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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은 시간

카테고리: 국내도서>소설/시/희곡>세계의 소설>아일랜드소설

저자: 클레어 키건 (지은이), 허진 (옮긴이)

페이지 수: 120p

출판사: 다산책방

출판일: 2025-07-03

가격: 15120원

평점: (9.8)

인기 순위: 소설/시/희곡 주간 9위

ISBN13: 9791130664903

소개

2024년 독자들이 뽑은 올해의 책 1위 『이처럼 사소한 것들』의 작가 클레어 키건의 신간이 다산책방에서 출간되었다. 국내에 네 번째로 소개하는 클레어 키건의 작품 『너무 늦은 시간』은 가장 최근에 쓰인 그의 문장을 만날 수 있는 최신작이자 짧은 세 편의 이야기가 담긴 소설집이다.

목차

너무 늦은 시간
길고 고통스러운 죽음
남극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책 소개

2024년 독자들이 뽑은 올해의 책 1위 『이처럼 사소한 것들』의 작가 클레어 키건의 신간이 다산책방에서 출간되었다. 국내에 네 번째로 소개하는 클레어 키건의 작품 『너무 늦은 시간』은 가장 최근에 쓰인 그의 문장을 만날 수 있는 최신작이자 짧은 세 편의 이야기가 담긴 소설집이다. 25년 전 데뷔작을 통해 발표한 단편부터 가장 최근에 쓰인 단편까지 국내에는 모두 처음 공개되는 작품들로써, 여자들과 남자들의 뒤틀린 관계에 대한 증언으로 묶여 있다.

표제작 「너무 늦은 시간」의 배경은 화창한 여름의 더블린, 회사에 출근해 일하는 공무원 카헐의 모습을 따라간다. 핸드폰을 확인하지 않으려는 주인공의 모습이 이상하지만, 무엇이 문제인지 당장은 알 수 없다. 그러다가 그의 머릿속에서 결혼을 약속했던 여자와의 다툼이 재생된다. 그 다툼의 주제는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무엇을 원하는지에 관한 것이었고, 그 다툼 가운데 자신이 저지른 실수와 아버지의 유산을 생각하며 후회와 증오가 뒤섞인 기묘한 감정으로 침잠해간다. 그리고 카헐이 약혼녀와의 관계를 회상하는 동안 독자들은 그의 실패의 원인이 된 성격적 결함들을 하나씩 확인하게 된다.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최신작

* 시인 김민정, 소설가 김중혁 추천 *


2024년 독자들이 뽑은 올해의 책 1위 『이처럼 사소한 것들』의 작가 클레어 키건의 신간이 다산책방에서 출간되었다. 국내에 네 번째로 소개하는 클레어 키건의 작품 『너무 늦은 시간』은 가장 최근에 쓰인 그의 문장을 만날 수 있는 최신작이자 짧은 세 편의 이야기가 담긴 소설집이다. 25년 전 데뷔작을 통해 발표한 단편부터 가장 최근에 쓰인 단편까지 국내에는 모두 처음 공개되는 작품들로써, 여자들과 남자들의 뒤틀린 관계에 대한 증언으로 묶여 있다. 프랑스에서는 미묘하거나 노골적인 우월주의를 추적한 이 소설의 번역판에 원제 대신 ‘Misogyny(여성혐오)’라는 제목을 붙였다. 표면적으로는 잔잔해 보이나 독자로 하여금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긴장감을 품은 이 소설은 2023년 아일랜드 도서상 최종후보에 오르며 그 문학적 가치를 증명한 바 있다.

“키건의 필치는 그 사유를 군더더기 없이 매끄럽게 흘러가게 하는 데 탁월함이 있다.” _김민정(시인)
“겉으로는 얼음처럼 차가운 문장 같지만, 그 속은 온갖 감정들이 요동치며 들끓고 있다.” _김중혁(소설가)

