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옌 기담집 - 기기괴괴한 열한 가지 이야기
카테고리: 국내도서>소설/시/희곡>호러.공포소설>외국 호러.공포소설
저자: 모옌 (지은이), 김택규 (옮긴이)
페이지 수: 344p
출판사: 글항아리
출판일: 2026-04-20
가격: 16200원
평점: ★★★★★ (9.6)
인기 순위: 소설/시/희곡 주간 11위
ISBN13: 9791169095525
소개
모옌은 현실과 상상을 매끄럽게 융합하는 독특한 문체로 명성을 얻었다. 이 책은 모옌의 중단편 가운데 요괴와 귀신에 얽힌 작품만 실은 특별판으로, 국내에 처음 번역되는 것들이다. 모옌의 기존 장편들이 보여준 거대 서사와 달리 여기 실린 중단편들은 이야기의 맛, 언어의 아름다움, 상징성을 부각한다.
목차
서문을 대신하여: 두려움과 희망
보물 지도
살구나무에 거꾸로 매달린 늑대
죄
백양나무 숲의 결전
양묘업자
비상
가을 홍수
꽃을 든 여자
기이한 만남
떡 다섯 개
냄새족
후기를 대신하여: 나는 포송령에게 처음 글쓰기를 배웠다
책 소개
모옌은 현실과 상상을 매끄럽게 융합하는 독특한 문체로 명성을 얻었다. 이 책은 모옌의 중단편 가운데 요괴와 귀신에 얽힌 작품만 실은 특별판으로, 국내에 처음 번역되는 것들이다. 모옌의 기존 장편들이 보여준 거대 서사와 달리 여기 실린 중단편들은 이야기의 맛, 언어의 아름다움, 상징성을 부각한다.
고향은 작가에게 거대한 재산이다. 열한 편의 작품은 모옌의 고향인 산둥성 가오미시 둥베이향을 배경으로 한다. 이곳 시골 마을 출신의 인물들이 물리적으로 혹은 기억 속에서 시골로 돌아와 난데없이 요괴, 귀신, 유령 현상에 맞닥뜨릴 때 느끼는 당혹감과 새로운 발견이 작품의 전면에 내세워진다.
어릴 적 할머니 할아버지에게서 들은 귀신 이야기는 모옌에게 깊은 영향을 미쳤다. 바람이 불어 수수 이파리가 사각사각 소리를 낼 때면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섰고, 강물 한 줄기, 오래된 나무 한 그루가 모두 두려움을 불러일으켰다. 이 경험은 이 책의 기담들에서 독특한 색채와 소리를 입고 되살아난다. 늪지대가 있던 둥베이향의 강물은 그에게 전설 속 자라 귀신이 바람을 일으키고 파도를 일으키는 곳이었다. 청개구리는 커다란 연못의 색깔을 바꾸고, 거리마다 꿈틀대는 것은 두꺼비들이었다.
이런 이야기들은 근대의 리얼리즘 소설의 규범에서 벗어나 계몽주의적 토착주의 전통과 초자연적 서사 전통을 되살려낸다. 이를 통해 문학적 유령들은 살아 있는 자들의 세계로 다시 합류한다. 그렇기에 모옌의 이 작품집은 현대판 『요재지이』로 불리며 짐승과 인간, 귀신의 경계를 넘나든다고 평가받는다. 이것은 독자의 상상력을 넓히면서 인간 세계의 영역을 저 멀리, 더 끝까지 확장시킨다.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산둥성 가오미 땅에 뿌리를 둔 설화, 전설, 기담
포송령의 『요재지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혼돈의 미학
거친 현실 위에 덧입혀진 화려하고 기괴한 판타지
모옌다움을 보여주는 독보적인 환상소설
모옌은 현실과 상상을 매끄럽게 융합하는 독특한 문체로 명성을 얻었다. 이 책은 모옌의 중단편 가운데 요괴와 귀신에 얽힌 작품만 실은 특별판으로, 국내에 처음 번역되는 것들이다. 모옌의 기존 장편들이 보여준 거대 서사와 달리 여기 실린 중단편들은 이야기의 맛, 언어의 아름다움, 상징성을 부각한다.
고향은 작가에게 거대한 재산이다. 열한 편의 작품은 모옌의 고향인 산둥성 가오미시 둥베이향을 배경으로 한다. 이곳 시골 마을 출신의 인물들이 물리적으로 혹은 기억 속에서 시골로 돌아와 난데없이 요괴, 귀신, 유령 현상에 맞닥뜨릴 때 느끼는 당혹감과 새로운 발견이 작품의 전면에 내세워진다.
