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표지

감각의 주술 - 닿지 않은 채로 이미 닿아 있는 세계에 관하여

카테고리: 국내도서>인문학>교양 인문학

저자: 데이비드 에이브럼 (지은이), 장상미 (옮긴이)

페이지 수: 484p

출판사: 갈라파고스

출판일: 2026-05-06

가격: 26100원

평점: (10.0)

인기 순위: 인문학 주간 7위

ISBN13: 9791193482179

소개

데이비드 에이브럼의 『감각의 주술』은 감각을 통해 인간과 세계의 관계를 다시 사유하는 철학서다 샤머니즘과 현상학을 넘나들며 인간 중심적 세계관을 흔들고 새로운 감각의 관점을 제시한다

목차

● 서문과 감사의 말

1. 마술의 생태학

2. 생태학으로 가는 길에 관한 철학

- 1부: 에드문트 후설과 현상학
상호 주관성 | 생활세계
- 2부: 모리스 메를로퐁티와 지각의 참여적 본질
몸의 사유하는 삶 | 몸과 사물들의 고요한 대화 | 지각적 세계의 생동성 | 참여로서의 지각 | 공감각: 감각들의 융합 | 감각의 회복은 지구의 재발견이다 | 살로서의 물질 | 만짐과 만져짐: 감각적인 것의 상호성

3. 언어의 살

언어의 생태학을 향하여 | 말의 마술

4. 애니미즘과 알파벳

래퍼의 리듬 | 변하지 않는 이데아의 영원성 | 나무 속의 언어에 관하여 | 공감각 그리고 타자와의 마주침

5. 언어의 풍경에서

새들의 언어 | 이야기되는 대지 | 꿈속시절 | 장소와 기억

6. 시간, 공간, 그리고 지구의 일식

- 1부: 추상화
공간과 시간의 추상화 | 공간과 시간이 구별되지 않는 구술적 우주 | 글 속으로의 추방 | 절대 공간과 절대 시간
- 2부: 살아 있는 현재
대지에 뿌리내린 시간의 위상 | 감각적인 것의 깊은 곳에

7. 공기의 망각과 기억

대평원의 바람과 영 | 나바호인의 공기와 인식 | 바람, 숨결, 말하기 | 글자의 힘 | 공기의 망각 | 막과 장벽 | 기억하기

종결부: 내부를 꺼내어 뒤집기

● 20주년판 지은이의 말
● 주석
● 옮긴이의 말
● 참고문헌
● 이용허락

책 소개

메를로퐁티의 현상학, 발리 샤머니즘, 언어의 풍경, 인간-너머 세계의 신화, 마술사들의 이야기, 하이데거의 시간론…. 철학과 마술을 넘나드는 전례 없는 방식으로 기존의 인간 중심적 세계관을 근본적으로 뒤흔들며 삶을 변화시키는 매혹적인 주술이 펼쳐진다. “상상되기는 했어도 서술된 적은 없는” 획기적인 사상으로 생태 담론과 인간 삶의 철학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은 데이비드 에이브럼의 대표작 『감각의 주술』은 20년 넘게 사랑받아온 현대 고전이자 필독서다.

‘철학자이자 마술사’라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게 독특한 정체성을 가진 그는 대학 시절 내내 클럽과 식당 등에서 마술 공연을 하며 학비를 벌었고, 유럽을 떠돌며 거리의 마술사로 활동하기도 한 흥미로운 이력을 지녔다. 이후 연구자이자 마술사로서 발리, 네팔 등의 오지 마을을 떠돌며 토착민은 물론 샤먼, 치료사, 예언자 등과 깊이 교류했다. 이때 저자는 그들이 어떻게 살아 있고 생동하는 세계에 참여하고 ‘인간-너머’ 세계의 타자들과 관계를 맺는지 직접 목도했다.

이 책의 진가는 시적이고 유려한 문체로 겉보기에는 무관해 보이는 여러 사상과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기발하게 엮어 근사한 하나의 그림으로 제시하는 순간들에 있다. 현상학을 바탕으로 인간을 세계 밖의 관찰자가 아니라 몸을 통해 세계에 얽혀 있는 존재로 재정의하고, 고대 신화와 토착문화들을 들여다보며 언어가 인간과 세계 사이의 비언어적 교환, 즉 ‘감각’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밝힌다. 나아가 ‘감각’을 통해 다시 세계에 참여할 때 인간과 비인간 존재의 관계가 새롭게 열리며, 이는 환경 윤리와 삶의 방식 자체를 바꾸는 출발점이 된다고 주장한다.

