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격 탓이라는 착각, 기본적 귀인 오류(Fundamental Attribution Error)

화면 안에서 울리는 소리, 디제시스 사운드(Diegetic Sound)
매일 저녁 같은 시간에 나오는 진행자를 보면 마치 나를 향해 말을 거는 것 같고, 좋아하는 유튜버의 근황을 알면 친구 소식을 들은 듯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나의 얼굴도, 이름도 모릅니다. 화면 너머에서만 이어지는 이 ‘아는 사이’ 같은 느낌이 바로 ‘의사사회 상호작용(Parasocial Interaction)’입니다.
의사사회 상호작용이란 쉽게 말해 ‘방송인·배우·크리에이터 같은 미디어 인물과 얼굴을 마주한 듯한 친밀함을 느끼지만, 그 관계는 한쪽만의 것이며 상대에게는 상호 의무가 없는 착각에 가까운 교류’를 의미합니다. 1956년 도널드 호턴(Donald Horton)과 R. 리처드 월(R. Richard Wohl)이 학술지 《Psychiatry》에 「Mass Communication and Para-Social Interaction」을 발표하며 이 이름을 붙였습니다.
본 자료에서는 개념의 출발과 상호작용·관계의 구분부터 일상 속 사례, 그리고 이득과 위험, 현명하게 다루는 태도까지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화면 너머의 친밀감, 의사사회 상호작용
의사사회 상호작용이란 무엇인가?

호턴과 월은 라디오·텔레비전 공연자가 시청자에게 직접 말을 거는 듯한 연출을 할 때, 관객이 실제 대면 관계와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고 관찰했습니다. 관계는 공연자가 무대를 통제하고, 시청자는 언제든 채널을 돌릴 수 있어 상호 책임이나 노력이 거의 없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후대 연구에서는 시청 ‘순간’의 경험과 시간이 지나도 남는 유대를 나누어 설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흔히 쓰는 구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 의사사회 상호작용(Parasocial Interaction): 시청하는 그 순간에 인물과 ‘서로 알아차리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일시적 과정입니다.
- 의사사회 관계(Parasocial Relationship): 시청이 끝난 뒤에도 이어지는 정서적 유대와 관심입니다.

제이슨 디블(Jayson Dibble)과 동료들은 2016년경 이 구분을 측정 도구 비판과 함께 정리하며, 흔히 쓰이던 척도가 장기 유대(관계)를 더 많이 잡아내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용과 충족(Uses and Gratifications)이 ‘왜 그 미디어를 고르는가’를 묻는다면, 의사사회는 ‘그 인물과 어떤 가짜 대인 유대를 느끼는가’에 초점을 둡니다.
친밀감이 쌓이는 과정과 끊김

의사사회 유대를 설명하는 연구는 인지·정서·행동의 층위를 자주 말합니다. 특정 학자의 고정된 ‘3단계 모델’처럼 단정하기보다, 반복 시청 속에서 나타나는 흐름으로 이해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1) 인지적 알아차림
얼굴·말투·취향을 익히고 ‘저 사람은 이런 사람’이라고 그려 냅니다.
(2) 정서적 애착
기쁨·걱정·응원 같은 감정이 생겨 근황이 궁금해집니다.
(3) 행동적 충성
구독·시청·댓글·옹호처럼 시간을 들이거나 그 사람을 변호하는 행동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프로그램이 끝나거나 진행자가 하차하면 실제 이별과 비슷한 허전함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조너선 코언(Jonathan Cohen)은 좋아하는 TV 인물과의 관계가 끊어질 때 느끼는 반응을 ‘의사사회 이별(Parasocial Breakup)’로 다루었고, 이후 스캔들이 기존 유대를 약화시킨다는 연구도 이어졌습니다. 데이비드 자일스(David Giles)는 2002년 문헌 검토에서 이 현상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바 있습니다.
쉬운 예시로 이해하는 의사사회 상호작용

[사례 1] 뉴스 앵커와 토크쇼 진행자
매일 같은 시간에 얼굴을 맞대는 앵커나 진행자는 ‘나한테 말해 주는 사람’처럼 느껴지기 쉽습니다. 호턴과 월이 주목한 고전적 장면이 바로 이런 직접 호명·눈맞춤 연출입니다.
[사례 2] 유튜버·스트리머·인플루언서
브이로그와 라이브는 일상 공간을 보여 주며 “친구에게 말하듯” 말합니다. 댓글에 답하거나 팬 닉네임을 부르면 상호성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수천·수만 명에게 동시에 열리는 일대다 소통이라는 점에서 본질은 여전히 한쪽에 기울어 있습니다. 친근한 말투와 실제 개인 관계는 같지 않다는 점을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1) 동행과 정체성
외로움을 덜고, 취향·가치관을 확인하는 거울이 되기도 합니다.
(2) 학습과 정보
전문 크리에이터의 설명을 따라가며 지식을 얻기도 합니다.
(3) 과잉 투자와 마케팅 취약성
추천·협찬을 ‘친구의 조언’처럼 받아들이거나, 일방적 유대를 서로 아는 사이와 혼동하면 상처와 낭비가 커질 수 있습니다.
현명하게 다루는 태도와 균형

의사사회 상호작용 자체는 병리적 현상이 아니라, 미디어가 만들어 낸 자연스러운 경험입니다. 문제는 그 착각을 현실의 상호 관계와 같은 선에 올려 놓거나, 한 인물에게만 과도한 시간과 감정을 쏟을 때 생깁니다. 균형 잡힌 태도는 즐거움을 지키면서도 스스로를 보호합니다.
(1) 일방성을 인정하기
상대는 나를 개인으로 알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합니다.
(2) 감정과 소비를 분리하기
호감과 구매·옹호를 자동으로 묶지 않습니다.
(3) 오프라인 관계를 함께 가꾸기
화면 속 동행만으로 사회적 욕구를 채우려 하지 않습니다.
(4) 이별과 실망을 정상적인 반응으로 보기
종영·하차·논란 뒤의 허전함을 이상한 일로만 여기지 않습니다.
의사사회 상호작용은 미디어 인물과 얼굴을 맞댄 듯한 친밀감을 느끼지만 상호 의무는 없는, 한쪽만의 교류입니다. 동행과 배움을 주기도 하지만, 과한 투자와 마케팅에 취약해질 수도 있습니다.
화면 속 친구를 즐기되 그 관계의 경계를 분명하게 두는 것, 그것이 건강한 미디어 소비의 첫걸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