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표지

시화, 마침내 빛날 - 묵묵히 세상을 바꾸는 작은 공장 노동자들의 이야기

카테고리: 국내도서>사회과학>사회문제>노동문제

저자: 공계진 (지은이)

페이지 수: 280p

출판사: 교유서가

출판일: 2026-07-15

가격: 16920원

평점: (10.0)

인기 순위: 사회과학 주간 1위

ISBN13: 9791124128961

소개

하청 구조 속에서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을 감내해야 하는 작은 공장 노동자들의 현실을 조명한다. 2024년 30인 미만 사업장 노조조직률 0.1퍼센트라는 현실을 바탕으로 노동권의 사각지대와 노조 부재의 원인을 짚고, 25년 현장 경험을 통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한다.

목차

들어가는 말

1부
쫓겨난 사람들
사는 게 사는 게 아닌 사람들
시화공단을 바꾼 사람들

2부
노조 결성 그리고 투쟁
눈물

3부
움직이는 사람들
조사에서 조직으로

4부
노동조합으로의 안내
꿈틀대는 작은 공장의 거인들
희망 일구기

나가는 말

[부록] 시화공단의 이해

책 소개

작은 공장 노동자들의 노동권이 왜 오랫동안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는지를 살펴본다. 하청에서 하청으로 이어지는 다단계 구조 속에서 기업의 손실은 작은 공장으로 전가되고, 작은 공장 노동자들은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인격 모독까지 감내해야 하는 현실에 놓여 있다.

2024년 30인 미만 사업장의 노조조직률이 0.1퍼센트에 불과한 현실을 통해 작은 공장 노동자의 목소리가 왜 들리지 않는지 묻는다. 노동권이 유예되고 노조가 먼 나라 이야기처럼 여겨지는 구조적 원인과 문제의 본질을 짚어낸다.

작은 공장 노조 건설을 위해 25년 동안 현장을 지켜온 저자의 경험과 반성을 담았다. 외부의 차별뿐 아니라 내부의 무관심과 포기까지 성찰하며, 작은 공장 노동자들의 노동권 회복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책이다.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작지만 단단한 씨앗의 연대기
역사의 그늘에서 묵묵히 세상을 바꾸어 온 이들의 이야기

25년 동안 작은 공장 노동자들의 권리 찾기를 묵묵히 이끌어온
시화노동정책연구소 공계진 소장의 현장 기록

“중소영세사업장 조직화사업?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예요.”

“‘노조활동할 권리’는 규모 있는 공장에 다니는 노동자들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 아니다. 규모와 상관없이 심지어 단 1명이 일하는 사업장이라도 그 권리는 보장되어야 한다.”

미미한 시작에서 창대한 흐름으로,
우리 곁의 숨은 거인들

작은 공장 노동자들의 노동권은 인원이 적고 영세하다는 이유로 사업주의 사정을 헤아리며 법에서도 유예되었다. 하청에서 하청으로 이어지는 위계적 다단계 구조 속에서 기업은 그들의 손실을 작은 공장 하청업체에 넘기고, 작은 공장 사업주는 “기술이 없으니 시간으로 때우고, 자본이 없으니 사람으로 메우는” 방식으로 조금이라도 손실을 메우려 한다. 그 아래에서 인격 모독은 기본으로 저임금에 12시간이라는 장시간 노동의 부당함을 고스란히 받아내는 작은 공장 노동자의 목소리는 왜 들리지 않는 걸까.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4년 30인 미만 사업장의 노조조직률이 0.1퍼센트라는, 사실상 무노조에 가까운 수치가 그 대답은 아닐까. 그들의 노동권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작은 공장 노동자들에게 가해지는 외부의 차별보다 어쩌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내부의 무관심과 포기의 시선이 그들에게서 노조를 먼 나라 이야기로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작은 공장 노조 건설을 위해 25년이라는 현장 경험을 통한 저자의 반성과 함께 문제의 본질을 짚어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이번 책은 ‘희망’에 한발짝 다가서는 마중물이 될 것이다.