“분류에 저항하고 틀에 박히지 못하는” 『감각의 주술』은 출간 직후부터 막스 욀슐래거, 제임스 힐먼, 린 마굴리스, 게리 스나이더, 크리스토퍼 메인스, 하워드 노먼 등 세계 유수의 학자들에게서 “시적 열정에 지적 엄밀성과 대담함이 결합한 걸작”이라는 극찬을 받았으며, 철학, 환경, 예술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학계와 수업에서 사랑받았다. 또한 존 버거, 리베카 솔닛, 아룬다티 로이 등 세계적 지성들에게 수여된 권위 있는 상인 국제 래넌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아름답게 쓰이고 우아하게 논증된,
대단히 독창적인 작품이자 한 세대에 한 번 나올 법한 걸작”

★★국제 래넌문학상 논픽션 부문 수상작

● 닿지 않은 채로 이미 닿아 있는 세계에 관하여.
마술사와 시인의 영혼을 지닌 생태철학자가
서로를 얽고 지탱하는 감각의 영역으로
우리를 되돌려놓는 지적 역작.

‘철학자이자 마술사’라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게 독특한 정체성을 가진 저자 데이비드 에이브럼은 클로즈업 마술 공연을 하며 생계를 꾸리는 한편 지각심리, 치유예술, 민간의학과 마술의 관계 등을 연구해왔다. 그는 연구 지원금을 받아 발리, 네팔 등을 떠돌며 연구자이자 순회 마술사로서 토착 공동체들의 생활을 참여관찰했다. 그리고 뜻밖에도 주술사들에게서 지구상에 잔존하는 ‘감각’적 기원을 발견한다. 샤먼, 치료사, 예언자인 그들은 집안 개미에게 공물을 바치거나 망자를 화장해 자연물로 ‘변신’하게 하는 등의 의식과 의례를 통해 인간 공동체와 인간-너머 세계를 오갔다. 이처럼 ‘경계에 있는’ 이들과 토착민들에게는, 소위 ‘선진국’이 비물질적이거나 ‘살아 있지 않다’고 간주해온 타자들은 실체가 있고, 감각할 수 있고, 소통할 수 있는 존재들이었다. 그들의 눈으로 새롭게 바라본 세계는 모든 감각하는 존재가 주위의 풍경 및 사물과 상호 교류하는, 생동하는 세계였다. 그 속에서 모든 감각하는 존재는 여타 유기체들과 서로를 해치지 않을 만큼 섬세하게 양분을 주고받으며 신체적, 감정적 안녕을 유지한다. 저자는 현대의 도처에서 일어나는 파괴적인 재앙과 정서적인 고통이 인간 공동체와 그 공동체가 속한 지구가 이루는 불균형에서 비롯되었음을 깨닫는다.

하지만 다시 미국 도심으로 돌아온 저자는 토착민들에게서 배운 ‘세계를 감각하는 법’과 그 순간 느낀 경이감, 몰입감을 금세 잃고 만 스스로를 발견하고 회의감에 빠진다. 이는 기후 재난, 생태 위기에 관심을 기울이고 ‘환경보호’를 외치다가도 무력감에 빠지거나 편리함을 누리고자 소홀해지는 우리의 모습과도 겹쳐 보인다. 오랜 세월 책과 논문, 다양한 토론 등을 통해 인간 대 자연이라는 위계적 질서를 공고히 해온 인간 중심적 사회에서 이는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인류는 “세계와 직접 몸과 살로 부딪히고 조우하는 질감, 리듬, 맛”을 잊었으며, “인간의 기술 범위에서 벗어난 그 무엇도 뚜렷이 혹은 깊이 들여다보지 못하는 진정 무능력”한 상태에 처해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감각’이라는 세계와의 통로를 어떻게 되찾을 수 있을까?

● 감각은 세계가 우리를 건드리는 사건.
인간과 사물, 몸과 세계 사이에서
잃어버린 비언어적 대화를 다시 열어 보이다.

저자는 현상학이라는 매력적인 학문을 경유해 인간과 세계를 분리해서 보는 익숙한 이원론적 사고방식을 뒤집는다. 인간의 마음을 기계처럼 분석하던 당대 심리학에 의문을 품고 현상학을 창시한 철학자 에드문트 후설은 세상을 관념론적으로 바라보기보다는, 실제로 보고 듣고 느끼는 경험 자체에서 출발해 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며 ‘생활세계’라는 개념을 제안했다. 생활세계란 “머리 위에는 구름, 발밑에는 땅이 있는, 잠에서 깨어 음식을 준비하고 수도꼭지를 돌려 물을 트는” 일상적인 세계, 의식하고 분석하기 이전에 이미 늘 거기 있는 세계다.