클레어 키건이 25년의 시차를 두고 완성한
여자와 남자에 관한 세 편의 이야기


간결하고 암시적인 문장으로 세계와 인간을 예리하게 그려내며 아일랜드를 넘어 세계적인 작가로 자리매김한 클레어 키건. 그는 초역작 『맡겨진 소녀』와 대표작 『이처럼 사소한 것들』로 국내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이어서 초기작 『푸른 들판을 걷다』를 선보이면서 ‘지금 서점가에서 가장 뜨거운 소설가’로 호명되었다. 2024년에는 온라인서점 예스24, 알라딘, 밀리의서재에서 동시에 올해의 책 1위에 등극한 것을 비롯하여 주요 언론사의 ‘올해의 책’을 휩쓸면서 해외 작가 중에서는 라이벌이 없는 독보적인 위치에 우뚝 섰다.
그의 신간 『너무 늦은 시간』은 뒤틀린 관계에 관한 조용하고도 파괴적인 세 편의 이야기가 실린 소설집이다. 본판이라 할 수 있는 영국판과 달리 미국판에서는 소설치고 독특하게도 부제가 달려 있다. ‘여자들과 남자들의 이야기’. 그 부제처럼 이 책은 미묘한 것부터 노골적인 것까지 여자와 남자의 관계 속에 존재하는 폭력과 우월주의의 기류를 추적한다. 안에 담긴 단편은 각각 2022년(「너무 늦은 시간」), 2007년(「길고 고통스러운 죽음」), 1999년(「남극」)에 발표된 것으로, 세 편이 대략 10년씩의 시차를 두고 있어 클레어 키건이 작가로 활동해온 족적을 이 한 권으로 더듬어 짐작해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표제작 「너무 늦은 시간」은 키건이 『이처럼 사소한 것들』로 전 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뒤 처음 발표한 최근작이라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작가가 10여 년에 걸쳐 다듬어온 작품으로 알려진 이 단편은, 문예창작 강사로도 일하고 있는 그가 오래전 한 수업에서 ‘드라마틱하지 않으면서 긴장감 넘치는 소설’의 예시를 들며 칠판에 적어 내려간 이야기에서 시작되었다. 그로부터 10여 년의 시간이 지나 완성된 이 작품은 50페이지가 채 안 되는 짧은 분량이지만 장편소설 못지않은 감정의 격랑을 경험할 수 있는, 그야말로 ‘키거니언’ 소설이다.
「너무 늦은 시간」은 2023년 『뉴요커』에 처음 발표되었고 1년 후 단행본으로 출간되면서 이야기의 일부가 바뀌었는데, 두 버전을 비교해보면 키건이 텍스트를 얼마나 고심해 다루는지 알 수 있다. 『뉴요커』 버전에서 주인공 카헐은 연인과 헤어진 뒤 남동생에게 “괜찮아?(You OK?)”라는 문자 메시지 한 통을 받지만, 단행본 버전에선 이렇게 수정되었다. “프랑스 창녀랑 헤어져서 오히려 잘됐어.(Your better off without that French hoor.)” 이러한 적나라한 표현을 사용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는가 하는 질문에 키건은, 이 단어들이야말로 사실을 더 잘 드러내고 더 정확하다며 덧붙인다. “실제로 사용되는 언어를 글로 옮겨 쓰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삶과 세계를 묘사하기 위해 작가가 해야 하는 일이다.”

