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표지

해파리 만개

카테고리: 국내도서>소설/시/희곡>과학소설(SF)>한국 과학소설

저자: 김초엽 (지은이), 박지숙 (그림)

페이지 수: 204p

출판사: 마음산책

출판일: 2026-04-30

가격: 15120원

평점: (0.0)

인기 순위: 소설/시/희곡 주간 9위

ISBN13: 9788960909878

소개

인간과 세계를 감각하는 방식을 집요하게 갱신해온 소설가 김초엽의 두 번째 짧은 소설집. 첫 짧은 소설집 『행성어 서점』이 서로 다른 존재가 마주하는 낯선 세계를 열어 보였다면, 『해파리 만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규정할 수 없는 존재들과의 만남을 통해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고 구분해온 방식을 되묻는다.

목차

작가의 말

모래 이야기
해파리 만개에 관한 기록
끈적이
사각의 탈출
젤리의 우울
사모나

책 소개

인간과 비인간이 교차하는 세계를 탐구해온 김초엽의 두 번째 짧은 소설집 『해파리 만개』는, 규정할 수 없는 존재들과의 만남을 통해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고 구분해온 방식을 되묻는다. 전작이 낯선 세계의 문을 열었다면, 이번 작품은 한층 더 나아가 인간 중심의 인식 틀을 흔들며 새로운 감각을 제안한다.

모래, 해파리, 끈적이, 네모, 젤리, 골렘 등 기존 질서에 포섭되지 않는 존재들은 인간의 기준과 효율성을 무너뜨리며 공존의 가능성을 질문한다. 여기에 박지숙 작가의 그림이 더해져,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확장하며 작품의 감각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쓸모없는 것은 정말로 쓸모없는 것일까”

설명되지 않는 존재들이 머무는 자리에서
세계의 경계를 다시 쓰는 소설가
김초엽 두 번째 짧은 소설집 『해파리 만개』 출간


인간과 세계를 감각하는 방식을 집요하게 갱신해온 소설가 김초엽의 두 번째 짧은 소설집 『해파리 만개』가 마음산책에서 출간되었다. 김초엽은 인간과 비인간이 교차하는 세계를 바탕으로, 그 안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의 관계와 문제의식을 밀도 있게 그려내며 독자적인 위치를 구축해왔다. 첫 짧은 소설집 『행성어 서점』이 서로 다른 존재가 마주하는 낯선 세계를 열어 보였다면, 『해파리 만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규정할 수 없는 존재들과의 만남을 통해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고 구분해온 방식을 되묻는다.
풍경을 응시함으로써 순간을 고정시키는 힘이 생겼다고 믿는 ‘모래’, 갑자기 생겨나 증식하며 도시를 혼란에 빠뜨리는 ‘해파리’, 몸에 닿는 순간 알 수 없는 생각과 느낌을 주입하는 ‘끈적이’, 인간의 필요에 따라 개발되었다가 쓸모를 다하자 버려진 ‘네모’, 우주선에 불시착해 눈물을 전파하는 애물단지가 된 ‘젤리’, 기이한 생명력을 품고 인간과 교감하는 ‘골렘’까지 『해파리 만개』에는 익숙한 질서에 매끄럽게 포섭되지 못하고 어긋난 상태로 남아 있는 존재들이 등장한다. 때로는 불편함을 동반한 채 인간의 반경 안으로 스며드는 그들을 김초엽 작가는 중심으로 불러내며, 그 자체로 세계를 구성하는 또 다른 존재임을 인식케 한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쓸모, 기능, 효율과 같은 기준과 질서가 흔들리는 자리에서, 독자는 인간 중심의 사고를 벗어나 설명되지 않는 것들과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라는 물음을 마주하게 된다.
이번 짧은 소설집에는 빛의 입자와 색의 확산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그림작가 박지숙이 함께했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서 유영하는 듯한 그림들은 소설 속 장면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며 이야기의 감각을 이미지 차원으로 환기한다.

천장 틈새로 보이는 도시의 골목이 해파리의 보랏빛으로 물든다. 해파리들은 기능이 없고, 쓸모가 없고, 그저 존재할 뿐이다. 하지만 그것들은 존재하기 때문에 무언가를 할 것이다.
_「해파리 만개에 관한 기록」에서


닿고 나서야 드러나는 얼굴들
점차 넓어지는 세계와의 접촉면


『해파리 만개』 속 인물들은 낯선 존재와의 만남을 통해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세계를 감각하게 된다. 김초엽 작가는 인간이 타자와 마주하고 접촉하는 순간에 주목하며, 우리가 지닌 이해와 기준이 어떻게 흔들리고 달라지는가를 포착한다.
‘모래’는 직접적인 접촉 대신 풍경을 응시하는 것만으로 세상을 다르게 감각하는 능력을 지녔고(「모래 이야기」), ‘나’는 미라 아주머니에게 구매한 ‘끈적이’를 만지며 외부의 생각과 느낌이 몸 안으로 스며드는 경험을 하며(「끈적이」), 길을 잃고 우주선에 불시착한 ‘젤리’와 직간접적으로 닿은 ‘은수’와 사람들은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쏟는다(「젤리의 우울」). 서로 다른 방식의 ‘닿음’을 통해 대상과 주체의 경계는 흐려지고, 감각의 작동 방식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아까부터 너무 과한 해석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지만, 젤리는 무척 우울해 보인다. 사람들이 자신을 싫어하고 기피한다는 사실을 아는 것 같다. 어떤 기분일까? 꼭 필요한 존재였다가, 자신을 필요한 존재로 만들었던 바로 그 특성 때문에 모두가 자신을 피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
_「젤리의 우울」에서

이러한 변화는 때로 고통과 불안을 동반하며 자아를 위협한다. 그러나 이해할 수 없는 것들과의 만남이야말로 기존의 관념을 넘어서는 하나의 통로로 작동한다. 우리가 보고 있다고 믿는 것, 붙잡았다고 생각하는 것, 이해했다고 여기는 것들은 언제든 다른 방식으로 변모할 수 있음을 이 작품집은 알려준다.


“그럼, 네 진짜 이름은 뭐야?”
쓸모를 묻는 세상에서
이름을 붙이고 곁을 내어주는 마음


김초엽 작가는 존재를 규정해온 기준들이 얼마나 임의적이고 제한적인지 드러내는 동시에, 그 너머에서 공존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그가 꾸려놓은 세계 속 존재들은 더 이상 기능과 효용으로 나뉘거나 남겨지는 위치에 머물지 않는다.
플라스틱과 비닐 조각 등으로 생성된 ‘해파리’가 도시를 장악하자 인간들은 혼란에 휩싸이면서도 공존 방식을 깨닫고(「해파리 만개에 관한 기록」), 인간의 타자수 역할을 하다가 쓸모를 다하자 방치된 인공의식 ‘네모’는 자신을 회수하러 온 구조 단체 활동가 성은수와 마주하며(「사각의 탈출」), 기이한 생명력이 깃든 석상 ‘골렘’은 움직임을 가르쳐준 ‘나’를 오히려 이끌어 새로운 장소로 나아간다.
이야기를 관통하는 주제는 ‘쓸모’라는 기준에 대한 의문이다. 쓸모로 가치를 가늠해온 세계에서 김초엽 작가는 밀려난 것들에게 이름을 부여하고 호명함으로써, 그들을 하나의 존재로 위치시킨다. 이처럼 『해파리 만개』는 어긋난 상태로 남아 있는 존재들과 함께 놓이는 일, 이해할 수 없을지언정 곁을 내어주는 마음을 사유할 계기를 마련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