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리한 코드는 고치기 어렵다, 커니핸의 법칙(Kernighan’s Law)
한여름에 동해안 해수욕장을 찾았다가 물이 너무 차가워 발만 담그고 나온 경험이 있으신가요? 며칠 전만 해도 따뜻하던 바다가 하루아침에 얼음물처럼 바뀌는 일은 드물지 않습니다. 햇볕이 쨍쨍한 날 바다가 오히려 차가워지는 이 수수께끼의 답은 바닷속 깊은 곳에서 찬물이 위로 솟아오르는 현상, 바로 ‘용승(Upwelling)’입니다.
용승이란 쉽게 말해 ‘바람에 밀려난 표층 바닷물의 빈자리를 깊은 곳의 차갑고 영양분이 풍부한 물이 올라와 채우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이 찬물은 해수욕객에게는 반갑지 않지만, 바다 생물에게는 먹이를 실어 나르는 귀한 손님이며 세계적인 어장을 만드는 원동력이기도 합니다.
본 자료에서는 용승이 일어나는 원리부터 세계의 대표적인 용승 해역, 바다 생태계와 날씨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엘니뇨와 기후 변화 속 용승의 미래까지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바닷속 찬물이 솟아오르는 원리와 그 영향
바람이 바닷물을 옆으로 미는 이유

용승을 이해하려면 먼저 바람과 바닷물이 어떻게 함께 움직이는지 알아야 합니다. 바람이 바다 위를 불면 표층의 물이 끌려가는데, 이 물은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곧장 가지 않습니다.
- 전향력(Coriolis Effect): 지구가 자전하기 때문에 움직이는 물체는 북반구에서는 오른쪽, 남반구에서는 왼쪽으로 휘어집니다.
- 에크만 나선(Ekman Spiral): 표층의 물은 바람 방향에서 약 45도 비껴 흐르고, 그 아래층은 마찰로 끌려가며 조금씩 더 휘어 나선 모양을 이룹니다.
- 에크만 수송(Ekman Transport): 이 층들을 모두 더하면 표층 바닷물은 전체적으로 바람 방향과 직각으로 이동합니다.
이 원리는 노르웨이 탐험가 프리드쇼프 난센(Fridtjof Nansen)이 북극 탐험 중 바다 얼음이 바람 방향보다 20~40도쯤 오른쪽으로 흘러가는 것을 관찰한 데서 출발했습니다. 스웨덴의 해양학자 반 발프리드 에크만(Vagn Walfrid Ekman)이 이를 수학적으로 풀어 1905년에 발표했습니다. 반대로 바람이 표층 물을 해안 쪽으로 몰아오면 물이 쌓였다가 아래로 가라앉는데, 이를 침강(Downwelling)이라고 합니다. 용승과 침강은 바닷물을 위아래로 섞어 주는 한 쌍의 움직임입니다.
용승은 어디에서 일어날까

표층의 물이 한쪽으로 빠져나가면 그 빈자리를 아래쪽 물이 올라와 메웁니다. 용승이 일어나는 장소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연안 용승
바람이 해안선과 나란히 불어 표층 물이 먼바다 쪽으로 밀려날 때 일어납니다. 가장 잘 알려진 형태로, 보통 하루에 5~10m 정도의 속도로 찬물이 올라옵니다. 페루·칠레 앞바다의 훔볼트 해류, 미국 서해안의 캘리포니아 해류, 아프리카 북서부의 카나리아 해류, 아프리카 남서부의 벵겔라 해류가 대표적입니다.
(2) 적도 용승
적도 부근에서는 동쪽에서 불어오는 무역풍이 표층 물을 북반구에서는 북쪽, 남반구에서는 남쪽으로 갈라놓습니다. 그 사이로 찬물이 솟아올라 태평양 적도를 따라 띠 모양의 풍부한 바다가 생깁니다. 이 띠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많아 인공위성 사진에서도 또렷하게 보일 정도입니다.
(3) 우리나라의 냉수대
여름철 남풍 계열의 바람이 이어지면 동해안 남부 연안에서도 용승이 일어나 냉수대가 나타납니다. 갑자기 수온이 크게 떨어져 양식장 물고기가 피해를 보기도 해서, 국립수산과학원은 냉수대 특보를 내어 이를 알립니다.
용승이 바꾸는 바다와 날씨

깊은 바다에는 위에서 가라앉은 생물의 잔해가 분해되며 생긴 질산염, 인산염 같은 영양염이 쌓여 있습니다. 용승은 이 비료를 햇빛이 드는 표층까지 끌어올립니다.
세계 최고의 어장을 만든다
영양염을 만난 식물성 플랑크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이를 먹는 동물성 플랑크톤과 멸치, 정어리 같은 작은 물고기, 그리고 더 큰 물고기와 바닷새, 해양 포유류까지 먹이 사슬이 이어집니다. 다섯 곳의 주요 용승 해역은 전체 바다 면적의 약 5%에 불과하지만, 세계 바다 어획량의 약 25%가 여기서 나옵니다. 페루 앞바다의 멸치 어장이 대표적입니다.
안개와 사막을 부른다
차가운 바닷물은 그 위의 공기도 식혀 짙은 바다 안개와 낮은 구름을 만듭니다. 여름에도 서늘하고 안개가 잦은 미국 샌프란시스코가 좋은 예입니다. 반면 공기가 아래부터 차가워져 비구름이 잘 자라지 못하기 때문에,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이나 나미비아의 나미브 사막처럼 해안을 따라 메마른 땅이 생기기도 합니다.
엘니뇨와 기후 변화 속의 용승

용승은 바람이 만드는 현상이므로 바람이 약해지면 함께 약해집니다. 그래서 날씨와 기후의 변화에 매우 민감합니다.
(1) 엘니뇨가 오면 바다가 굶주린다
엘니뇨가 일어나 무역풍이 약해지면 페루 앞바다의 용승이 줄고 따뜻하고 영양분이 적은 물이 해안을 덮습니다. 1972년에는 엘니뇨와 지나친 어획이 겹쳐 페루의 멸치 어획량이 급격히 무너졌습니다.
(2) 지나친 어획은 먹이 사슬을 흔든다
용승 해역은 대개 멸치나 정어리 같은 한두 종의 작은 물고기가 위아래 먹이 사슬을 이어 주는 허리 역할을 합니다. 이 물고기를 지나치게 잡으면 이를 먹고 사는 바닷새와 큰 물고기까지 함께 줄어듭니다.
(3) 따뜻해지는 바다의 영향을 지켜본다
지구가 따뜻해지면 육지와 바다의 온도 차가 커져 연안 용승이 강해질 수 있다는 가설이 있는 반면, 표층이 데워져 물이 잘 섞이지 않게 된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인공위성으로 해수면 온도와 엽록소 농도를 관측하며 그 변화를 꾸준히 살피고 있습니다.
용승은 해수욕장의 찬물로만 기억되기 쉽지만, 실제로는 바다 밑의 영양분을 끌어올려 수많은 생명을 먹여 살리는 거대한 순환의 일부입니다. 바람과 지구의 자전, 그리고 바닷물이 함께 만들어 내는 이 움직임 덕분에 우리 식탁에 오르는 생선도 존재합니다.
바람 한 줄기가 깊은 바다를 깨운다는 사실을 아는 일, 그것이 바다를 읽는 눈의 첫걸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