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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위 화물을 철길과 바닷길로, 모달 시프트(Modal Shift)
같은 수준의 논문 두 편이 있는데, 한 편은 노벨상 수상자가 쓰고 다른 한 편은 이름 없는 대학원생이 썼다면 어느 쪽이 더 많이 읽히고 인용될까요? 대부분은 앞의 논문을 먼저 펼쳐 볼 것입니다. 이미 이름난 사람에게 관심과 인정이 몰리고, 그 관심이 다시 더 큰 명성으로 돌아오는 이 현상이 바로 ‘마태 효과(Matthew Effect)’입니다.
마태 효과란 쉽게 말해 ‘처음에 조금 앞선 사람이나 자료가 그 앞섬 덕분에 더 많은 기회와 인정을 얻어, 시간이 갈수록 격차가 커지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문헌정보학에서는 논문 인용과 학술 평가, 자료 이용이 한쪽으로 쏠리는 까닭을 설명하는 중요한 개념으로 다룹니다.
본 자료에서는 마태 효과라는 이름의 유래부터 인용이 인용을 부르는 원리, 학술 정보 세계에서 나타나는 사례, 그리고 쏠림을 줄이는 방법까지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부익부 빈익빈으로 읽는 학술 정보의 세계
마태 효과란 무엇인가?

이 이름은 신약성경 마태복음 25장 29절의 “무릇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까지 빼앗기리라”에서 따왔습니다. 1968년 미국 사회학자 로버트 머튼(Robert K. Merton)은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실은 논문 「과학에서의 마태 효과(The Matthew Effect in Science)」에서 이 구절을 빌려 과학자 사회의 불평등을 설명했습니다. 머튼은 노벨상 수상자들을 인터뷰한 해리엇 주커먼(Harriet Zuckerman)의 연구를 바탕으로 삼았고, 훗날 이 개념에 주커먼의 몫이 컸다고 직접 밝혔습니다.
(1) 명성에 따라 달라지는 인정
머튼이 주목한 것은 비슷한 업적이라도 이미 유명한 과학자가 더 큰 공을 인정받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여러 사람이 함께한 연구에서도 상과 칭찬은 가장 이름난 선배 연구자에게 돌아가기 쉽습니다.
(2) 소통 체계까지 바꾸는 쏠림
마태 효과는 개인의 명성에 그치지 않습니다. 유명 학자의 논문은 더 많이 읽히고 더 빨리 퍼지는 반면, 무명 학자가 쓴 같은 수준의 논문은 눈에 덜 띕니다. 그 결과 연구비와 인재, 연구 시설도 이미 앞선 곳으로 모입니다. 1986년 심리학자 키스 스타노비치(Keith Stanovich)는 일찍 읽기를 익힌 아이가 더 많이 읽으며 또래와 격차를 벌리는 현상에도 이 이름을 붙였습니다.
인용이 인용을 부르는 누적 이익

마태 효과가 숫자로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이 논문 인용입니다. 1976년 과학사학자 데릭 드 솔라 프라이스(Derek J. de Solla Price)는 이미 많이 인용된 논문일수록 새 인용을 얻을 가능성이 커지는 과정을 수학 모형으로 설명했습니다.
- 누적 이익(Cumulative Advantage): 처음 얻은 작은 성공이 연구비, 우수한 대학원생, 좋은 장비 같은 자원으로 이어지고, 그 자원이 다시 더 큰 성공을 낳는 되먹임 구조입니다.
- 선호적 연결(Preferential Attachment): 1999년 물리학자 앨버트라슬로 바라바시(Albert-László Barabási)와 레카 앨버트(Réka Albert)는 이미 링크를 많이 받은 웹 페이지가 새 링크도 더 많이 받는 현상을 이렇게 불렀습니다. 프라이스의 누적 이익과 같은 원리를 네트워크에 적용한 것입니다.
- 멱법칙 분포(Power Law Distribution): 이런 과정이 쌓이면 소수의 논문과 학자가 인용 대부분을 차지하는 긴 꼬리 모양의 분포가 나타납니다. 프라이스는 로트카의 법칙과 브래드퍼드의 법칙도 이 원리로 설명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검색 도구도 쏠림을 키울 수 있습니다. 인용 수를 순위나 정렬 기준에 반영하는 학술 검색 화면에서는 위쪽에 뜬 논문이 더 자주 읽히고 인용되면서 그 순위가 다시 굳어집니다.
학술 정보 세계에서 보는 마태 효과

마태 효과는 연구 현장 곳곳에서 실제로 관찰됩니다.
[사례 1] 문턱 하나 차이로 갈린 연구비
2018년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린 연구는 네덜란드의 젊은 연구자 지원 사업 자료를 분석했습니다. 심사 점수가 거의 같았는데도 선정 기준을 간신히 넘은 연구자는 아깝게 떨어진 연구자보다 이후 8년 동안 두 배가 넘는 연구비를 모았습니다. 능력의 차이보다 처음 한 번의 선정이 격차를 만든 셈입니다.
[사례 2] 이름이 바뀌는 발견과 가려진 공로
1980년 통계학자 스티븐 스티글러(Stephen Stigler)는 ‘어떤 과학적 발견에도 처음 발견한 사람의 이름이 붙지 않는다’는 스티글러의 명명 법칙을 내놓으며, 이 생각을 먼저 말한 사람은 머튼이라고 밝혀 법칙 스스로 사례가 되게 했습니다. 1993년 과학사학자 마거릿 로시터(Margaret W. Rossiter)는 여성 과학자의 공로가 남성 동료에게 돌아가는 현상을 19세기 여성운동가 마틸다 조슬린 게이지(Matilda Joslyn Gage)의 이름을 따 ‘마틸다 효과(Matilda Effect)’라고 불렀습니다.
쏠림을 줄이는 정보 서비스의 노력

마태 효과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정보를 다루는 사람과 기관은 그 힘을 줄일 수 있습니다.
(1) 이름보다 내용을 먼저 보는 장치
많은 학술지는 심사자와 저자가 서로를 모르게 하는 이중 맹검 심사(Double-Blind Peer Review)를 써서 유명세가 평가에 끼어들 틈을 줄입니다.
(2) 숨은 자료를 비추는 큐레이션
도서관이 인기 대출 순위만 앞세우면 많이 빌린 책이 더 많이 빌려지는 순환이 생깁니다. 사서가 주제별 추천 목록과 기획 전시로 덜 알려진 좋은 자료를 소개하는 일은 이 고리를 느슨하게 하는 좋은 방법입니다.
(3) 열린 접근과 꼼꼼한 인용
오픈 액세스(Open Access)는 이름난 기관에 속하지 않은 연구자에게도 연구를 널리 알릴 기회를 넓혀 줍니다. 다만 열린 과학의 실천이 이미 자원이 많은 쪽에 더 유리하게 작동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어 세심한 설계가 필요합니다. 연구자 스스로도 유명한 해설서보다 처음 아이디어를 낸 원래 논문을 찾아 인용하는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마태 효과는 실력이 비슷해도 출발점의 작은 차이가 시간이 지나며 큰 격차로 자라는 현상을 보여 줍니다. 인용 수와 대출 순위, 검색 순위는 편리한 길잡이지만, 그 숫자 안에는 실력만큼이나 먼저 쌓인 관심의 무게도 함께 담겨 있습니다.
숫자 뒤에 가려진 자료와 사람을 한 번 더 살펴보는 것, 그것이 공정한 지식 생태계의 첫걸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