어릴 적 할머니 할아버지에게서 들은 귀신 이야기는 모옌에게 깊은 영향을 미쳤다. 바람이 불어 수수 이파리가 사각사각 소리를 낼 때면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섰고, 강물 한 줄기, 오래된 나무 한 그루가 모두 두려움을 불러일으켰다. 이 경험은 이 책의 기담들에서 독특한 색채와 소리를 입고 되살아난다. 늪지대가 있던 둥베이향의 강물은 그에게 전설 속 자라 귀신이 바람을 일으키고 파도를 일으키는 곳이었다. 청개구리는 커다란 연못의 색깔을 바꾸고, 거리마다 꿈틀대는 것은 두꺼비들이었다.
이런 이야기들은 근대의 리얼리즘 소설의 규범에서 벗어나 계몽주의적 토착주의 전통과 초자연적 서사 전통을 되살려낸다. 이를 통해 문학적 유령들은 살아 있는 자들의 세계로 다시 합류한다. 그렇기에 모옌의 이 작품집은 현대판 『요재지이』로 불리며 짐승과 인간, 귀신의 경계를 넘나든다고 평가받는다. 이것은 독자의 상상력을 넓히면서 인간 세계의 영역을 저 멀리, 더 끝까지 확장시킨다.
“진실한 말은 한마디도 없다”
첫 작품 「보물 지도」의 첫 문장은 “이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진실한 말이 딱 한마디뿐이다. 그건 바로 이 이야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진실한 말이 한마디도 없다는 것이다”이다. 이 문장은 이 기담집 전체를 아우르는 것인데, 그러나 허구가 가장 깊은 진실을 드러내는 통로가 됨을 열한 편의 작품은 여실히 입증한다. 첫 문장에 이어 장면은 일요일 북적한 길가로 이어진다. 길에서 초등학교 동창인 두 남자가 우연히 마주친다. 친구 마커가 베이징에 있는 나를 만나러 온 것이다. 마커는 입이 크고 나는 다리가 짧다. 머릿니가 있는 데다 돈 한 푼 없는 마커는 빌어먹는 처지건만 뻔뻔하기 이를 데 없는데, 그가 쏟아내는 이야기가 소설의 절반을 차지한다. 둘은 만둣가게로 들어간다. 그곳은 노부부가 운영하는 곳으로 부부는 나이가 각각 최소 150살은 됐다. 이어서 그 할머니가 풀어놓는 청나라 말기의 에피소드가 소설의 나머지 절반을 채운다. 누추한 할머니는 알고 보니 청나라 말 원세개에게도 호락호락하게 만두를 대접하지 않을 만큼 호기로운 인물이었다. 마커와 할머니는 멍청하게 생긴 큼직한 자라(원세개)와 호랑이 이야기를 끌어내면서 중국의 근대가 요괴와 얽힌 격동기를 지나왔음을 암시한다.
기담은 순식간에 시간 순서를 무너뜨리고, 개연성을 없앤다. ‘그럴듯하지 않은 것’이 바로 우리 삶이라고 말한다. 작가의 머릿속에서 삶의 이야기는 자라나고, 그게 바로 현실이 된다. 모옌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삶을 벗어나 위로는 유령과 소통하고 아래로는 지렁이와 담소한다. 이로써 경계가 허물어진 인생은 드넓은 영역을 확보한다.
이 기담집의 가장 큰 특징은 여우, 돼지, 늑대, 두꺼비, 개구리, 토끼, 당나귀가 인간의 몸을 걸치고 등장하거나 혹은 배경으로 나오는 것이다. 애초에 동물과 인간의 세계는 구분되지 않았고, 정령은 동물의 몸을 빌리곤 했다. 동물이나 자연이 배경처럼 설정될 때조차 그것은 보조 역할을 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살구나무에 거꾸로 매달린 늑대」는 원나라 때 늑대, 표범, 스라소니, 호랑이까지 살던 땅이 근대 시기 독일인들이 놓은 철도로 사라지는 데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에서 뒷다리 하나가 묶인 채 살구나무 가지에 매달린 늑대가 발견된다. 녀석의 머리에서는 불에 그을린 냄새가 나고, 몸의 털은 온통 잿빛으로 이미 죽은 상태였다.