이 개념은 모리스 메를로퐁티에게로 이어져 더욱 흥미롭게 발전한다. 그는 인간이 정신보다는 ‘몸’을 통해 세상과 만나고 타인과 연결되는 존재라고 보았다. 우리가 바람을 느끼고, 누군가의 손을 잡고, 사물의 질감을 알아차리는 모든 순간이 바로 몸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말이다. 메를로퐁티는 이를 ‘살(flesh)’이라 불렀는데, 인간과 세계가 서로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는 하나의 살아 있는 관계망이라는 뜻이다. 우리가 세상을 만질 수 있다는 사실은, 동시에 세상 역시 우리를 직접 만질 수 있다는 놀라운 진실을 품고 있다.

저자 에이브럼은 어렵기로 소문난 후설과 메를로퐁티의 철학을 세상의 그 어떤 입문서보다 쉽고 아름답게 설명하며, 마술사로서의 자신의 경험과 흥미롭게 엮는다. 그는 마술사의 손에서 동전이 사라졌다가 나타나는 작은 찰나에 관객이 시선으로서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마술이 완성된다고 설명한다. 그 공연에 자리한 마술사와 관객 모두가 감각을 통해 하나의 현상에 참여하는 것이다. 이러한 서술들을 통해 우리는 세계는 바로 나의 참여로 돌아간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생활세계, 그러니까 우리를 둘러싼 풍경은 멀리 떨어진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보고 듣고 만지고 응답하는 순간마다 새롭게 생성되는, 살아 있는 사건임을 이 책은 매혹적으로 보여준다.

● 언어의 공감각적 마력을 회복하기 위해.
가장 심오한 형태의 애니미즘으로서의 언어.

감각의 단절과 관련해 가장 중점적으로 다뤄지는 것은 ‘언어’다. 본래 초기 문자 체계는 인간-너머의 타자들이 남긴 흔적으로부터 생겨난 그림문자 체계였다. 그러나 고대 그리스인들이 초기 셈어 알레프벳을 수정해 받아들이면서 구술문화와 그림문자의 시대가 서서히 저물고, 표음문자인 알파벳이 주도하는 사회가 도래했다. 알파벳은 이전의 문자가 지녔던 인간-너머 세계와의 공감각적 연결을 상실한 문자였다. 알파벳에 기반한 문자문화가 자리를 잡자 언어는 점차 다른 동물, 식물 등 생동하는 존재들의 목소리를 잃어갔고, 인간의 참여적이고 경험적인 성향은 비물질적이고 추상적인 행위로 축소되었다. 그리고 오직 문자에만 기반한 소위 ‘합리적인’ 지성, 알파벳식 이성만을 떠받들게 되었다. 놀랍게도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알파벳이 인간이 주변을 둘러싼 세계와 단절되는 데 매우 큰 역할을 한 것이다. 심지어 강대국들의 침략과 식민주의를 통해 알파벳식 이성은 구술문화를 간직해온 토착 공동체들 속으로도 침투해, 이들이 지켜온 대지(풍경) 및 타자와의 연결 고리를 파괴해왔다.

저자는 고대 설화나 신화 및 기록에 담긴 구술문화의 흔적을 탐구하며, 본래 언어란 대단히 신체적인 현상이며 생동하는 풍경의 몸짓과 소리로 이루어진 상호 의존적인 산물임을 밝힌다. 또한 인간만의 전유물도 아니며, 우리의 감각하는 ‘살’과 세계의 ‘살’ 사이에서 진행되고 있는 비언어적 교환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아메리카 대평원, 호주, 아프리카의 수많은 토착 민족은 자신들이 태어나 자란 대지와의 연결성을 매우 중요시한다. 이들은 살아가는 데 필요한 가르침과 지침을 나무, 돌, 바위 등과 같은 타자로부터 구하며, 이를 ‘머나먼시절’ 설화나 ‘꿈속시절’ 신화 같은 이야기로 대대로 구전한다. 그 이야기들 속에서 땅과 타자들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세상이 어떻게 창조되었는지, 동물이나 식물의 기원은 무엇인지, 살 만한 거주지는 어디인지 알려주거나, 비도덕적인 행위에 대한 교훈을 전해준다. 심지어 사람이 앞으로 올바르게 살아가도록 감시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러한 토착 민족들의 언어 역시 대지 및 인간-너머 세계의 타자들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이들의 세계관에서 동물이나 식물 같은 타자들은 인간의 말을 알아듣고 인간과 소통한다. 이 책은 수많은 토착문화가 공유하는 언어에 대한 근원적인 인식을 바탕으로, 인간을 대지와의 깊은 관계 속에 ‘잠겨 있고’, 그 속에서 균형을 잡으며 끊임없이 생성되는 이 세계를 헤쳐나가는, 타자에게 열린 존재로 정의한다.

