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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2월 26일 아침, 태국 푸껫의 마이카오 해변에서 가족과 휴가를 보내던 열 살 영국 소녀 틸리 스미스(Tilly Smith)는 이상한 광경을 보았습니다. 바닷물이 갑자기 먼 곳까지 빠져나가고 수면에 거품이 부글부글 일었던 것입니다. 학교 지리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떠올린 소녀가 부모에게 위험을 알렸고, 해변에 있던 약 100명이 서둘러 몸을 피했습니다. 몇 분 뒤 해변을 덮친 것이 바로 ‘쓰나미(Tsunami)’입니다.
쓰나미란 쉽게 말해 ‘해저 지진이나 산사태, 화산 폭발 등으로 엄청난 양의 바닷물이 한꺼번에 밀려나면서 생기는, 파장이 아주 긴 거대한 파도의 연속’을 의미합니다. 이름은 나루를 뜻하는 일본어 ‘쓰(津)’와 물결을 뜻하는 ‘나미(波)’를 합친 말로 ‘항구의 파도’라는 뜻이며, 우리말로는 지진 해일이라고도 부릅니다.
본 자료에서는 쓰나미가 만들어지는 원리부터 보통 파도와 다른 성질, 역사에 남은 큰 쓰나미, 그리고 피해를 줄이는 경보와 대피 방법까지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바다를 건너오는 거대한 물결의 정체
쓰나미는 어떻게 생기는가?

쓰나미의 대부분은 바다 밑에서 일어나는 큰 지진에서 비롯됩니다. 한 판이 다른 판 아래로 파고드는 섭입대에서는 두 판이 맞물린 채 힘을 쌓아 두다가 한순간에 풀어 버립니다. 이때 해저면이 위아래로 크게 움직이면 그 위에 있던 바닷물 전체가 함께 들썩이고, 이 높낮이 차이가 사방으로 퍼져 나가며 쓰나미가 됩니다.
지진만이 원인은 아닙니다. 물을 한꺼번에 밀어낼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쓰나미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 해저 지진(Submarine Earthquake): 해저면이 수직으로 움직이며 바닷물 기둥 전체를 밀어 올리는 것으로, 가장 흔한 원인입니다.
- 산사태(Landslide): 흙과 바위가 바다나 좁은 만으로 쏟아져 들어가며 물을 밀어냅니다.
- 화산 폭발(Volcanic Eruption): 화산섬이 무너지거나 폭발이 바닷물을 밀쳐 내며, 1883년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 화산 폭발이 대표적입니다.
- 운석 충돌(Meteorite Impact): 드물지만 큰 운석이 바다에 떨어질 때도 거대한 물결이 생깁니다.
(1) 가장 높이 치솟은 리투야만 쓰나미
1958년 미국 알래스카의 리투야만에서는 지진으로 약 3,000만 세제곱미터의 바위가 좁은 만으로 무너져 내렸습니다. 이때 생긴 물결은 맞은편 산비탈의 나무를 해발 524m 높이까지 쓸어 갔으며, 근대에 기록된 가장 큰 쓰나미로 꼽힙니다.
보통 파도와 무엇이 다른가?

바닷가에서 보는 파도는 바람이 수면을 밀어 만든 것으로, 물마루 사이의 거리인 파장이 보통 수십에서 수백 미터입니다. 쓰나미는 표면만이 아니라 바닥부터 꼭대기까지 물 전체가 움직이며, 파장이 수십에서 수백 킬로미터에 이릅니다. 그래서 깊은 바다 한가운데에서는 높이가 1m도 되지 않아 배 위에서도 거의 느끼지 못합니다.
(1) 제트기에 맞먹는 속도
쓰나미의 속도는 대략 중력 가속도에 수심을 곱한 값의 제곱근으로 정해집니다. 수심 4,000m 바다에서는 시속 약 700km로 달려 제트 여객기와 비슷합니다. 1960년 칠레에서 관측 사상 가장 강한 규모 9.5의 지진이 일어났을 때, 쓰나미는 태평양을 건너 약 22시간 만에 일본에 닿아 140여 명의 목숨을 앗아 갔습니다.
(2) 얕은 바다에서 솟는 물의 벽
해안에 가까워져 바다가 얕아지면 쓰나미는 속도가 느려지고, 뒤따르던 물이 앞쪽을 따라잡으며 높이가 갑자기 커집니다. 먼바다에서 1m가 안 되던 물결이 해안에서는 10m가 넘는 물의 벽이 되기도 합니다.
(3)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 파도
쓰나미는 몇 분에서 한 시간이 넘는 간격을 두고 여러 차례 밀려옵니다. 첫 물결보다 뒤에 오는 물결이 더 큰 경우도 많아, 물이 한 번 빠졌다고 안심하면 위험합니다.
역사에 남은 거대한 쓰나미

