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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주민센터에 어르신 돌봄 서비스를 새로 만들기로 했다고 해 보겠습니다. 담당자가 가장 먼저 부딪히는 질문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그 서비스를 정말 필요로 하는 사람이 누구이고 몇 명이냐는 것입니다. 전문가가 보기에 위험해 보이는 분, 본인이 힘들다고 말하는 분, 실제로 신청 창구를 찾아온 분이 모두 같은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답이 쉽게 나오지 않습니다.
이 혼란을 정리해 준 틀이 영국의 사회정책학자 조너선 브래드쇼(Jonathan Bradshaw)가 1972년에 내놓은 사회적 욕구의 분류(Taxonomy of Social Need)입니다. 쉽게 말해 ‘욕구가 있다’는 말이 실제로는 서로 다른 네 가지 방식으로 쓰이고 있다고 짚은 것으로, 규범적·체감적·표출적·비교적 욕구가 그 네 가지입니다. 이 글은 의료 서비스에 관한 논문집에 실린 짧은 글이었지만, 지금도 사회복지와 보건 분야의 욕구 조사에서 가장 먼저 꼽히는 고전입니다.
본 자료에서는 욕구를 한 가지로 재면 왜 어긋나는지부터 네 가지 욕구의 뜻과 예시, 그리고 네 가지를 겹쳐 읽는 방법과 한계까지 차례로 정리합니다.
욕구를 네 가지 눈으로 보다
욕구라는 말이 하나로는 부족한 이유

복지 서비스는 대체로 값을 치르는 사람과 서비스를 쓰는 사람이 같지 않습니다. 시장에서는 기꺼이 돈을 낼 때 수요가 생기지만, 복지에서는 지불 능력과 무관하게 필요를 살펴야 하므로 ‘누가 필요한가’를 따로 가려내야 합니다. 브래드쇼는 현장에서 이 가려내는 일이 실제로 네 가지 서로 다른 정의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문제는 정의마다 가리키는 사람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전문가의 기준에 못 미치는 사람이 있어도 본인은 불편을 못 느낄 수 있고, 불편을 느껴도 어디에 도움을 청할지 모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하나의 잣대로만 욕구를 헤아리면 누군가는 빠지고 누군가는 과하게 잡힙니다. 앞의 돌봄 서비스 예로 돌아가면, 혼자 사는 어르신 한 분이 전문가 기준으로는 위험군이어도 본인은 괜찮다고 하고, 같은 동네의 다른 어르신은 불안을 느껴 먼저 전화를 거는 식으로 나뉘는 일이 흔합니다. 네 가지를 구분해 두는 것은 욕구를 더 복잡하게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어떤 욕구를 말하고 있는지 분명히 하려는 장치입니다.

전문가가 정하는 규범적 욕구와 본인이 느끼는 체감적 욕구

첫째와 둘째는 누가 욕구를 판단하느냐로 갈립니다. 규범적 욕구는 전문가나 행정가, 연구자가 정한 바람직한 기준에 비추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상태이고, 체감적 욕구는 당사자가 스스로 필요하다고 느끼는 상태입니다.
- 규범적 욕구(Normative Need): 전문가가 바람직한 기준을 정하고 현재 상태가 그 기준에 못 미칠 때 생기는 욕구입니다.
- 체감적 욕구(Felt Need): 욕구를 곧 원함으로 보고, 당사자에게 직접 필요한지 물어 파악하는 욕구입니다.
규범적 욕구의 예로는 영양 기준에 못 미치는 식사나 일상 활동 능력을 재는 척도의 점수가 있습니다. 기준이 객관적으로 보이지만 절대적이지는 않습니다. 전문가마다 기준이 다를 수 있고, 지식과 사회의 가치가 바뀌면 기준도 달라지며, 자칫 한쪽 계층의 눈높이를 다른 계층에 들이대는 온정주의로 흐를 수 있습니다.
체감적 욕구는 당사자의 목소리를 담는다는 강점이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사람은 자기가 아는 서비스와 자기 처지에서만 필요를 떠올리기 때문입니다. 존재를 몰랐던 서비스는 원할 수조차 없습니다.
행동으로 드러난 표출적 욕구와 비교로 찾는 비교적 욕구

셋째와 넷째는 욕구가 어떻게 눈에 보이게 되느냐에 가깝습니다. 표출적 욕구는 체감한 욕구가 도움을 구하는 행동으로 옮겨진 것이고, 비교적 욕구는 비슷한 특성을 가진 사람들끼리 견주어 발견되는 욕구입니다.
- 표출적 욕구(Expressed Need): 신청서를 내거나 대기자 명단에 오르는 것처럼 필요가 요구와 행동으로 나타난 욕구입니다.
- 비교적 욕구(Comparative Need): 서비스를 받는 사람과 비슷한 처지인데도 받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 때 그 차이에서 드러나는 욕구입니다.
표출적 욕구는 대기자 수처럼 셀 수 있어서 계획에 쓰기 편하지만, 도움을 청하지 못하거나 청하지 않는 사람은 숫자에 잡히지 않습니다. 또 대기 명단은 서비스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에게서만 생기는 숫자이기도 합니다.
비교적 욕구는 이웃 마을에 있는 시설이 우리 마을에는 없다는 식의 비교에서 출발합니다. 다만 비교 대상이 되는 지역이나 집단이 애초에 충분한 수준인지는 따로 따져 보아야 합니다.
네 가지를 겹쳐 읽는 법과 한계

네 욕구는 서로 겹치기도 하고 어긋나기도 합니다. 전문가 기준에도 못 미치고 본인도 힘들다고 느끼며 실제로 도움을 청했고 비슷한 사람들은 이미 서비스를 받고 있다면, 욕구가 있다는 데 이견이 없습니다. 반대로 한 가지에만 해당하면 나머지 세 가지를 확인해 보라는 신호입니다.
(1) 어긋남에서 사각지대 찾기
규범적 욕구는 크지만 체감적 욕구와 표출적 욕구가 낮다면 당사자가 서비스를 모르거나 꺼린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이때는 서비스 안내와 접근성을 먼저 살펴야 합니다. 거꾸로 체감적 욕구와 표출적 욕구는 높은데 규범적 기준으로는 부족하지 않다면, 기준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지 점검해 볼 만합니다.
(2) 조사에 함께 쓰기
기초 통계와 전문가 기준으로 규모를 어림하고, 면담으로 체감을 듣고, 신청과 대기 자료로 표출을 확인하고, 지역 간 비교로 격차를 봅니다. 한 가지 자료에만 기대지 않는 것이 핵심입니다.
(3) 틀의 한계 알기
이 분류는 욕구가 무엇인지 알려 주는 정답표가 아니라 욕구를 바라보는 안경입니다. 욕구는 환경과 시간에 따라 바뀌고, 어떤 기준을 택하느냐에는 가치 판단이 들어갑니다. 브래드쇼 스스로도 어느 한 정의가 완벽한 답을 주지는 못한다고 보았습니다.
돌봄이 필요한 사람을 찾는 일은 숫자를 세는 일이면서 동시에 목소리를 듣는 일입니다. 누가 어떤 기준으로 필요하다고 말하는지를 먼저 묻고 네 가지 시선을 나란히 놓아 보는 것, 그것이 브래드쇼의 욕구 분류를 제대로 쓰는 일의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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