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보다 : 여름 2025
카테고리: 국내도서>소설/시/희곡>한국소설>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저자: 김지연, 이서아, 함윤이 (지은이)
페이지 수: 180p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출판일: 2025-06-10
가격: 4950원
평점: ★★★★☆ (8.0)
인기 순위: 종합 주간 8위
ISBN13: 9788932044057
소개
독자에게 늘 기대 이상의 가치를 전하는 특별 기획 『소설 보다 : 여름 2025』이 출간되었다. 《소설 보다》는 문학과지성사가 분기마다 ‘이 계절의 소설’을 선정, 홈페이지에 그 결과를 공개하고 이를 계절마다 엮어 출간하는 단행본 프로젝트로 2018년에 시작되었다. 선정된 작품은 문지문학상 후보로 삼는다.
목차
무덤을 보살피다 김지연
인터뷰 김지연×이소
방랑, 파도 이서아
인터뷰 이서아×홍성희
우리의 적들이 산을 오를 때 함윤이
인터뷰 함윤이×소유정
책 소개
독자에게 늘 기대 이상의 가치를 전하는 특별 기획 『소설 보다 : 여름 2025』이 출간되었다. 《소설 보다》는 문학과지성사가 분기마다 ‘이 계절의 소설’을 선정, 홈페이지에 그 결과를 공개하고 이를 계절마다 엮어 출간하는 단행본 프로젝트로 2018년에 시작되었다. 선정된 작품은 문지문학상 후보로 삼는다.
《소설 보다》시리즈는 젊은 작가들의 소설은 물론 선정위원이 직접 참여한 작가와의 인터뷰를 수록하여 8년째 독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앞으로도 계절마다 간행되는《소설 보다》는 주목받는 젊은 작가와 독자를 가장 신속하고 긴밀하게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해낼 것이다.
『소설 보다 : 여름 2025』에는 2025년 여름 ‘이 계절의 소설’ 선정작인 김지연의 「무덤을 보살피다」, 이서아의 「방랑, 파도」, 함윤이의 「우리의 적들이 산을 오를 때」 총 세 편과 작가 인터뷰가 실렸다. 해당 작품은 제15회 문지문학상 후보에 포함된다. 선정위원(강동호, 소유정, 이소, 이희우, 조연정, 홍성희)의 자유로운 토론을 거쳐 선정한 작품들의 심사평은 문학과지성사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새로운 세대가 그려내는 여름의 소설적 풍경
독자에게 늘 기대 이상의 가치를 전하는 특별 기획, 『소설 보다 : 여름 2025』이 출간되었다. 《소설 보다》는 문학과지성사가 분기마다 ‘이 계절의 소설’을 선정, 홈페이지에 그 결과를 공개하고 이를 계절마다 엮어 출간하는 단행본 프로젝트로 2018년에 시작되었다. 선정된 작품은 문지문학상 후보로 삼는다.
《소설 보다》시리즈는 젊은 작가들의 소설은 물론 선정위원이 직접 참여한 작가와의 인터뷰를 수록하여 8년째 독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앞으로도 계절마다 간행되는《소설 보다》는 주목받는 젊은 작가와 독자를 가장 신속하고 긴밀하게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해낼 것이다.
『소설 보다 : 여름 2025』에는 2025년 여름 ‘이 계절의 소설’ 선정작인 김지연의 「무덤을 보살피다」, 이서아의 「방랑, 파도」, 함윤이의 「우리의 적들이 산을 오를 때」 총 세 편과 작가 인터뷰가 실렸다. 해당 작품은 제15회 문지문학상 후보에 포함된다. 선정위원(강동호, 소유정, 이소, 이희우, 조연정, 홍성희)의 자유로운 토론을 거쳐 선정한 작품들의 심사평은 문학과지성사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여름, 이 계절의 소설
태양이 달아오르고 신록이 우거져가는 여름의 초입. 보이지 않는 곳에 감추어져 있던 비밀은 일순간 휘몰아치는 바람에 윤곽을 드러낸다. 『소설 보다 : 여름 2025』는 잔잔한 일상에 끼어든 기이한 존재의 무게를 버티며 세계를 재편하는 세 편의 소설을 소개한다. ‘나’와 오늘을 공유하며 믿음에의 의지로 결연한 그러나 분리된 과거를 짊어진 타인의 난입은 새로운 불안을 야기한다. 수면 위로 드러난 진실을 건져 올려 긴 응시의 시간을 보낸 후, 다시금 삶의 풍랑과 마주하는 인물들이 나아갈 미래는 전보다 선명하게 드넓게 펼쳐져 있다.