“결국 언어의 심층 구조를 제공하는 것은 인간의 몸만이 아니라 감각하는 세계 전체다. 우리가 언어 속에 머물고 움직이듯이, 궁극적으로는 세계의 다른 동물들과 생동하는 사물들도 그러하다. “언어는 삶이다. 우리의 삶과 사물들의 삶이다….” 우리가 말한다는 것만큼이나, 사물과 생동하는 세계가 우리 안에서 말한다는 것 역시 사실이다.” _본문에서

이 책의 또 다른 흥미로운 논의는, 공간과 시간을 구분하지 않는 문화와 하이데거의 시간론을 연결하는 부분이다. 시간과 공간이 구별된다는 개념은 당연한 것이 아니며, 인간의 감각이 세계와 단절된 이유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 곳곳의 다양한 토착 민족은 설화를 이야기하거나 노래하는 행위 등을 통해 시공간을 초월해 살아간다. 일반적으로 이들의 설화는 ‘과거’를 가리키지 않는다. 오히려 ‘현재의 주변 풍경(대지)’에 잠재적으로 깃들어 있는 힘이자 세계 자체이며, 따라서 이들에게 시간은 선형적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배핀섬의 이누이트의 말 ‘우바티아루’는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지칭한다. 이처럼 세계가 비선형적으로 ‘현전’한다고 보는 저자는 마르틴 하이데거의 사유를 경유해 감각적 풍경 속에 과거와 미래를 위치 짓는다. 하이데거의 초기 걸작 『존재와 시간』, 말년의 논문 「시간과 존재」를 바탕으로 그가 설명하는 과거는 놀랍게도 지면 아래, 미래는 지평 너머에 놓인 힘이다. 즉 우리 인간은 주변을 둘러싼 풍경(지면과 지평)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 우리가 감각을 통해 다시 세계에 ‘참여’할 때
윤리와 정치도 달라질 것이다.
삶의 의미는 당신이 밟고 서 있는
세계에서 솟아난다!

기술 혁신은 세계를 인간만의 안락한 요람으로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인위적 창조물이 범람하는 온통 추상적인 영역에 스스로 갇힌 우리에게 돌아온 것은 기후 재난과 생태 위기라는 전 지구적 부작용이다. 인공지능이나 뇌과학에 기대어 모든 문제를 오로지 내부적으로만 해결하려 하는 사이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직접적이고 ‘감각’적인 관계는 빠르게 소실되고 있다.

그렇다면 수많은 타자가 깃들어 사는 생동하는 풍경 앞에서 멀어버린 눈과 귀를 되찾을 방법은 무엇일까?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바는 간단하다. “우리는 오직 인간 아닌 존재들과 접촉하고 어우러짐으로써만 인간이 된다.” 인간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우리를 이루고 지탱하는 모든 비인간과 접촉하고 감각하는 것이다.

감각적 관계를 새롭게 되살리기 위한 변화는 우리가 뿌리내리고 있는 구체적인 장소와의 관계 맺기로부터 시작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토착민들이 특정 장소가 지닌 힘과 개성을 존중하고 노래나 이야기로 표현하듯이, 우리도 자신이 거주하는 장소를 감각하고 익히며 그곳에 진정으로 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미 해외에서 많은 공동체와 개인이 ‘재거주’라고도 불리는 이 생태적 수련 행위를 실천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이 사는 동네의 동식물을 관찰하고 생애주기 및 행동양식을 알아가고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차근차근 꾸준히 배워간다. 말하자면 땅의 ‘수련생’이 되는 것이다. 이로써 자신이 속한 땅에 어울리는 민감하고 책임감 있는 인간 공동체를 꾸리며 새로운 환경 윤리의 발판을 마련해나가고 있다.

『감각의 주술』을 다른 언어로 가장 먼저 번역한 곳은 농업 식민화의 위기에 놓인 페루 안데스 지역의 소농민 연합이었다. 글을 아는 사람들이 장별로 한 자 한 자 번역해 다른 공동체 멤버들과 공유해 읽어온 것이다. 이후로도 파괴되어가는 행성을 지키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손에서 손으로 전해지며 널리 읽히게 된 이 책은 생태 담론과 인간 삶의 철학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으며 20년 넘게 꾸준히 사랑받았다. 저자가 20주년판 후기에서 말하듯이, 지금이야말로 야생적인 타자성의 회복이라는 마술이 필요한 때다. 이 책은 주위를 둘러싼 풍경에 대한 감각을 되찾고 삶을 변화시키고 싶은 인류에게 “기운이 들끓는” 마술 같은 순간을 선사할, 이 시대에 가장 널리 읽히고 토론되어야 할 책이다.

“어쩌면 우리는 마치 마술사처럼, 또는 다른 집단 틈에서 살다 보니 더는 원래 속한 곳으로 온전히 돌아갈 수 없게 된 사람처럼 문명의 가장자리에 자리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는 절반은 자기 공동체의 내부에, 절반은 바깥에 머물며, 도시의 매끈한 거울 벽들 너머에서 날고 기는 변화무쌍한 목소리들과 소란한 형상들에 자신을 열어놓는다.” _본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