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집의 언어 - 나의 모어와 바깥의 모국어를 잇는 순간들
카테고리: 국내도서>에세이>한국에세이
저자: 유슬기(유손생) (지은이)
페이지 수: 288p
출판사: 티라미수 더북
출판일: 2026-04-28
가격: 16200원
평점: ★★★★★ (10.0)
인기 순위: 에세이 주간 3위
ISBN13: 9791175158818
소개
농인 사회와 청인 사회를 오가며 두 세상을 통역해 온 작가의 삶을 통해 그 질문에 답한다. 수어와 한국어를 넘나들며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통역하고 대변하는 사람으로 자란 그는 긴 시간을 어느 곳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채 경계인으로 존재했다.
목차
1장
이름의 탄생
사랑의 역사
첫 번째 밤
우리 엄마 아빠는 말을 못해요
꼬마 통역사
물음표 표정
어린 어른
나의 첫 보청기
학교
구구단
브래지어
안내견 체리
못 배운 아이
통화 버튼
끝에서 한가운데로
2장
트라우마
독립이라는 이름의 도피
100 슬기
보이스 피싱
아빠 소리, 엄마 소리
아빠 걱정, 엄마 걱정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엄마의 성장통
외국인이랑 결혼하는 게 좋겠어
수어 통역사
손으로 말하는 사람들
불쌍한 유손생
꼬치 없는 꼬치
코다
농수저
수어 선생님
3장
식사합시다
상견례 교육
수어 청첩장
결혼식
가족 여행
임신
심장 소리
무례
홈사인
출산
신 유 봄
들을 수 있다는 건
24시간 말 안 하고 살기
열흘 간의 동침
소리의 경계
다정함을 너에게 줄게
책 소개
우리는 누구나 어느 순간 경계인이 된다. 아이와 어른, 지인과 타인 사이를 지나기도 하고, 어느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횡단하며 외부인과 내부자를 오가기도 한다. 그렇다면 한평생을 두 세계의 경계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 집의 언어』는 농인 사회와 청인 사회를 오가며 두 세상을 통역해 온 작가의 삶을 통해 그 질문에 답한다. 수어와 한국어를 넘나들며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통역하고 대변하는 사람으로 자란 그는 긴 시간을 어느 곳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채 경계인으로 존재했다.
집에서는 수어가 모어였지만, 바깥에서는 한국어가 모국어였던 일상. 서로 다른 언어와 세계를 잇는 일은 때때로 다정하고 따뜻했지만, 동시에 설명하기 힘든 순간과 번역되지 않는 감정들을 마주하기도 했다. 작가는 그 경계에서 보고 듣고 느낀 감각들을 섬세하게 길어 올리며, 어느 한쪽으로 환원되지 않는 ‘코다’라는 정체성을 스스로 발견해 나간다.
『그 집의 언어』는 그렇게 경계에 선 사람만의 시선으로 어디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했던 모든 이들에게 다정한 위로를 건넨다.
출판사 제공 책 소개
농인의 세계에서는 청인으로, 청인의 세계에서는 농인의 딸로
수어와 한국어 사이를 오가다 마침내 내뱉은 첫 번째 이야기
주변 어디에나 있지만 왠지 모르게 낯선 세계가 있다. 분명히 알고 있기는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본적은 없는 세계다. 이를테면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한국인이지만 ‘한국어’가 모어가 아닌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겉으로 보기엔 무척이나 고요하고 적막하지만, 조금만 더 깊이 들어가 보면 어느 곳보다 뜨겁고 시끌벅적하다. 바로 농인의 세계다. 이들은 한국어와는 다른 독립적인 문법 체계를 가진 ‘수어’로 소통한다. 이 나라의 모국어는 분명 한국어지만 이들에게만큼은 첫 번째 언어가 아닌 셈이다.
“코다라서 그래요.”
소리 없는 세상에서 울고 웃는 떠들썩한 일상 에세이
수어 통역사, 유튜버 그리고 이 책 『그 집의 언어』의 주인공이기도 한 유슬기 작가는 농인 부모님 밑에서 청인 아이로 태어났다. 이른바 코다(Children Of Deaf Adults)다. 집에서는 눈빛과 표정과 손짓으로 대화하고 밖에서는 한국어로 말한다.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을 대변하는 통역사 역할을 하게 되었다. 길을 걷다가 누군가 말을 걸면 엄마를 대신해 대답하고 음성 안내만 존재하는 지하철이 갑자기 정차하기라도 하면 상황을 설명하는 것도 언제나 작가의 몫이었다.
그렇게 청인과 농인의 세계를 통역하며 살아온 작가는 정작 자신이 어디에 속해 있는 건지 오랫동안 알 수 없었다. 두 세계는 너무 달랐고 여기에 대해 알려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때로는 너무나 애틋한 마음에 눈물이 울컥 나오다가도 어떨 때는 알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도 했다. 어느 때에는 너무 지쳐서 차라리 이 세상에 모든 소리가 사라지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렇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아무리 괴로운 순간에도 불합리하고 불친절한 청인의 세상을 마주하면 도저히 그냥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는 없었다는 사실이다.
한 사람에게서 다음 사람에게로,
손끝으로 대물림되는 사랑의 형태에 관하여
부모님에게 세상을 통역하는 어린 어른에서 집안의 든든한 버팀목인 딸로, 수어를 가르쳐주는 선생님에서 모든 사랑을 내어주고 싶은 한 아가의 엄마가 되기까지, 작가는 몇 번의 쉽지 않은 탈피를 거치며 비로소 코다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온전히 받아들이게 된다. 새가 알을 깨고 나오듯이 청인도 농인도 아닌 ‘코다’라는 또 하나의 세상을 새롭게 마주한 것이다.
『그 집의 언어』는 바로 그 지점에서 농인과 청인을 다루는 평평한 이야기의 범주를 넘어선다. 그간 세상에 받아온 생채기와 자기만의 세계를 형성하며 거쳐 간 고민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솔직한 문장은 같은 일을 겪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더라도 경계인이라면 누구든 공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어느새 작가를 열렬히 응원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모두 어떤 경계에서 갈피를 잃어버린 적이 있다. 홀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덩그러니 남겨진 막막한 심정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저 서로가 처한 상황이 다르고 각자의 세계에서 자기만의 전투를 치르고 있어 전부 헤아리지 못할 뿐이다.
작가는 두 세계를 오랜 시간 배회하며 결국 나를 이루는 근간에는 “만약 네가 아기를 낳으면 너한테 못 해줬던 것들 네 아기에게 다 해줄게.”라고 말하는 가족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에게는 매일 아침 하루를 깨워주는 엄마의 따뜻한 손길과 어떤 귀한 것보다 딸이 최고라는 아빠의 믿음이 있었다. 다른 사람들처럼 큰 소리로 이름을 부르지 않아도 서로의 등을 쓰다듬으며 존재를 확인해온 다정함이 있었다. 그리고 작가는 확신한다. 이렇게 몸 안에 새겨진 사랑은 그렇게 한 사람에게서 다음 사람에게로, 언어가 아닌 몸으로 전해진다고 말이다.
모든 경계인에게 앞으로 한 발짝 더 나아갈 힘은 사실 이미 당신에게 있다고, 아직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고, 조용하지만 단단한 응원을 보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