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하는 사람보다 나아선 안 된다, 열등처우의 원칙(Principle of Less Eligibility)
과자 봉지 뒷면을 보면 ‘열량 250kcal’처럼 숫자가 또렷하게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숫자는 누가, 어떻게 잰 것일까요? 공장에서 과자를 하나하나 태워 보는 것도 아니고, 사람에게 먹여 보고 확인하는 것도 아닙니다. 대부분의 식품 열량은 100여 년 전 한 과학자가 정리한 간단한 계산법으로 정해집니다. 그 계산법이 바로 ‘애트워터 계수(Atwater General Factor System)’입니다.
애트워터 계수란 쉽게 말해 ‘탄수화물과 단백질은 1g당 4kcal, 지방은 1g당 9kcal’처럼 영양소마다 정해 둔 열량 값을 곱해 음식의 열량을 어림하는 방법을 의미합니다. 영양성분표의 열량 숫자는 이 곱셈의 결과이며, 우리나라 식품 표시 기준도 같은 원리를 따릅니다.
본 자료에서는 칼로리라는 단위와 애트워터 계수가 탄생한 과정부터 계산 원리와 실제 활용, 그리고 이 숫자가 가진 한계까지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음식의 열량을 숫자로 바꾸는 약속
애트워터 계수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열량의 단위인 1kcal는 물 1kg의 온도를 1℃ 올리는 데 드는 열에너지로, 약 4.184kJ에 해당합니다. 이 단위로 음식의 에너지를 재려는 시도는 19세기 독일에서 활발했고, 이를 미국에 들여와 체계로 다듬은 사람이 화학자 윌버 올린 애트워터(Wilbur Olin Atwater)입니다.
(1) 독일에서 배운 영양 연구
애트워터는 예일대학교에서 농화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독일로 건너가 생리학자 카를 폰 보이트(Carl von Voit) 밑에서 공부했습니다. 그는 미국 코네티컷의 웨슬리언대학교로 돌아와 음식의 성분과 소화율을 분석하는 연구를 이끌었고, 오늘날 미국 현대 영양학의 아버지로 불립니다.
(2) 사람이 들어가는 열량계
애트워터는 물리학자 에드워드 로사(Edward Bennett Rosa), 영양학자 프랜시스 베네딕트(Francis Gano Benedict)와 함께 사람이 며칠 동안 머물 수 있는 호흡 열량계를 만들었습니다. 길이 약 2.1m의 구리 방 안에서 사람이 먹고 자고 일하는 동안 나오는 열과 숨을 재는 장치였고, 1896년부터 약 500회의 실험이 이어졌습니다. 이 실험으로 사람의 몸에도 에너지 보존 법칙이 그대로 들어맞는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4·9·4는 어떻게 계산될까?

음식을 산소 속에서 완전히 태우면 그 안에 든 모든 에너지를 열로 잴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재는 장치를 봄 열량계(Bomb Calorimeter)라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 몸은 음식을 남김없이 쓰지 못하기 때문에, 애트워터는 태워서 얻은 값에서 몸이 쓰지 못하는 몫을 빼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 총에너지(Gross Energy): 음식을 완전히 태웠을 때 나오는 열입니다. 단백질은 1g당 약 5.65kcal, 지방은 약 9.4kcal, 탄수화물은 약 4.15kcal입니다.
- 소화율(Digestibility Coefficient): 몸에 흡수되는 비율입니다. 흡수되지 못한 부분은 대변으로 빠져나가며, 단백질은 약 92%, 지방은 약 95%, 탄수화물은 약 97%가 흡수된다고 보았습니다.
- 소변 손실(Urinary Loss): 단백질 속 질소는 요소가 되어 소변으로 버려지므로, 그만큼의 에너지를 다시 뺍니다.
이 과정을 거쳐 몸이 실제로 쓸 수 있는 에너지인 대사 가능 에너지(Metabolizable Energy)를 구했고, 이를 반올림해 단백질 4, 지방 9, 탄수화물 4라는 간단한 숫자가 자리 잡았습니다. 알코올은 1g당 7kcal로 계산합니다.
영양성분표 속의 애트워터 계수

애트워터 계수가 널리 쓰이는 가장 큰 이유는 간편함입니다. 식품의 탄수화물·단백질·지방 양만 알면 누구나 계산기로 열량을 구할 수 있습니다.
(1) 우리나라 식품 표시 기준
우리나라 식품 표시 기준은 탄수화물과 단백질에 1g당 4kcal, 지방에 9kcal, 알코올에 7kcal, 유기산에 3kcal를 곱해 열량을 산출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식이섬유 함량을 따로 표시하면 그 부분은 1g당 2kcal로, 당알코올은 2.4kcal로 계산할 수 있으며, 에리스리톨처럼 몸에서 에너지로 거의 쓰이지 않는 감미료는 0kcal로 봅니다.
(2) 쉬운 계산 예시
탄수화물 30g, 단백질 5g, 지방 10g이 든 과자라면 30×4 + 5×4 + 10×9 = 230kcal가 됩니다. 봉지 뒷면의 숫자는 이렇게 영양소 함량에 계수를 곱해 더한 값입니다.
(3) 더 정교한 개별 계수
1950년대 미국 농무부(USDA)의 애너벨 메릴(Annabel Merrill)과 버니스 와트(Bernice Watt)는 식품군마다 다른 계수를 쓰는 방식을 내놓았습니다. 같은 단백질이라도 고기와 곡물은 태울 때 나오는 열과 흡수율이 다르다는 점을 반영한 것입니다.
숫자가 놓치는 것들

애트워터 계수는 편리한 약속이지만, 모든 음식과 모든 사람에게 정확히 들어맞지는 않습니다.
(1) 견과류의 반전
2012년 미국 농무부 연구진이 성인 18명에게 아몬드를 먹이고 섭취량과 배출량을 모두 잰 결과, 아몬드 28g의 실제 열량은 약 129kcal로 나왔습니다. 애트워터 계수로 계산한 168~170kcal보다 약 32% 적은 값입니다. 단단한 세포벽에 싸인 지방 일부가 소화되지 않고 그대로 빠져나가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2) 조리와 개인차
같은 음식이라도 익히거나 곱게 갈면 소화가 쉬워져 몸이 얻는 에너지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또 장내 미생물의 구성이나 음식을 소화하는 데 드는 에너지는 사람마다 달라서, 같은 열량을 먹어도 몸에 남는 양은 똑같지 않습니다.
애트워터 계수는 복잡한 음식의 에너지를 4, 9, 4라는 몇 개의 숫자로 바꾸어, 식품 표시와 식단 관리, 영양 연구의 공통 언어를 만들어 냈습니다. 다만 이 숫자는 평균적인 사람과 평균적인 식사를 전제로 한 어림값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열량 숫자를 절대적인 정답으로 보기보다, 음식의 종류와 조리법, 먹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출발점으로 읽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봉지 뒷면의 숫자가 어디서 왔는지 이해하는 것, 그것이 현명한 식생활을 설계하는 식품영양학의 첫걸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