한쪽이 사라져야 한쪽이 살아나는 이야기

표제작 「너무 늦은 시간」의 배경은 화창한 여름의 더블린, 회사에 출근해 일하는 공무원 카헐의 모습을 따라간다. 핸드폰을 확인하지 않으려는 주인공의 모습이 이상하지만, 무엇이 문제인지 당장은 알 수 없다. 그러다가 그의 머릿속에서 결혼을 약속했던 여자와의 다툼이 재생된다. 그 다툼의 주제는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무엇을 원하는지에 관한 것이었고, 그 다툼 가운데 자신이 저지른 실수와 아버지의 유산을 생각하며 후회와 증오가 뒤섞인 기묘한 감정으로 침잠해간다. 그리고 카헐이 약혼녀와의 관계를 회상하는 동안 독자들은 그의 실패의 원인이 된 성격적 결함들을 하나씩 확인하게 된다.
「너무 늦은 시간」이 연인 간의 이야기를 치밀하게 파고들었다면, 「길고 고통스러운 죽음」은 낯선 관계에서의 미묘한 갈등 양상을 다룬다. 이야기는 ‘뵐 하우스’라는 작가 레지던스에서 느긋하게 집필 작업을 하려던 여성 주인공이 갑자기 걸려온 전화 한 통을 받는 데서 시작된다. 자신을 독문학 교수라고 소개한 남자는 대뜸 여자가 머물고 있는 집을 둘러보겠다고 말한다. 남자의 요구에 마지못해 응한 주인공은 글을 써야 하는 귀중한 시간에 손님을 위한 케이크를 준비한다. 그렇게 찾아온 손님은 “대화를 이끌지도 못하고, 대답도 못하고, 대화가 없는 것에 만족하지도 못”하는 남자였고, 기껏 대접한 케이크를 게걸스럽게 먹어치운 다음 이렇게 질책한다. “당신은 작가라면서 하인리히 뵐의 집에서 케이크나 만들고 있군요.”
「남극」은 소설집 중 제일 마지막에 나오지만 선보인 지는 가장 오래된 단편으로, 다음의 도발적인 문장으로 시작된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던 여자는 멀리 나갈 때마다 다른 남자와 자면 어떤 기분일까 궁금했다. 그래서 다음 주말에 알아내기로 결심했다.” 며칠 동안 가족을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러 도시로 떠난 그녀는 술집에서 한 남자를 만나 그와 하룻밤을 보낸다. 그러나 불길한 기운이 이 모험 주위를 내내 둘러싸고 있고, 마침내 그녀는 뼈가 얼어붙을 듯한 무서운 전환점을 맞게 된다.
두 편뿐인 키건의 중편 『이처럼 사소한 것들』과 『맡겨진 소녀』들과 나란히 놓았을 때 두드러지는 이 소설들의 특징은 ‘따스함’을 배제했다는 점이다. 험하고 차가운 세상에 친절한 사람들을 데려온 중편들과 달리, 이번에 키건은 외로운 남자들의 좌절과 두려움, 그들이 어둠 속에서 욕망과 허기를 키워가는 방식을 절묘하게 묘사하여 차가운 현실을 차가운 그대로 내놓는다.
각각의 이야기는 표면적으로는 잠잠해 보이는 인물들 사이에 숨은 폭력적인 긴장감과 혐오, 그로 인해 틀어진 관계를 절묘하게 묘사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의 끔찍한 남성성의 자화상이 아버지 세대에서부터 거듭 전해져 굳건히 자리잡은 모습을 보자면, 키건이 책의 서두에서 필립 라킨의 시구를 인용된 의도를 짐작하게 된다.
“우리가 아는 것, 항상 알았던 것,/ 피할 수 없지만 받아들일 수도 없는 것은/ 옷장만큼이나 명백하다./ 한쪽은 사라져야 한다.” _필립 라킨, 「새벽의 노래(Aubade)」

예민하게, 그러나 결코 나약하지 않게
날카롭게 벼린 문장으로 남성의 세계를 해체하는 일


「너무 늦은 시간」 속에는 주인공 카헐의 동생이, 식사 준비를 마친 뒤 본인 접시를 들고 식탁에 앉으려는 어머니의 의자를 뒤로 빼서 넘어뜨리는 장면이 등장한다. 남편과 두 아들은 바닥에 자빠진 그녀를 보며 웃어댄다. “안타깝게도 이 장면은 저의 자전적인 이야기예요.” 키건은 이 단편을 『뉴요커』에 발표할 당시 인터뷰에서 말한 바 있다. “제가 어릴 때 오빠가 어머니에게 그런 짓을 했는데, 다들 그걸 가볍게, 별일 아니라는 듯이 넘어갔어요. 그 장면은 제 기억 속에 영원히 박제되었죠.”
책 속에 등장하는 뒤틀린 관계의 근원적인 문제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파고들어 가면 이 책의 프랑스 번역판에 왜 ‘Misogyny(여성혐오)’라는 제목이 붙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세대를 걸쳐 오래 이어져 온 불균형한 권력관계가 현대에 이르러 어떤 모습으로 드러나는지, 일상화된 혐오가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기심과 충동에 인간은 얼마나 취약한 존재인지를 키건은 예민하게 포착해 낸다. 오랫동안 키건의 작품에서 다뤄진 질문을 담아낸 이 책은, 새로이 나아가지 않고 후퇴하는 자에겐 일말의 행복도 사랑도 허락되지 않으리라는 일종의 선고처럼 느껴진다.
작가 특유의 함축적이면서도 암시적인 문장,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강렬한 충격을 전달하는 기교, 사유를 매끄럽게 흘러가게 하는 탁월한 필치가 돋보이는 이번 신작은 이전 작품들에 담긴 문제의식을 한층 더 강인한 시선으로 마주한다. 키건의 소설을 옮겨왔던 허진 번역가는 일찍이 키건을 두고 매우 강한 사람이라면서, “삶에서 벌어지는 불협화음을 느끼고 볼 수 있으나, 그 시선이 결코 나약하지 않은 작가”라고 언급한 바 있다. 아버지 세대가 만들어놓은 남성의 세계를 해체하려는 이번 신작은 키건의 목록 중에서도 그 예리하고 강인한 시선이 특히 돋보이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