김지연, 「무덤을 보살피다」
“화수는 세계에 관심을 기울일수록 기존에 자신이 믿었던 세계가 무너지는 것을 느꼈다”
2018년 문학동네신인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후 제12·13·15회 젊은작가상, 제14회 김만중문학상 신인상, 제70회 현대문학상을 수상한 김지연을 2022년 여름, 2023년 가을에 이어 세번째로 ‘이 계절의 소설’에서 만난다. 전작 「포기」 「반려빚」에서 경제적·심리적 고립에 봉착한 청년 세대의 현실을 그리며 이면의 가느다란 희망을 파헤쳤던 작가는 이번 선정작 「무덤을 보살피다」에서 과거의 유산이 품은 끔찍한 현장을 들여다보면서 이후의 선택을 새롭게 갈망하는 동시대의 목소리를 날카로운 풍유로 전한다.
사촌인 수동과 할아버지의 묘소를 찾다 외따로 산에서 길을 잃은 화수는 해안가 근처 벼랑에 다다라 수상한 비닐하우스와 컨테이너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오륙십대쯤 되어 보이는 남자와 맞닥뜨린다. 화수는 경계심을 애써 감추고 길을 묻지만 남자는 느닷없이 양동이와 목장갑을 내밀며 일을 도와줄 것을 요청한다. 실내낚시터 같은 건물에 꼼짝없이 붙잡혀 물고기 먹이를 물속에 퍼다 나르기를 한창 하던 가운데, 화수를 찾아 헤매던 수동마저 건물에 들어선다. 짧은 대화를 나누던 중에 남자의 정체가 집안과 연을 끊은 막냇삼촌이라는 것이 밝혀지고, 남자는 마을까지 데려다달라는 그들의 요구에 불응하며 난데없이 위협을 가한다. 몸싸움으로 번진 소동 끝에 화수와 수동을 컨테이너에 가둔 남자는 현장에서 사라진다. 화수는 내내 이미 죽은 할아버지를 떠올린다. 손녀를 지극히 사랑한 사람, 국립묘지에 묻힐 수 없는 베트남전 참전 용사, 마약 투약자, 박근혜 지지자 그리고 삶의 끝자락에서 자신에게 자살 방조를 요구한 할아버지. 그 간절한 마지막 소원을 외면하지 못해, 화수는 병상의 할아버지를 힘주어 꽉 끌어안으며 “자신에게 선했던 세계가 패배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갇혀 있는 동안 남자를 향한 적개심에 사로잡힌 채 수동과 살인까지 모의했으나, 어느새 열려 있는 문을 확인하고 서둘러 차를 타고 빠져나온다. 그러나 부모님이 있는 집에 도착한 그를 맞이하는 것은 태연하게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남자다.
소설은 시종일관 섬뜩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독자에게 존재가 스스로 인식한 패배 이후의 삶과 선택의 문제를 질문한다. 김지연은 특유의 기민한 감각으로 과거와 현재의 연결을 되짚고 진실을 추적하며 미래를 향한, 끝내 꺾이지 않는 의지를 확인한다. 이 소설을 통해 “우리가 또렷하게 확인하게 되는 것은 세계란 알면 알수록, 삶이란 살아낼수록, 패배자가 된 듯한 서러움과 가해자가 된 듯한 수치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 누구나 계속되는 불행과 해결이 불가능한 고난 속에서도 자기 삶을 쉽게 포기할 수는 없다”
(조연정 문학평론가).
모르고 있기 때문에 유지되는 평화라면 의심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화수는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란 사람이고 그래서 모르는 게 많은 사람입니다.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상처를 주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러한 보호가 진짜 지킬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도 들어요. 사람들은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진실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는 것 같지만 진실이 고작 그런 이유로 훼손되어서는 안 되니까요.
