다. 엄청난 양의 용암을 쏟아 낸 화산이라도 황이 적으면 기온은 크게 변하지 않습니다.
역사 속 대표 화산 겨울

화산 겨울은 나무의 나이테와 옛 기록 속에 뚜렷한 흔적을 남겼습니다.
1815년 탐보라 화산과 여름 없는 해
1815년 4월, 지금의 인도네시아 숨바와섬에 있는 탐보라 화산이 근대에 확인된 가장 큰 폭발을 일으켰습니다. 이듬해인 1816년 지구 평균 기온은 약 0.4~0.7℃ 내려갔고, 이 해는 ‘여름 없는 해(Year Without a Summer)’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북반구 곳곳에서 흉년과 식량난이 이어졌고, 유럽에서는 굶주림 끝에 발진티푸스가 번졌습니다.
이 우울한 여름은 문학에도 흔적을 남겼습니다. 스위스 제네바 호숫가 별장에 머물던 메리 셸리(Mary Shelley)와 바이런(Lord Byron) 일행은 그치지 않는 비 때문에 집 안에 갇혀 무서운 이야기 짓기 내기를 했고, 이때 떠올린 이야기가 훗날 소설 「프랑켄슈타인」이 되었습니다.
1991년 피나투보 화산
필리핀의 피나투보 화산은 1991년 6월 폭발하며 약 1,500만 톤의 이산화황을 성층권으로 올려 보냈습니다. 이후 1~2년 동안 지구 평균 기온이 약 0.5℃ 내려갔습니다. 인공위성과 관측 장비로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화산 겨울이라, 과학자들에게는 기후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확인할 귀중한 실험이 되었습니다. 폭발 뒤 한동안 세계 곳곳에서 유난히 붉고 진한 노을이 관측되기도 했습니다.
과학자들은 지난 화산 겨울을 어떻게 찾을까?

관측 기록이 없는 먼 과거의 화산 겨울은 자연이 남긴 기록으로 거슬러 올라가 찾아냅니다.
(1) 얼음 속 황산
그린란드와 남극의 빙하는 해마다 쌓인 눈이 층을 이룬 것입니다. 얼음 기둥을 뽑아 층마다 황산 농도를 재면, 큰 화산 폭발이 있었던 해에 황산이 갑자기 늘어난 층이 나타납니다.
(2) 나무의 나이테
추운 여름을 겪은 나무는 나이테가 유난히 좁거나, 생장기에 서리를 맞은 흔적인 서리 테가 생깁니다. 이렇게 해마다 남긴 흔적을 얼음 기록과 맞춰 보면 언제 지구가 식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3) 옛사람들의 기록
해가 흐릿했다는 기록, 유난히 붉은 노을, 개기월식 때 달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는 기록도 단서가 됩니다. 이런 증거들을 모아 536년 무렵과 1257년 사말라스 화산 폭발 뒤에도 큰 화산 겨울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화산 겨울이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의미

화산 겨울은 먼 옛날의 이야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언제든 큰 화산이 다시 폭발하면 몇 년 동안 세계의 농사와 식량 공급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1816년의 식량난이 컸던 것도 기온 자체보다 흉작에 대비하지 못한 사회의 약점 때문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철도가 없어 먼 곳의 곡식을 들여오기 어려웠고, 나폴레옹 전쟁의 상처도 아직 아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큰 화산 폭발이 몇 년 동안 곡물 생산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식량 비축과 수입 경로를 미리 점검해 두는 일이 중요합니다.
동시에 화산 겨울은 기후 과학의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피나투보 이후의 기온 변화는 기후 모형이 실제 지구를 얼마나 잘 흉내 내는지 시험하는 잣대로 쓰였습니다. 일부 과학자들은 성층권에 인공으로 입자를 뿌려 지구 온난화를 늦추는 방안을 연구하는데, 그 발상도 화산 겨울에서 나왔습니다. 다만 강수 변화나 갑자기 멈췄을 때의 급격한 온난화 같은 위험이 커 논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화산 겨울은 산 하나의 폭발이 지구 반대편의 밥상까지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줍니다. 하늘 높이 퍼진 작은 황산 방울이 햇빛을 가리는 원리를 알면, 지구의 기후가 얼마나 서로 촘촘하게 이어져 있는지도 함께 보입니다.
자연이 남긴 흔적을 읽고 다음 변화에 미리 대비하는 일, 그것이 거대한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지혜의 첫걸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