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장에 들어간 첫 로봇 팔, 유니메이트(Unimate)

모든 재고가 같지는 않다, ABC 분석(ABC Analysis)
논문 한 편을 읽다 보면 끝에 실린 참고문헌 목록에서 낯익은 이름들이 나란히 등장하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한 연구자가 두 논문을 같은 글에서 함께 인용했다면, 그 두 논문은 어딘가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동시 인용이 여러 글에서 거듭 나타난다면 우연이라고 보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이 단순한 생각을 학문의 지도를 그리는 방법으로 발전시킨 것이 바로 ‘동시 인용 분석(Co-citation Analysis)’입니다. 동시 인용 분석이란 두 문헌이 다른 문헌에 의해 함께 인용된 횟수를 세어, 그 횟수가 많을수록 두 문헌의 주제가 가깝다고 판단하는 인용 분석 기법을 의미합니다.
본 자료에서는 동시 인용 분석이 등장한 배경과 기본 원리, 비슷한 기법인 서지 결합과의 차이, 저자 분석과 근접도 분석으로 넓어진 활용, 그리고 해석할 때 주의할 점까지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함께 불리는 논문이 들려주는 학문의 구조
동시 인용 분석이 생겨나기까지

인용을 통해 문헌 사이의 관계를 읽으려는 시도는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인용 색인이 만들어지면서 누가 누구를 인용했는지를 대량으로 살펴볼 수 있게 된 덕분입니다.
(1) 케슬러의 서지 결합
1963년 미국 MIT의 케슬러(M. M. Kessler)는 두 논문이 같은 문헌을 함께 참고했다면 서로 관련이 있다고 보는 서지 결합 개념을 발표했습니다. 문헌 유사도를 인용으로 계산한 초기 방법 가운데 하나로, 인용 색인을 만든 유진 가필드(Eugene Garfield)도 이 개념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2) 1973년, 두 사람의 같은 발견
1973년 미국의 헨리 스몰(Henry Small)은 학술지 논문에서 동시 인용을 두 문헌의 관계를 재는 새로운 척도로 제안했습니다. 같은 해 소련의 이리나 마르샤코바(Irina Marshakova)도 같은 생각을 따로 발표했지만, 러시아어로 실린 탓에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습니다.
동시 인용 강도를 세는 방법

동시 인용 분석의 원리는 의외로 간단합니다. 문헌 A와 B를 놓고, 둘을 함께 인용한 다른 문헌이 몇 편인지 세기만 하면 됩니다.
- 동시 인용(Co-citation): 한 편 이상의 다른 문헌이 A와 B를 함께 인용한 관계입니다.
- 동시 인용 강도(Co-citation Strength): A와 B를 함께 인용한 문헌의 수입니다. 문헌 C, D, E가 모두 A와 B를 인용했다면 강도는 3이 됩니다.
- 클러스터(Cluster): 동시 인용 강도가 높은 문헌끼리 묶은 무리로, 하나의 연구 주제나 전문 분야를 보여 줍니다.
이렇게 묶인 문헌을 점과 선으로 이어 그리면 어떤 연구들이 한 동네를 이루는지 한눈에 보이는 지식 지도가 됩니다. 스몰은 벨버 그리피스(Belver Griffith)와 함께 1974년에 이 방법으로 과학의 전문 분야를 찾아 그림으로 나타내는 연구를 내놓았습니다.
같은 원리는 문헌 검색에도 쓰입니다. 연구자가 마음에 드는 논문 한 편을 찾았을 때, 그 논문과 자주 함께 인용된 문헌을 이어서 보여 주면 검색어만으로는 놓치기 쉬운 관련 연구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서지 결합과 무엇이 다를까

동시 인용 분석과 서지 결합은 둘 다 인용으로 문헌의 닮은 정도를 재지만, 바라보는 방향이 정반대입니다.
(1) 과거를 보는 서지 결합
서지 결합은 두 문헌이 쓴 참고문헌 목록을 비교합니다. 논문이 한번 나오면 참고문헌은 바뀌지 않으므로 결합 강도도 그대로 고정되어 있습니다.
(2) 미래로 열려 있는 동시 인용
동시 인용은 두 문헌을 나중에 인용하는 다른 연구들이 만들어 냅니다. 학문이 발전하며 새 논문이 계속 나오기 때문에 강도도 시간에 따라 변하고, 분야의 흐름을 따라 분류가 바뀔 수 있습니다.
(3) 여러 사람의 판단이 쌓인 결과
동시 인용은 그 문헌을 읽은 수많은 저자의 판단이 모인 결과라는 점에서 주제의 유사성을 더 잘 보여 준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한 사람이 고른 참고문헌보다 여러 사람이 되풀이해 묶은 관계가 더 믿을 만하다는 생각입니다.
(4) 둘을 합친 방법
텍사스 대학교의 로버트 앰슬러(Robert Amsler)처럼 서지 결합과 동시 인용을 함께 써서 두 문헌의 주제 유사성을 판단하는 척도를 내놓은 연구자도 있습니다. 두 방법은 경쟁 관계라기보다 서로의 빈틈을 채우는 짝에 가깝습니다.
넓어지는 활용과 해석의 함정

동시 인용 분석은 문헌을 넘어 연구자와 학문 분야를 이해하는 도구로 넓어졌습니다. 다만 숫자를 그대로 믿기 전에 따져 봐야 할 점도 있습니다.
(1) 저자 동시 인용 분석
1981년 하워드 화이트(Howard White)와 그리피스는 논문 대신 저자 단위로 동시 인용을 세는 저자 동시 인용 분석을 소개했습니다. 어떤 학자들이 한 학파처럼 묶이는지를 보여 주는 방법으로 널리 쓰입니다.
(2) 인용 근접도 분석
2009년 기프(Bela Gipp)와 빌(Joeran Beel)은 본문 안에서 두 인용이 얼마나 가까이 붙어 있는지까지 반영하는 인용 근접도 분석을 제안했습니다. 같은 문장에서 함께 인용된 문헌은 더 가깝다고 보는 식입니다.
(3) 인용 동기의 차이
연구자는 친한 동료의 논문을 더 자주 인용하기도 하고, 이미 유명한 논문은 더 많이 인용받는 마태 효과도 나타납니다. 또 인용은 칭찬뿐 아니라 반박하기 위해서도 이루어지므로, 함께 인용되었다고 늘 같은 편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그래서 동시 인용 결과는 내용을 직접 읽어 보는 검토와 함께 해석해야 합니다.
동시 인용 분석은 연구자들이 남긴 참고문헌이라는 작은 흔적을 모아 학문의 큰 구조를 드러냅니다. 어떤 논문이 어떤 논문과 함께 불리는지를 살펴보면, 새로운 분야가 생겨나고 서로 만나는 흐름까지 읽어 낼 수 있습니다.
함께 인용된 흔적을 모아 지식 사이의 거리를 재는 것, 그것이 학문의 지도를 그리는 계량서지학의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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