「인터뷰 김지연×이소」에서
이서아, 「방랑, 파도」
“그러나 신의 관점을 따라 하는 것, 그건 불경하고 쓸쓸한 짓이다”
“한동안 한국문학에서 자취를 감췄던, ‘질주하는 아이’ ‘무서운 아이’의 귀환”(심사위원 강동호)이라는 평을 받으며 2021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후 첫 소설집 『어린 심장 훈련』(문학과지성사, 2024)을 펴내며 독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이서아를 「방랑, 파도」로 처음 ‘이 계절의 소설’에서 만난다.
바닷가 마을에 잠시 머물며 요양원 청소 일을 하는 ‘나’는 요양원 입소자인 향자 할머니와 각별한 관계를 유지한다. 할머니는 반지와 밑줄이 그어진 책을 ‘나’에게 선물하고 자신이 탄 휠체어를 끌게 하거나 함께 화투를 치면서 ‘나’와 일상을 보낸다. 한편, 백반집을 운영하는 남매, ‘백’과 ‘반’으로 불리는 이들의 집에서 ‘나’는 “숙박과 식사를 제공”받으며 시간이 날 땐 서핑을 배운다. “마약을 한다는 소문” 때문에 마을에서 남매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이 우연한 마을 공동체에 속해 몇 번의 죽음을 흘려보내고 이따금 공터를 찾아 영혼을 그려보던 ‘나’의 앞에 향자 할머니의 죽음이 찾아온다. ‘나’는 할머니로부터 받은 반지와 책을 유족에게 전달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러던 어느 날 낯선 승합차가 마을에 들어서고 차 안의 사람들을 유족으로 오해한 나는 요양원에 보관 중인 반지를 떠올리고는 자신도 그곳에 데려다달라고 부탁하며 그들과 동승한다. 유족이 아닌 유품 정리사였던 그들은 ‘나’에게 책과 반지를 간직하라고 전하고, 도중에 ‘나’를 하차시킨다. ‘나’는 마을을 막 떠나려는 차와 또 한 번 맞닥뜨려 뒷좌석에 탄 누군가를 본 듯했지만, 그날 요양원에 들른 승합차는 없었다는 소식을 요양보호사인 혜란 언니로부터 뒤늦게 확인한다. 그 일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백반집 남매와 향한 수목장에서 그들의 어린 자식이자 조카였던 아이의 죽음을 애도하는 시간을 갖는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서핑 연습을 하는 ‘나’의 눈에 파도를 헤치고 거대한 ‘신’의 모습이 들어선다.
이서아의 소설은 애착 대상의 ‘죽음’과 ‘서핑’이라는 운동 행위를 교차시키며 삶의 파고를 감당하는 존재들의 고독과 슬픔을 위무한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내가 하늘이랑 계약”한 공터에서 상실의 고통을 그리움으로 껴안고 살아가는 인물을 그림으로써 미물처럼 작지만 누군가에게는 절실한 존재의 크기를 가늠하며 이어지는 ‘순례’를 애틋하게 비춘다. 이 소설이 구현한 “‘무의미의 주체화’로도 정의될 수 있는 배움의 서사는 삶의 무의미성을 회피하지 않으면서도, 형언하기 어려운 삶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방법을 익혀나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 무의미의 바다 위에서 방랑하듯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나가야 하는, 인간적 삶의 근원적 비극성과 고귀함을 향한 아름답고도 감동적인 헌사이다”(강동호 문학평론가).
지금 드는 생각으로는, 그리움은 주로 힘과 동력을 앗아가는 것만 같습니다. 우리를 단지 상심하게 만들면서 말입니다. 그러나 어느 날은 그리움으로 인해 그어진 밑줄을 따라 책을 읽거나, 보드를 끌고 바다로 갈 수도 있겠습니다. 벼랑 끝에 내몰린 새가 드디어 하늘을 날듯이 그리움이라는 이 애달픈 정서가 어떻게든 우리를 행동하게 만드는 동력 장치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인터뷰 이서아×홍성희」에서
함윤이, 「우리의 적들이 산을 오를 때」
“그들은 한곳을 향해 이동하지 않고 서로 다른 방향을 보며 둥글게 비행했다”
2022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후 제14회 젊은작가상, 제14회 문지문학상을 수상한 함윤이를 2022년 여름, 2024년 여름에 이어 세번째로 ‘이 계절의 소설’에서 만난다. 전작 「강가/Ganga」 「천사들(가제)」에서 보이지 않는 힘에 이끌려 타인과의 접점을 만들고 성장해나가며 새로운 세계에 뛰어드는 인물을 그려냈던 작가는 이번 선정작 「우리의 적들이 산을 오를 때」에서 신비주의적이고 컬트적인 소재를 끌어와 삶에서 마주치는 매혹을 생생하게 그리는 동시에 유구한 믿음을 건드리는 계시의 순간을 포착한다.