군사정권의 추진력은 놀라워서 1984년에 ‘해면매립장기 기본계획을 위한 타당성조사’를 한 후 불과 2년 후인 1986년 부터 시화지구 매립 사업과 방조제 공사가 시작되었다. 염전노동자들과 어민들이 쫓겨난 곳에 덤프트럭 수천 대가 흙을 퍼부었다. 그 흙에 눌려 염전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바닷물에 몸을 의지하며 살던 작은 물고기를 비롯한 생물들은 떼죽음을 당했다. 그리고 흙을 쌓아 만든 대지에는 공장이 들어섰고, 그 공장은 서울 문래동 등에서 밀려난 노동자들로 채워졌다.

원청의 적기 납품 요구를 결코 거절할 수 없는 하청업체 사장들에게 안전은 사치였다. 그들은 비용을 아끼고 발주 물량을 맞추는 데만 집중했다. 그로 인한 사고의 결과는 참담했다. 작은 프레스에 손가락이 잘리는 사고는 비일비재했고 대형 프레스에 눌려 그야말로 뼈가 으스러지며 사망하는 사고도 높은 빈도로 발생하고 있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당시 전국 재해율이 0.77퍼센트인데 안산시흥은 1.06퍼센트나 되었다. 하지만 산재처리를 안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는 이보다 훨씬 높았다. 오죽하면 한 해에 잘린 손가락만 한 포대는 나온다고 했을까. 그래서 안산에는 손가락을 봉합하는 정형외과가 많았다.

활동가들은 DMZ 한구석의 작은 밭에 조리로 물을 몇 번 뿌리고는 마치 광활한 DMZ 전체에 물을 주었다고 착각했다. 오히려 자신들의 착각을 인정하지 않은 채 ‘물을 줘도 받아먹지 못한다’며 은근히 노동자들을 탓하곤 했다.

시화공단 노동 사업을 했다고는 하지만 노동자들에게 우리의 노력과 마음을 전달할 정도는 아니었었던 것이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식의 시건방 떠는 소리를 할 게 아니라 ‘더 찾아다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 조직화에 왕도는 없다. 만남이 없으면 조직도 어렵다는 것이야말로 진리 중의 진리다. 시화공단에서 노동조합이 뿌리내리지 못한 근본 원인은 바로 그 만남을 충분히 또 지속적으로 이어가지 못한 데 있었다.

2024년 6월 화성 아리셀 화재로 숨진 23명 중 14명은 시흥시에 거주하던 이주노동자들이었다. 아마도 그들 중 대부분은 정왕본동 어딘가의 허름한 원룸에 살았을 것이다. 시화공단에서도 밀려난 이들이었다. 경기가 나빠지면 공장들은 가장 먼저 외국인 노동자들을 잘라냈고, 해고된 이들은 파견업체가 지시하는 대로 조건 따지지 않고 일터를 옮겨다녔다. 화성 아리셀도 그렇게 배정된 곳 중 하나였다. 그러나 그들은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이처럼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대부분의 이주노동자들은 노조나 노동운동에는 관심이 없었다. 노조는 곧 ‘돈 버는 데 방해’라고 여겼다.

시화공단에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지 않는 사업장이 많다. 50인 미만 사업장 유예조치가 풀려서 모든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된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여전히 5인 미만 사업장은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문제는 시화공단에 이런 5인 미만 영세사업장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결국 오늘도 작은 공장에 다니는 노동자들만 서러운 현실을 견뎌내고 있다.

의제는 광장으로 던졌다고 해서 저절로 사회의 관심을 끌지 않는다. 특히 노동문제는 더 그렇다. 노동자들이 그 의제를 삶의 자리에서 직접 밀어붙이지 않는 한, 그것은 결코 현실의 문제로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이슈 파이팅의 전제는 늘 ‘조직화’다. 노동자들을 노동조합으로 이끄는 그 과정, 즉 조직화는 어떤 전략의 변화 속에서도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되는 근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