쓰나미는 지진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먼 해안까지 피해를 줍니다. 그래서 역사 속 큰 쓰나미는 한 나라가 아니라 바다 전체의 재난으로 기록되었습니다.
[사례 1] 2004년 인도양 쓰나미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앞바다에서 규모 9.1의 지진이 일어나 단층이 1,200km 넘게 갈라졌습니다. 이 쓰나미는 인도양 연안 14개국을 덮쳐 사망·실종자가 23만 명을 넘었고, 당시 인도양에는 경보 체계가 없어 피해가 더욱 컸습니다.
[사례 2]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일본 도호쿠 앞바다에서 일어난 규모 9.0~9.1의 지진은 높이 10m를 훌쩍 넘는 쓰나미를 불러왔습니다. 방파제를 넘은 물은 해안 도시를 휩쓸었고,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전원을 끊어 원전 사고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사례 3] 우리나라 동해안의 쓰나미
1983년 5월 26일 일본 아키타현 앞바다에서 규모 7.7의 지진이 일어나자, 두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동해안에 쓰나미가 밀려왔습니다. 강원도 삼척 임원항에는 물이 3.6~4m 높이까지 차올랐고, 동해안에서 한 명이 숨지고 두 명이 실종되었습니다. 1993년 홋카이도 남서쪽 앞바다 지진 때도 동해안의 배와 어구가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쓰나미에 대비하는 방법

쓰나미는 막을 수 없지만, 빨리 알고 빨리 피하면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1) 바다 밑에서 지켜보는 경보 체계
1946년 알래스카 알류샨 열도 지진으로 생긴 쓰나미에 하와이에서만 150명 넘게 숨지자, 미국은 1949년 하와이에 쓰나미 경보 센터를 세웠습니다. 오늘날에는 깊은 바다 밑의 압력 센서가 물 높이의 미세한 변화를 재고, 수면의 부표가 이를 위성으로 보내 쓰나미를 직접 확인합니다.
(2) 자연이 보내는 신호 알아차리기
바닷가에서 강한 흔들림을 느끼거나, 바닷물이 갑자기 멀리 빠져나가 바닥이 드러나거나, 바다 쪽에서 큰 굉음이 들리면 경보를 기다리지 말고 곧바로 피해야 합니다. 틸리 스미스가 알아챈 것도 바로 이 신호였습니다.
(3) 멀리보다 높이 피하기
쓰나미가 다가오면 해안에서 멀리 달아나기보다 가까운 언덕이나 튼튼한 고층 건물 위로 올라가는 편이 안전합니다. 우리나라 동해안 곳곳에도 지진 해일 긴급 대피 장소를 알리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습니다.
(4) 경보가 풀릴 때까지 기다리기
뒤따르는 물결이 더 클 수 있으므로, 첫 물결이 지나간 뒤에도 경보가 해제될 때까지 해안으로 돌아가지 않아야 합니다.
쓰나미는 바다 밑 땅의 움직임이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해안까지 전해지는 거대한 에너지의 이동입니다. 열 살 소녀가 지리 수업에서 배운 지식으로 많은 사람을 구했듯, 원리를 아는 것만으로도 피해는 크게 줄어듭니다.
바다가 보내는 신호를 미리 알고 망설임 없이 높은 곳으로 오르는 것, 그것이 쓰나미에 맞서는 지혜의 첫걸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