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수가 틀려도 따라간다, 애시 동조 실험(Asch Conformity Experiments)
아침에 휴대전화를 열면 수많은 뉴스가 쏟아지지만, 세상에서 일어난 일 가운데 기사가 되는 것은 아주 일부입니다. 같은 날 일어난 사고라도 어떤 일은 첫 화면을 차지하고, 어떤 일은 단 한 줄도 실리지 않습니다. 기자와 편집자는 이 많은 사건 가운데 무엇을 골라 전할지 날마다 판단합니다. 이 선택을 이끄는 기준, 그것이 바로 ‘뉴스 가치(News Values)’입니다.
뉴스 가치란 쉽게 말해 ‘어떤 사건이 뉴스로 선택되고 어떻게 보도될지를 정하는 기준’을 의미합니다. 흔히 뉴스거리가 된다는 말로 표현하는 그 성질을 하나하나 나누어 이름 붙인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본 자료에서는 뉴스 가치 연구의 출발점이 된 갈퉁과 루게의 연구부터 대표적인 뉴스 가치의 종류, 디지털 시대에 달라진 기준, 그리고 이 기준을 알고 뉴스를 읽는 법까지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이 뉴스가 되는 조건과 그 그림자
뉴스 가치 연구의 출발점

뉴스 가치를 처음으로 체계적으로 정리한 연구는 1965년 노르웨이의 평화학자 요한 갈퉁(Johan Galtung)과 마리 홀름보에 루게(Mari Holmboe Ruge)가 발표한 논문입니다. 두 사람은 1960년대 콩고, 쿠바, 키프로스에서 벌어진 위기를 노르웨이 신문 네 곳이 어떻게 보도했는지 분석했습니다.
이들은 사건이 독자에게 닿기까지 세 단계를 거친다고 보았습니다. 먼저 뉴스 요인을 많이 갖춘 사건이 선택되고, 선택된 사건에서는 그 요인이 더 두드러지게 강조되며, 이 과정이 사건에서 독자에 이르는 모든 단계에서 되풀이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갖춘 요인이 많을수록 뉴스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요인을 거의 갖추지 못한 사건은 뉴스가 되지 못한다는 가설도 내놓았습니다.
이 연구는 편집자의 경험과 감으로만 여겨지던 뉴스 선택에 일정한 규칙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었고, 지금까지도 언론학 교과서에서 빠지지 않는 고전이 되었습니다. 다만 이 목록은 주로 서구 언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어서, 나라와 매체에 따라 기준의 무게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이 뉴스를 만드는가

갈퉁과 루게는 모두 12가지 뉴스 요인을 제시했습니다. 그 가운데 오늘날에도 자주 언급되는 기준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부정성(Negativity): 사고, 재난, 범죄처럼 나쁜 소식은 좋은 소식보다 뉴스가 되기 쉽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뉴스 가치로 꼽히기도 합니다.
- 근접성(Proximity): 독자와 지리적으로 가깝거나 언어와 문화가 비슷한 곳에서 일어난 일일수록 더 크게 다루어집니다.
- 저명성(Eliteness): 강대국이나 유명인, 권력자와 관련된 사건은 같은 일이라도 더 많이 보도됩니다.
- 의외성(Unexpectedness): 드물고 예상하지 못한 일은 일상적이고 뻔한 일보다 눈길을 끕니다.
- 인물화(Personalization): 추상적인 흐름보다 특정한 사람의 행동이나 사연으로 풀어낼 수 있는 사건이 더 쉽게 기사가 됩니다.
이 밖에도 사건이 언론의 보도 주기에 맞게 짧은 시간 안에 일어나는지, 규모가 충분히 큰지, 의미가 분명한지, 이미 보도되고 있는 이야기와 이어지는지 등이 함께 작용합니다. 지면이나 방송 시간이 한정되어 있으므로 다른 기사와의 균형도 고려됩니다.
예를 들어 우리 동네 도로에서 일어난 교통사고는 먼 나라의 비슷한 사고보다 크게 다루어지고, 같은 사고라도 유명인이 관련되어 있으면 하루 종일 화제가 됩니다. 이처럼 여러 요인이 겹칠수록 사건은 뉴스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더 앞자리에 더 오래 머무르게 됩니다.
디지털 시대에 달라진 기준

시간이 흐르면서 뉴스 가치도 변했습니다. 영국의 언론학자 토니 하컵(Tony Harcup)과 디어드리 오닐(Deirdre O’Neill)은 2001년 영국 신문을 분석해 갈퉁과 루게의 목록을 다시 검토했습니다.
(1) 연예인과 좋은 소식의 부상
유명 연예인 관련 기사가 크게 늘었고, 나쁜 소식뿐 아니라 감동적이거나 반가운 소식도 중요한 뉴스 가치로 나타났습니다. 신문사 스스로 밀고 싶은 의제도 기사 선택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2) 공유 가능성의 등장
두 사람은 2017년 연구를 다시 고쳐, 소셜 미디어에서 얼마나 공유되고 반응을 얻을 만한지를 새로운 뉴스 가치로 더했습니다. 클릭 수와 공유 수가 실시간으로 보이면서, 이 숫자가 편집 판단에 미치는 영향도 커졌습니다.
뉴스 가치가 남기는 그림자
뉴스 가치에 충실할수록 뉴스는 부정적이고 자극적인 쪽으로 기울기 쉽습니다. 먼 나라에서 오래 이어지는 굶주림이나 천천히 진행되는 기후 변화처럼 중요하지만 극적이지 않은 문제는 뒤로 밀리기도 합니다. 갈퉁 자신도 훗날 언론이 지나치게 부정적이고 선정적으로 변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뉴스 가치를 알고 뉴스 읽기

뉴스 가치를 이해하면 뉴스를 한 걸음 떨어져서 볼 수 있습니다. 첫 화면에 크게 실린 기사가 반드시 가장 중요한 일이라기보다, 뉴스 가치의 기준을 많이 갖춘 일이라는 점을 기억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뉴스를 읽을 때는 이 기사가 왜 지금 선택되었는지, 어떤 요소가 강조되었는지 스스로 물어보는 습관이 도움이 됩니다. 나쁜 소식이 이어질 때 세상이 실제보다 더 위험하다고 느끼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고, 잘 다루어지지 않는 분야의 소식은 다른 매체나 전문 자료에서 찾아보면 균형을 잡을 수 있습니다. 기사를 공유하기 전에 제목이 주는 자극보다 내용이 담고 있는 사실을 먼저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화면에 보이는 뉴스 뒤에 숨은 선택의 기준을 읽어 내는 일, 그것이 균형 있는 뉴스 읽기의 첫걸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