이때 장추라는 인물이 이 늑대는 자신에게 맺힌 원한을 갚으려던 것이었다며 이야기를 푼다. 자신이 늑대의 꼬리를 자르자 늑대는 장추를 아가리 속에 넣으려 했고, 그가 나무 위로 피해 기어올라가자 늑대는 나무를 갉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모두 옛 시절의 일일 뿐 나무가 모조리 베이자 야생동물들은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채 둥베이 대삼림으로 옮겨갔다. 그러던 중 늑대 한 마리가 마을에 나타나 동네 꼬마 쉬바오의 엄마를 문다. 이 작품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동물 울음소리와 흔적은 너무나 날카로워 달빛조차 떨 정도다.
홍수의 물살 속에서 지렁이 요괴를 포착해내는 솜씨
주의 깊게 읽는 독자는 두려움에 떤다
“진창 속 쇠발굽과 작고 가늘며 생생하게 비틀린 뱀 꼬리, 그리고 높이 쳐들린 닭 목, 음탕하게 두터운 말 입술, 기다랗고 잔뜩 찌푸린 양 얼굴을 바라보았다. 암홍색 죽은 털이 뒤덮인 녀석의 몸에서는 퀴퀴한 냄새가 났고 마르고 껑충한 다리에는 밀짚 섞인 싯누런 똥이 묻어 있었다.” 「죄」에 나오는 단봉낙타의 모습이다. 모옌은 디테일에 있어 대가다. 세부 사항의 격렬함을 관찰하고 기억하는 것은 작가의 능력을 좌우하는 결정적 능력이다. 위대한 작가들은 세부를 통해 우리에게 스치듯 보지 말고 주의 깊게 바라볼 것을 요청한다.
「죄」는 홍수 구경을 하러 나온 ‘나’ 다푸쯔와 동생 샤오푸쯔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나’는 곡마단의 동물 쇼를 구경하다가 나와서 동생과 강둑 길을 걷는다. 이때 동생이 급물살에 휘말려 죽는데 ‘나’는 이를 지켜보기만 한다. 그 후 마을 사람들이 동생을 살리려 애쓰지만, ‘나’는 동생만 아끼고 나를 싫어했던 부모에 대한 원망으로 죄책감마저 털어낸다. 혼자서 땅바닥에 앉아 있다가 무릎 아래 종기를 터뜨린다. 그 종기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 걸 보고 ‘나’는 인간의 양심이 고구마 모양에 썩은 생선 냄새를 풍기는, 세상의 원흉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 후로 나의 창자랑만 이야기를 나누는데, 어느 날 아버지가 키우는 자라를 몰입해 보면서 자라의 생각을 흡수하고 자라를 느끼기 시작한다. 이 이야기는 인간의 문명세계가 새우나 게, 자라의 세계와 별 다를 바가 없음을 암시한다. 자라 요괴나 지렁이 요괴는 인간 세계에 대해 논평하는 우회적 매개체로서 등장한다.
「기이한 만남」은 모옌이 자기 글쓰기의 원류라고 한 포송령의 『요재지이』에 등장하는 유령 이야기의 전형적인 패턴을 보여준다. 1982년 가을 ‘나’는 둥베이향에 있는 부모님을 뵈러 갔다. 밤 9시가 넘어 기차역에 도착했기에 집으로 가는 버스는 이미 끊겼다. ‘나’는 역전에서 묵지 않고 집에 걸어가기로 마음먹는다. 집까지 가는 40여 리의 길은 수수밭, 옥수수밭, 고구마밭으로 이어지며 달빛 아래 여치 우는 소리는 살과 뼛속까지 스며 소름을 돋운다. 주인공은 여기서 부지불식간에 불안의 문턱으로 들어선다. 길 양쪽의 농작물 아래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비밀이 숨겨져 있고, 셀 수 없이 많은 눈이 나를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도시인이 된 나는 시야가 뚜렷하지 않자 청각, 촉각에 의존하는 원시의 감각으로 되돌아간다.
