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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이나 공장에서 물건을 주문할 때, “한 번에 많이 사면 편하다”와 “조금만 사면 창고가 가볍다”는 생각이 자주 부딪칩니다. 너무 많이 쌓아 두면 보관비가 불어나고, 너무 자주 시키면 주문·입고에 드는 고정비가 반복됩니다. 이 두 비용이 가장 덜 아픈 지점을 찾는 고전 모형이 바로 ‘경제발주량(Economic Order Quantity, EOQ)’입니다.
경제발주량이란 쉽게 말해 ‘연간 수요가 안정적일 때, 한 번 주문할 때 들이는 고정비와 재고를 들고 있는 보관비를 합친 총비용이 최소가 되는 발주 수량’을 의미합니다. 1913년 포드 W. 해리스(Ford W. Harris)가 「How Many Parts to Make at Once」에서 제시한 뒤, R. H. 윌슨 등이 실무에 넓히며 재고·물류 교과서의 기본이 되었습니다.
본 자료에서는 경제발주량의 뜻과 가정부터 발주비·보관비의 균형과 제곱근 공식, 쉬운 수치 예시, 그리고 현장에서 조심할 한계와 활용 팁까지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발주 규모가 비용을 가르는 논리
경제발주량이란 무엇인가?

재고를 관리할 때 결정해야 할 핵심 중 하나는 “이번에 몇 개를 시킬까”입니다. 한 번에 많이 시키면 주문 횟수는 줄지만 평균 재고가 커져 보관비가 올라갑니다. 반대로 조금씩 자주 시키면 창고는 가벼워지지만 주문·검수·입고에 드는 고정비가 자주 발생합니다. EOQ는 이 상충을 한 줄의 수량으로 정리하려는 모형입니다.
- 발주비(Ordering Cost): 주문할 때마다 거의 비슷하게 드는 고정비로, 발주 서류·통신·입고 검수·운반 준비 등이 여기에 가깝습니다. 주문 수량이 늘어나도 이 고정비 자체는 크게 바뀌지 않는다고 봅니다.
- 보관비(Holding Cost): 재고를 일정 기간 들고 있을 때 드는 비용으로, 창고 공간·보험·진부화·자금 이자 등을 포함합니다. 보통 평균 재고량에 비례한다고 가정합니다.
해리스의 질문은 단순합니다. 수요를 끊기지 않게 맞추되, 발주비와 보관비를 더한 값이 가장 작아지도록 한 번에 만들거나 사 오는 수량을 정하라는 것입니다.
발주비와 보관비가 만나는 지점

고전 EOQ는 몇 가지 깔끔한 가정을 둡니다. 연간 수요가 일정하고, 재고가 바닥날 때 한꺼번에 보충되며(리드타임이 없거나 확정), 품절은 허용하지 않으며, 단가와 발주비·보관비는 수량에 따라 바뀌지 않는다고 봅니다. 이때 평균 재고는 대략 발주량 Q의 절반이 됩니다.
(1) 발주 횟수가 늘면 발주비가 커집니다
연간 수요를 D, 한 번 발주할 때 고정비를 K(또는 S)라고 하면, 연간 발주 횟수는 D를 Q로 나눈 값이 됩니다. 따라서 연간 발주비는 K 곱하기 D/Q로 늘어납니다. Q를 키울수록 이 부분은 줄어듭니다.
(2) 발주량을 키우면 보관비가 커집니다
평균 재고가 Q/2이므로, 단위당 연간 보관비를 H(또는 h)라 하면 연간 보관비는 H 곱하기 Q/2가 됩니다. Q가 클수록 창고 부담이 커집니다.
(3) 총비용이 가장 낮을 때가 EOQ입니다
발주비 곡선은 Q가 커질수록 내려가고, 보관비 곡선은 올라갑니다. 둘을 더한 총비용 곡선은 U자처럼 내려갔다가 올라가고, 그 바닥이 경제발주량입니다. 구매 단가 자체는 Q와 무관하다고 두면, 최적화에는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 제곱근 공식(Square-Root Formula): EOQ는 대략 제곱근(2 × D × K / H)으로 구합니다. 수요나 발주비가 커지면 적정 수량이 커지고, 보관비가 커지면 적정 수량은 작아집니다.
- 평균 재고(Average Inventory): 재고가 Q에서 0까지 고르게 줄어든다고 보면 평균은 Q/2이며, 안전재고를 따로 두는 경우는 그 위에 더합니다.
공식은 단순하지만, “얼마나 자주·얼마나 많이”라는 물류의 기본 긴장감을 숫자로 보여 준다는 점에서 오래 살아남았습니다.