소설의 주인공인 노아는 소도시의 면사무소에서 근무하는 신입 공무원이다. 상사인 녹원과 동행한 첫 외근에서 그는 소문으로만 접했던, 마을과 단절되어 산속에 있는 ‘천문대 사람들’의 생활 구역으로 향한다. 노아는 녹원으로부터 종교적인 의미가 읽히는 본명을 숨길 것을 요구받는다. 천문대에서 정체가 불분명한 종교 집단의 우두머리인 여자를 마주하게 된 노아는 어머니의 이름인 ‘정선화’로 자신을 소개하는데, 놀랍게도 여자의 이름 역시 ‘선화’이다. 소음, 불을 피우는 듯한 탄내, 빛공해, 공포 유발 행위 등 천문대 사람들을 둘러싼 민원을 전하지만 선화는 2주 후 떠날 것이라 대꾸한다. 선화는 그들이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여는 행사에 노아를 초대한다. “즐거울 테고, 아주 아름다울 거예요”라는 말과 함께. 기이한 분위기에 압도된 노아는 호기심을 못 이겨 2주 후 다시 한번 산을 오른다. 행사의 불법성을 확인하기 위해 천문대보다 높은 지대에 모인 노아와 녹원, 경찰들은 관측대의 돔이 열린 것을 보게 된다. 검은 털옷을 입은 선화를 중심으로 모인 사람들이 불을 피우고 고기를 태우고 열광적으로 춤을 추는 광경 그리고 그들의 머리 위로 날아드는 커다란 독수리 떼. 노아는 “관측대 안에서 피워 올린 불이 몸속에 있는 무엇을 지핀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힌다. 방화로 검거되기 직전에 선화는 노아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건넨다. 그동안 계속 ‘적’을 기다렸으며 노아의 존재가 운명적으로 다가왔고, 그것은 곧 기다림의 끝이자 구원의 징조였다는 이야기. 노아는 선화의 기대에 부응하거나 그의 믿음을 받아들일 수 없었으나, 불가해한 하나의 세계를 오롯이 통과해온 느낌을 받는다.
홀로 남은 노아의 눈앞에 펼쳐진 세계는 전과 다른 “새로운 세상”이다. “매 가을 새로운 땅으로 이동하”며 “서로 다른 방향을 보며” 비행하는 거대한 새들의 몸짓이 은유하듯 확신이 없는 삶은 또 다른 자리를 찾아 이동한다. 대상을 향한 호기심은 삶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고, 적이든 아니든 타인에게 돌연 의미를 갖게 되는 일로부터 어떤 존재는 새롭게 태어난다. “함윤이는 실험의 이름으로 규범을 전복하거나 파괴하지 않고 슬쩍, 천연덕스럽게, 때로는 눙치고, 때로는 빠르게 밀어붙이며, 전반적으로 섬세하게 시험하고 있는 중이다. 이 시험의 감각은 섬세한 만큼 세련되었고, 현재적이고, 또한 징후적이다”
(이희우 문학평론가).
노아에게도 응시는 소통과 위험이 모두 담긴 행위입니다. 그래서 더욱 매력적인 면도 있을 거예요. 끔찍한 장면이 펼쳐질 걸 알면서도 눈을 뗄 수 없는 공포 영화나,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아도 계속 보게 되는 타인의 얼굴처럼, 삶에서도 도무지 시선을 돌릴 수 없는 순간들이 있어요. 설령 본인이 그 장면을 보고 상처받으리라 예상해도 말이죠. 노아에게는 천문대에서 맞닥뜨린 풍경들이야말로 어떻게든 응시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을 거예요.