모옌의 주인공은 대도시로 떠났다가 고향 농촌에 돌아왔을 때 공포, 상실감, 당혹감을 느낀다. 이 소설은 특히 유령을 믿지 않는 현대인이 초자연적 현상과 맞닥뜨렸을 때 생겨나는 인식과 감정을 묘사하는 데 공을 들인다. 달빛이 인도하는 대로 걷는 ‘나’에게 고향의 공기는 신선하지만 한편 공포를 고스란히 복원시키는 저세상과 이어지는 문턱이기도 하다. 서둘러 마침내 마을 입구에 들어섰는데, 이웃집 자오싼 아저씨가 있다. 그는 내 아버지에게 아직 갚지 못한 빚이 있는데 여력이 안 되니 담뱃대를 주면서 이걸로 빚을 탕감해달라고 말한다. 집에 돌아온 내가 그 사실을 전하자 부모님은 자오싼이 사흘 전에 이미 죽었다고 한다. 유령은 여러 차원에서 의미를 갖는데, 이 유령은 인간과 접촉해 빚 갚는 것을 완수함으로써 현세의 임무를 마치려 한다. 이 고향길의 여정은 현대 세계를 의심하는 통로가 되지만, 환상의 세계 앞에서 주인공은 주저하며 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조롱당한 경험에서 피워올리는 이야기들
「백양나무 숲의 결전」은 이 작품집 가운데 가장 환상적이라 할 수 있다. 한 무리의 잘생긴 소년들이 다른 한 무리의 잘생긴 소년들을 쫓고 있는 것이 도입부다. 앞에서 달리는 아이들은 몽둥이를 들고 있고 뒤에서 달리는 아이들은 식칼을 들고 있다. 백양나무 숲의 결전에는 물론 여느 작품에서 그렇듯 배경으로 토끼, 당나귀, 꿀벌 등이 등장한다. 이 결전은 강물의 빛깔 변화, 백양나무 이파리 색깔의 변화, 기러기의 이동에서 시간의 흐름을 드러내고, 나는 곧이어 ‘검은 남자’와 조우하게 된다. 그 남자와의 만남에서 받는 시험, 담배 심부름을 갔다가 만나는 입에 거품 문 여자를 거쳐 소설의 끝에서 나는 연거푸 석 잔의 차를 마시고는 오솔길을 나서는 장면으로 이야기가 맺어진다. 이 작품은 모든 장면이 꿈같이 묘하게 펼쳐지며, 마지막 세 문장은 백미라 할 수 있다. “모든 것의 모든 것을 까먹었다. 나는 앞으로 가려고만 했고 앞으로 가고만 싶었으며 앞으로만 갔다. 앞에 지뢰밭이 있든, 천길 심연이 있든 상관없었다.” 이런 한바탕 꿈같은 분위기는 「양묘업자」에서도 이어진다.
「비상」의 주인공인 훙시는 곰보 자국투성이의 얼굴을 가진 사내다. 모옌 소설의 주인공은 대개 못생기고 머리도 모자라 다른 형제에 비해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아이, 마흔을 훌쩍 넘겼는데도 의지가지없는 신세, 머릿니가 있고 돈 한 푼 없는 처지, 솥과 대야를 땜질하며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 등이다. 이건 모옌이 에세이에서도 썼듯이 그 자신이 못생긴 데다 걸신들린 듯 먹으며 종종 겪었던 소외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이런 주인공에게는 비범한 미모를 지닌 여성 인물이 등장하기 마련인데, 「비상」의 훙시는 누이를 벙어리에게 시집보내는 대신 그 벙어리의 아름다운 동생을 아내로 맞이하게 된다. 하지만 그 여자는 훙시의 얼굴을 보고 놀라 나무 위로 기어올라간다. 전형적인 여우 요괴 이야기 같지만, 작품은 의심을 끝까지 놓지 않음으로써 이것이 완벽한 환상적 이야기임을 입증한다.
중국은 초자연적 현상을 믿는 전통을 지녔지만 근대 들어, 특히 마오 시대에 이런 현상은 전면적으로 배제되었다. 근대적 세계관이 흔들린 것은 문화대혁명 막바지에 이르러서였다. 그리고 모옌이나 쑤퉁 같은 현대의 작가들이 기담을 쓰기 시작했다.
모옌은 전통적인 기담 작가인 포송령에게서 글쓰기를 배웠다고 말하지만, 물론 다른 점도 있다. 포송령이 현세와 저세상 사이의 긴밀한 연결에 대한 믿음을 작품에 구현한다면, 모옌은 이런 초자연적 현상에 대해 반복해서 의문을 제기한다. 즉 모옌은 자신의 주인공들이 환상의 문턱을 자연스럽게 넘지 못하고 주저하는 가운데 갖게 되는 인식과 감정을 세밀히 묘사하는 데 집중한다. 현실과 환상이 매끄럽게 연결되기보다 그 망설임을 유지하는 덕분에 오히려 더 완벽한 환상소설이 된다. 물론 모옌의 문체는 두 세계를 자연스레 넘나들지만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