쉬운 예시로 이해하는 발주량 선택

숫자로 보면 균형이 더 분명해집니다. 어떤 부품의 연간 수요가 12,000개이고, 한 번 발주할 때 고정비가 6,000원, 개당 연간 보관비가 40원이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사례 1] 너무 적게 자주 시킬 때
한 번에 300개만 시키면 연간 발주 횟수는 40번에 가깝습니다. 발주비는 자주 나가지만 평균 재고는 150개 수준이라 보관비는 상대적으로 작습니다. 다만 입고·검수가 잦아 현장 손이 많이 갑니다.
[사례 2] 너무 많이 한 번에 시킬 때
한 번에 3,000개를 시키면 발주 횟수는 줄어 발주비는 작아지지만, 평균 재고가 1,500개로 커져 보관비가 급격히 불어납니다. 공간과 자금이 묶이고, 수요가 조금 바뀌어도 남은 재고 부담이 큽니다.
(1) 공식이 가리키는 균형
제곱근(2 × 12,000 × 6,000 / 40)을 계산하면 약 1,897개 근처가 됩니다. 이 부근에서는 연간 발주비와 연간 보관비가 서로 비슷해지며, 둘을 합친 값이 앞의 두 극단보다 작아집니다. 실무에서는 이 숫자를 출발점으로 삼아 포장 단위·최소 주문량·트럭 적재량에 맞게 반올림합니다.
- 발주 주기(Order Cycle): 경제발주량을 연간 수요로 나누면 대략적인 발주 간격이 나옵니다. 수요가 일정한 모형에서는 그 간격도 일정합니다.
- 민감도(Sensitivity): EOQ에서 조금 벗어나도 총비용은 급격히 치솟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정확한 소수”보다 “근처의 현실적 수량”이 더 중요합니다.
현장에서 조심할 가정과 활용법

EOQ는 교실의 이상에 가깝습니다. 수요가 들쑥날쑥하고, 공급 리드타임이 길며, 수량 할인과 최소 주문량이 있는 현실에서는 그대로 쓰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물류 담당자가 “왜 지금 이만큼 시키고 있는가”를 설명하는 기준선으로는 여전히 쓸모가 있습니다.
(1) 가정을 깨는 현실을 먼저 적습니다
계절 수요, 프로모션, 결품 허용 여부, 유통기한, 냉동·위험물처럼 보관비가 유난히 큰 품목을 구분해 둡니다. 이런 품목은 EOQ보다 안전재고·유통기한·온도 제약이 먼저입니다.
(2) 공식 결과와 물류 제약을 맞춥니다
계산값이 박스·팔레트·컨테이너 단위와 어긋나면, 가까운 배수로 맞추는 편이 낫습니다. 운송비가 발주비의 큰 몫이라면 K에 운송 고정비를 더 현실적으로 넣는 것이 좋습니다.
(3) 안전재고와 역할을 나눕니다
EOQ는 “한 번에 얼마”를 다루고, 안전재고는 “언제 시켜도 버틸 여유”를 다룹니다. 둘을 한 덩어리로 섞으면 창고가 불필요하게 커지기 쉽습니다. 수요 변동이 클수록 안전재고 설계를 따로 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경제발주량은 “많이 살까, 자주 살까”라는 일상적 고민을 비용의 언어로 바꾼 도구입니다.
공식을 외우기보다, 발주비와 보관비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감각을 현장에 맞게 다듬는 것, 그것이 현명한 재고 운영의 첫걸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